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명동에는 '사장'이 아닌 '사람'이 있었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어느 소박하고 아름다운 영혼에 대하여

by 참새수다


며칠 전, 으레 북적이는 명동 거리에서 우연히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을 마주쳤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단박에 눈에 띄는 존재감이었으나, 그것은 우리가 흔히 미디어를 통해 접하던 차가운 카리스마나 범접할 수 없는 재벌가의 아우라와는 결이 사뭇 달랐다. 뜻밖에도 내 시선을 붙든 것은 그녀의 선한 얼굴과 다정한 말투, 그리고 처음 보는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건네는 친근한 반가움이었다. 마치 오래된 서재나 아늑한 찻집에서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어 온 벗을 거리에서 우연히 조우한 듯한, 기이하리만치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그녀는 그 순간 '삼성가의 딸'이나 '호텔 사장'이라는 무거운 직함을 내려놓고, 그저 거리를 걷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온기 있는 '사람'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불편함이 나의 마음을 쿡 찔러왔다.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그 육체의 고단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문득 하늘을 향해 소리 없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신은 왜 저토록 맑고 고운 사람에게 시련을 주었을까. 부와 명예를 다 가진 듯 보이지만, 정작 가장 평범한 걸음마저 조심스러워야 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나는 삶의 아이러니와 깊은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어쩌면 그녀가 가진 그토록 깊은 겸손과 타인을 향한 낮은 자세는, 자신에게 주어진 육체의 무게를 견디며 깎고 다듬어진 내면의 단단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주변 사람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소박한 웃음을 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났다.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타인을 내려다보지 않고 눈을 맞추며,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권위보다는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웅변하는 듯했다. 명동의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녀 주변만큼은 훈훈한 봄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날 내가 본 것은 거대 기업의 경영자가 아니라, 아픔을 딛고 세상과 따뜻하게 소통하려는 한 인간의 고귀한 영혼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녀의 다정했던 눈빛과 조금은 힘겨워 보였던, 그러나 꿋꿋했던 그 걸음걸이가 잊히지 않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왔다.

2026년 늘 건강하시고 매일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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