항암치료
항암치료 받으러
아산병원을 찾아갈 때면
그 큰 병원의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많다
피검사 후 외래 샘과 상담 입원 결정되면
원무과 신청 병실 배정하는 곳으로
가서 대기 다행히 병실 있으면 입원
없으면 집으로 간다
다시 일주일 후 병원 찾아
똑같은 과정을 거쳐 입원을 하게 된다
(다행히 병실이 있다면)
그날 2인실 있어서 얼른 잡았다
보험이 안되어 부담스럽지만
다음날 5인실 나오면 바꿔달라 하고
우선 입원하는 게 최고다
그렇게 7층 2인실을 들어갔다
창가 쪽은 사람이 있었고 내 자리는 출입문 쪽이다
아산병원의 2인실은 생각보다 좁다
그렇게 나의 3박 4일 항암이 시작되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병원 수칙 간호사에게 듣고
본격 항암 들어가기 전, 부작용 방지 링거를 먼저 맞는다
그 후 두 시간짜리 항암 링거를 맞기 시작하면
링거 폴더 끌고 아산병원 병실 복도
몇 바퀴 씩 돌며 운동을 한다
워낙 병원이 커서 몇 바퀴 돌면
5000 보이상 금방 나온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다
2일째 되던 날 옆 환자분이 말을 시킨다
선생님은 어디 안 좋으셔서 들어오셨어요?
전 췌장암입니다, 3기 초고요
열심히 운동하시네요, 충분히 이겨내실 수 있어요
본인도 췌장암인데 말기란다
몸에 기력이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씀하셨다
보호자로 계신 사모님이 잠깐 외출하시면
어디론가 그렇게 전화를 하신다
커튼 하나 가려져 있어서 통화 목소리가 다 들린다
그분은 호스피스 병동을 가고 싶어 하셨다
사모님은 반대를 하셨기 때문에
안 계실 적 전화를 하시는 것 같았다
서울 외곽 어디쯤 있는 호스피스 병원 이라는데
숲 속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씀하신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되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도 못 하겠다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걷고 들어오는데 의사 선생님과
환자분과 언성이 높았다
조용히 자리 누워 내용을 들어보니
길어야 2~3개월 본다고 의사 선생님 말씀하시고
항암 및 치료방법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렇게 하면 저 살 수 있나요?
소리를 높이셨다
의사 선생님은 답하지 못하셨다
안 하신다고 환자분의 단호한 말씀에
다들 가시고 적막감이 돌았다
나한테 말을 걸어오셨다
미안합니다 시끄럽게 해서
아녀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자리에 있기 뭐 해서
복도로 나와 창문 간이 의자에 앉았다
창밖 풍경은 올림픽대교 와 한강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그날은 아름다운 밤의 풍경이
쓸쓸함으로 우울함으로 느껴졌다
다음날,
3박 4일 항암을 끝내고 퇴원하는 날이다
선생님 저 오늘 퇴원이에요,
말씀드리니 괜찮으시면 잠깐 얼굴 뵐 수
있을까요? 말씀하신다
마침 사모님도 안 계셨다
커튼 옆으로 가보니
앙상하게 뼈만 남으신 환자분을
처음 뵈었다
손 한번 잡아봐도 돼요, 말씀하신다
네 그럼요
그분의 두 손을 잡았다
저 어제 호스피스 되었다고 연락 왔어요
너무 기뻐하시며 말씀하신다
나도 얼떨결에 잘 되었네요 말씀드리고
공기 좋은 데 가셔서 억지로라도
조금씩 드시고 기력 회복하세요
말씀드렸다
그분은 아녜요 전 이미 삶을 놓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곳에서 마음 편하게
가고 싶어서
그렇게 전화하고, 아내의 반대에도
가고 싶었다고 하신다
그분이 난 꼭 회복되실 거니까
걱정 말고 지금처럼 관리 잘하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렇게 인사드리고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항암 받으러 아산병원을 찾았다
병실이 없었다
보통은 집으로 돌아가셨다가
일주일이나 이 주 후 외래 잡으시고
피검사하시고 다시 오라는데,
그때는 병실이 날 수 도 있으니
밖에서 기다려보라고, 카톡으로
연락 준 다고 한다
2시간 정도 지났나? 카톡이 왔다
2인실 나왔는데요 괜찮으세요?
다음날 5인실 나면 옮기셔도 돼요
네_하고 병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7층 2인실 창가 쪽 병실 호수가 낯익다
전에 찍어둔 사진이 있어서 찾아보니
그분이 계시던 창가 자리였다
기분이 묘했다
그때 이후로 4개월 정도 흘렀나?
그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밤새도록 그분 생각과
헤어지던 날 이 자리에서 두 손을 잡았던
그 날이 자꾸 생각이 난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2_3개월이라고 말했는데 훨씬 지났으니 그분이 나를 이 자리로 불러주신 걸까?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