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수다 Jan 10. 2024

그분은 하늘의 별이 되셨을까?

항암치료


항암치료 받으러 

아산병원을 찾아갈 때면

그 큰 병원의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많다

피검사 후 외래 샘과 상담 입원 결정되면

원무과 신청 병실 배정하는 곳으로 

가서 대기 다행히 병실 있으면 입원 

없으면 집으로 간다

다시 일주일 후 병원 찾아

똑같은 과정을 거쳐 입원을 하게 된다 

(다행히 병실이 있다면)

그날 2인실 있어서 얼른 잡았다

보험이 안되어 부담스럽지만

다음날 5인실 나오면 바꿔달라 하고

우선 입원하는 게 최고다

그렇게 7층 2인실을 들어갔다

창가 쪽은 사람이 있었고 내 자리는 출입문 쪽이다

아산병원의 2인실은 생각보다 좁다

그렇게 나의 3박 4일 항암이 시작되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병원 수칙 간호사에게 듣고

본격 항암 들어가기 전, 부작용 방지 링거를 먼저 맞는다

그 후 두 시간짜리 항암 링거를 맞기 시작하면

링거 폴더 끌고 아산병원 병실 복도

몇 바퀴 씩 돌며 운동을 한다

워낙 병원이 커서 몇 바퀴 돌면

5000 보이상 금방 나온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다

2일째 되던 날 옆 환자분이 말을 시킨다

선생님은 어디 안 좋으셔서 들어오셨어요?

전 췌장암입니다, 3기 초고요

열심히 운동하시네요, 충분히 이겨내실 수 있어요

본인도 췌장암인데 말기란다

몸에 기력이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씀하셨다

보호자로 계신 사모님이 잠깐 외출하시면

어디론가 그렇게 전화를 하신다

커튼 하나 가려져 있어서 통화 목소리가 다 들린다

그분은 호스피스 병동을 가고 싶어 하셨다

사모님은 반대를 하셨기 때문에

안 계실 적 전화를 하시는 것 같았다

서울 외곽 어디쯤 있는 호스피스 병원 이라는데

숲 속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씀하신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되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도 못 하겠다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걷고 들어오는데 의사 선생님과

환자분과 언성이 높았다

조용히 자리 누워 내용을 들어보니

길어야 2~3개월 본다고 의사 선생님 말씀하시고

항암 및 치료방법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 그렇게 하면 저 살 수 있나요? 

소리를 높이셨다

의사 선생님은 답하지 못하셨다

안 하신다고 환자분의 단호한 말씀에

다들 가시고 적막감이 돌았다

나한테 말을 걸어오셨다

미안합니다 시끄럽게 해서

아녀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자리에 있기 뭐 해서

복도로 나와 창문 간이 의자에 앉았다

창밖 풍경은 올림픽대교 와 한강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그날은 아름다운 밤의 풍경이

쓸쓸함으로 우울함으로 느껴졌다

다음날,

3박 4일 항암을 끝내고 퇴원하는 날이다

선생님 저 오늘 퇴원이에요, 

말씀드리니 괜찮으시면 잠깐 얼굴 뵐 수 

있을까요? 말씀하신다

마침 사모님도 안 계셨다

커튼 옆으로 가보니

앙상하게 뼈만 남으신 환자분을 

처음 뵈었다

손 한번 잡아봐도 돼요, 말씀하신다

네 그럼요

그분의 두 손을 잡았다

저 어제 호스피스 되었다고 연락 왔어요

너무 기뻐하시며 말씀하신다

나도 얼떨결에 잘 되었네요 말씀드리고

공기 좋은 데 가셔서 억지로라도 

조금씩 드시고 기력 회복하세요 

말씀드렸다

그분은 아녜요 전 이미 삶을 놓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곳에서 마음 편하게 

가고 싶어서

그렇게 전화하고, 아내의 반대에도 

가고 싶었다고 하신다

그분이 난 꼭 회복되실 거니까

걱정 말고 지금처럼 관리 잘하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렇게 인사드리고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항암 받으러 아산병원을 찾았다 

병실이 없었다

보통은 집으로 돌아가셨다가

일주일이나 이 주 후 외래 잡으시고 

피검사하시고 다시 오라는데, 

그때는 병실이 날 수 도 있으니

밖에서 기다려보라고, 카톡으로 

연락 준 다고 한다

2시간 정도 지났나? 카톡이 왔다

2인실 나왔는데요 괜찮으세요?

다음날 5인실 나면 옮기셔도 돼요 

네_하고 병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7층 2인실 창가 쪽 병실 호수가 낯익다

전에 찍어둔 사진이 있어서 찾아보니

그분이 계시던 창가 자리였다

기분이 묘했다 

그때 이후로 4개월 정도 흘렀나?

그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밤새도록 그분 생각과 

헤어지던 날 이 자리에서 두 손을 잡았던

그 날이 자꾸 생각이 난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2_3개월이라고 말했는데 훨씬 지났으니 그분이 나를 이 자리로 불러주신 걸까? 

생각도 들었다

그분은 하늘의 별이 되신걸까?

작가의 이전글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