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더치커피 위생·카페인 표시 개선 권고
‘천사의 눈물’이라 불리는 더치커피의 위생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유통 중인 더치커피 30여개에 대한 위생과 카페인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3개 업체에서 일반세균 기준치(1㎖당 100 이하)를 위반했고, 그 중 1개 제품은 대장균군도 함께 검출돼 더치커피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충격을 주었다.
또한 전 제품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1.7mg/㎖로 아메리카노의 0.4mg/㎖의 4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더치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낮을 것이라는 통설을 깬 결과다.
이러한 결과에 성장하던 더치카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3~5년 동안 더치커피시장은 간편함과 특유의 깔끔한 맛을 무기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커피박람회에서 새로운 더치기구가 줄을 이었고, 더치판매업체는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소비자들은 더 이상 더치를 찾지 않게 됐다.
글 월간<커피앤티> 차은희 기자
더치커피는 원액상태로 보관이 용이하고 특유의 향과 깔끔한 맛에 선물용·가정용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최근 홈카페 시장이 커지면서 머신이 필요한 아메리카노나 기술이 필요한 핸드드립보다 물에 희석해 먹어 편리한 더치커피가 인기를 모았다. 더치커피는 ‘커피의 와인’, ‘천사의 눈물’이라 불리며 한 방울씩 추출돼 와인처럼 숙성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더치커피의 기원은 네덜란드에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커피를 운반하던 네덜란드 상인이 오랫동안 커피를 보관해 마실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됐다고 하고, 인도네시아에 살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도네시아커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고안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정설은 없다.
더치커피는 상온의 물에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8~12시간 정도 우려내 커피 원액을 추출한 뒤, 물에 희석해 먹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추출하기 때문에 일반 커피에 비해 쓴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인기다. 추출된 원액은 냉장보관하면 약 열흘정도까지도 즐길 수 있다.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는 시중 유통 중인 더치커피 30개 제품에 대해 위생도(일반세균수, 대장균군 등)와 카페인 함량·표시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제품은 영업형태에 따라 커피 유형 27개와 조리식품 3개 유형으로 분류됐으며, 이에 따른 기준과 규격·표시 기준에 따른 합당성을 조사했다.
Ⅰ. 위생 결과
천사의 눈물, 세균으로 가득 차다?
더치커피 위생도 시험 결과 충격적이었다. 30개 제품 중 10%인 3개 제품에서 일반세균 기준치(1㎖당 100 이하)를 위반했고, 1개 제품은 대장균군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 일반세균이 적게는 17배에서 최대 9천900배에 이르는 세균이 검출된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소비자원은 “더치커피는 저온에서 장시간 추출하여 숙성 등의 과정을 거쳐 유통됨에 따라 커피원두·물·용기·작업자 등의 비위생적인 관리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더치커피의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이 문제가 된 것이다.
사용의 편리함과 깔끔한 맛에 더치커피를 즐겨하던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 특히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발견된 업체의 경우 파산의 위기마저 겪고 있다. 그 중 한 업체는 “결과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가 받은 식품제조업체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많은 검사를 받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위생상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 조사에서 문제가 된 일반세균은 식품 제조 공정 상 위생관리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 미생물로 통상 멸균, 살균제품, 소비자가 바로 섭취하는 식품 등에 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인체에 직접적인 건강상 위해를 나타내지는 않지만 세균수가 100만 마리 이상 존재하면 부패가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 나타난 일반세균수는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언론 발표 시기도 문제가 됐다. 소비자원의 조사결과 언론 발표는 2월 중순. 조사가 이루어진 지난해 10월보다 4개월 뒤의 일이다. 조사결과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업체들은 조사에 따른 개별통보 이후 이미 관련 정비를 시정조치 해 현재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월 언론배포 이후 소비자들의 환불, 예약취소 요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문제가 된 전제품에 대한 환불을 진행했다.
더치커피 ‘그렇게 비위생적이지 않다’
더치커피는 공장의 대량생산과 카페의 소량생산으로 제작방식이 달라진다. 특히 공장형의 경우 위생적인 커피를 생산코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업체의 생산 방식을 들여다보면 대용량·외부차단 기계로 제작해 위생적인 더치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스텐레스 더치기계를 사용해 세척이 용이하며, 제품의 분리가 가능해 고온 소독 또는 자외선 소독을 했다. 열스팀을 이용, 세부 세척도 진행했으며 더치병은 자외선 소독 후 원액병으로 활용됐다. 공장 안은 작업실과 충전실로 분리돼 외부 출입을 엄격히 금지했고, 생산자들은 작업준수위생사항에 갖춰 작업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공장형의 경우 소비자들의 생각만큼 비위생적인 업체는 많지 않다는 것이 업체들의 항변이다. 물론 소수의 업체가 이번 조사에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이미 상당 부문 개선이 된 상황이므로 현재 판매 중인 물품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모든 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른 정기적인 위생조사를 받고 있다. 소비자원의 조사만 보고 더치커피가 비위생적이라 하는 것은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매도하는 격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편 이번 조사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더치커피가 한국에 처음 선보였을 당시부터 위생 문제는 우려가 된 부분이다. 상온에서 장시간 추출되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제조나 포장 시 살균되지 않은 물이나 커피가 조금이라도 섞인다면 세균이 무차별적으로 번식할 수도 있다. 이세욱 다이아몬드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커피는 식품이기 때문에 유통 과정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반 포장으로 더치커피를 다뤄 택배배송 한다면, 과정 중에 100% 세균이 번식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더치커피는 상온보관인 만큼 포장과 유통 과정에서 세균번식률이 높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결과를 각 업체에 알리고, 제품의 자발적 회수 및 판매중단을 요청했다. 해당 요청은 강압적인 제재가 아니었고 결과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모든 업체에서 이를 수용, 전량 폐기·환불 처리해 소비자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Ⅱ. 카페인 함량 결과
더치커피=고카페인 함량?
일반적으로 상온에서 장시간 추출하는 더치커피는 뜨거운 물에 짧은 시간 동안 추출하는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임 함량이 적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더치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제품의 평균 카페인 함량인 1.7mg/㎖는 아메리카노 카페인 함량인 0.4mg/㎖보다 약 4배 정도 많은 수치다. 이에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에게 주의 표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한국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성인의 경우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체중 1kg 당 2.5mg이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물:더치=3:1의 비율로 진행해 다소 반발이 있다. 희석 비율은 공통 기준이 아닌 제품 권고 비율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카페인은 뜨거운 열에 의해 발생해 아메리카노보다 적은 카페인 함유가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 업체는 “조사 시 4:1의 비율로만 했어도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적게 나왔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식약처 고시 제2015-77호) 제6조에 따르면 식품의 경우 “카페인 함량을 ㎖ 당 0.15mg 이상 함유한 액체식품은 ‘어린이,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 및 주표시면에 ‘고카페인 함유’와 ‘총카페인 함량 000mg’을 표시하여야 한다. 이 때 카페인 허용오차는 표시량의 90~110%(단, 커피 및 다류는 120% 미만)이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희석 비율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기준치 이상에 대한 제품의 표시 권고는 받아들였다.
이제 희석 비율의 합의가 관건이다. 카페인 함유량이 낮아 카페인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더치커피가 고카페인으로 분류되면 소비층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석 비율은 개인차에 따르기 때문에 이를 획일화 시키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