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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세 Oct 21. 2020

내가 세상에 태어난 건, 어쩌면

[잿빛 일기 1] 고난의 해, 그래도 일상은 돌아가네

내 인생에 고난의 시기를 딱 1년만 꼽는다면 바로 올해다. 고난의 행군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버둥친다는 말 외에는 지금의 나로서는 표현할 길이 없다.      


우울, 무기력, 불안, 불면, 자책, 피로, 후회, 공포. 이런 단어를 하나씩 혹은 한꺼번에 여러개씩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마치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5% 정도쯤 남아 있는 것 같은 상태. 몸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헛웃음이 나온다.


마산 앞바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증거라고 자위해보고 이제 조금은 쉬어야 할 때라고 되뇌어보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처럼, 혼자만 삭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힘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요즘 나를 다스리는 것은 독서, 필사, 걷기, 오디오북 듣기, 노래부르기다. 다 시간이 제법 걸리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소 편안해진다.      


특히 노래는 잘 부르고 싶어서 한 달 반 정도 강사(현역 가수)를 소개받아 레슨을 받았다(내가 올해 별짓을 다하는구나).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원리와 요령을 알게 되니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특히나 노래 부를 때는 힘을 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가수들 노래를 들어보라. 고음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지 않나. 사람의 목소리란 훌륭한 악기이다. 사람들이 잘 다루지 못할 뿐.


힘빼기의 중요성은 일상에서 모두 적용된다. 글쓰기도, 발표도, 운동도, 그리고 우리의 삶도.      


요즘 나를 위로하는 노래 중 한 곡은 전인권의 <걷고 걷고>다. 오래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 가사를 듣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      


전인권의 <걷고 걷고> 필사.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 모두 어쩌면 축복일지 몰라”     


내가 세상에 나 것은 축복일까. 정말로 그럴까. 그래도 세상은 살 만 할까.    

   

오늘도 아침부터 흐리다. 매일 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흐리다고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저녁에는 한적한 길을 걸으면서 힘을 빼고 <걷고걷고>를 몇 번이고 불러보리라.    

  

어제는 통장에 월급과 인세가 동시에 찍혔다. 그래도 일상을 놓지 않았구나. 나 잘 버티고 있는 거니?


걷고 걷고(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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