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매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
EDP·모듈화 통해 생산성 향상
유가 변동에 따라 주가 변동 가능성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oyeon0601@s-econ.kr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최근 주택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주택 경기 하락과 무관한 순수 EPC(설계·조달·시공) 회사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 모멘텀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4579억원, 영업이익은 16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13% 증가했다.
3분기 실적은 화공 부문의 주요 대형 현장(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사우디 우나이자 rktm, 사우디 APOC PHD·UTOS 4개 현장)의 본격 공정률 확대에서 비롯됐다.
3분기까지 신규 수주는 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7% 증가했다.
4분기 이후에도 해외 중심으로 수주 모멘텀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EPC 시장의 핵심 고객인 NOC(중동지역 국영석유기업)들의 발주 확대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가스개발 프로젝트 발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화공 플랜트만 8건(총 103억달러)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알제리 PDH·PP(15억달러),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20억달러), 요르단 자르마 정유공장(10억달러) 등의 결과과 4분기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에는 사우디 Amiral(30억달러), 인도 MEG 석화(10억달러), 인도네시아 찬드라(7억달러) 등의 입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7건(텍사스 LNG Brownsville 등)의 FEED(기본계획 및 포괄설계)도 진행 중이다. 7건 중 3건은 EPC 전환 권리가 확보돼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12일 2만3050원에 거래 마감됐다. 시가총액은 4조5178억원 수준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삼성엔지니어링은 EPC 기업으로 세계 플랜트 시장에서 플랜트 사업을 전개 중이다. 화공(정유, 가스, 성유화학), 비화공(발전, 산업설비, 환경) 등 플랜트 전반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화공 부문과 비화공 부문의 매출 비중은 각각 49.8%, 50.2%를 차지했다.
EPC 프로젝트란, 건설 계약사가 Engineering(설계), Procurement(조달), Construction(건설)을 한 회사가 진행하는 계약 형식을 일컫는다. 이런 일괄계약 방식을 통해 발주처는 공사에 대한 전체 계약을 한 회사에 일임해 계약 진행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있다.
한편 건설사 입장에서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대규모 공사 계약을 수주해 계획대로 수행할 경우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은 비화공 분야에서 캡티브(계열사) 물량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시현 중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의 공사가 본격화되면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SDI 렌트도 수주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EPC 전 과정의 표준화, 시스템화, 데이터화를 추진 중이다. 그 핵심에는 EDP(Engineering data Platform)와 모듈화가 있다.
EDP란 다양한 설계 업무를 디지털 기술과 축적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 기반으로 처리, 주력 화공 상품 안건들의 기술성·기자재 데이터를 패키지 형태로 갖추고 이를 카탈로그처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제공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EDP를 통해 기자재 사양 및 가격을 확정할 수 있어 정확한 예산과 공기를 산출할 수 있게 된다.
EDP를 통해 초기 예산 견적에서 리스크를 줄였다면, 모듈화를 통해 시공 단계에서 불확실성을 줄였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멕시코 DBNR,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말레이시아 Shell OGP 등에 이와 같은 시스템이 적용되어 공정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진행되고 있는 DBNR 프로젝트에 설치될 모듈 4800톤이 성공적으로 현장까지 수송됐으며,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프로젝트에서도 모듈화가 적용돼 생산성을 2배 이상 확대했다.
EDP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은 553 수행혁신에 한발 다가가는 모양새다. 553 수행혁신이란 삼성엔지니어링이 2019년에 발표한 슬로건으로 오는 2023년까지 자원투입 50%, 현장 업무 50%, 일정 30%를 각각 줄여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혁신을 달성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기준 이미 각각 33%, 39%, 17% 절감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09.04%로 다소 높은 편이었으나,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 165%를 기록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순 현금 규모는 연말까지 1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양호한 현금흐름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6.53%를 기록했다. 비화공 부문에서 특정 프로젝트 충당금 관련 환차손(178억원)이 발생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외형에 비해 낮게 나왔다.
하지만 영업 외에서는 환평가이익이 540억원 발생해 순이익은 52.3% 급증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로 11.6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 6.97%,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4%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정기 사장 인사에서 플랜트사업본부장 남궁홍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남궁 부사장은 화공플랜트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65년생으로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남궁 사장은 1994년 삼성엔지니어링 입사 후 사업관리, 영업,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2011년 12월~2015년 12월엔 삼성엔지니어링 마케팅기획팀장을 역임했고, 2015년 12월부터는 UAE법인(SEUAE) 법인장과 마케팅1그룹장을 맡았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증권업계는 글로벌 EPC 경쟁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유가 변동에 따라 주가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선수 한 마디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에도 견실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4개 화공 현장 매출이 지속될 예정이며, 비화공 계열사 수주물량도 조기 매출 인식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신규 수주 호조 및 고환율 효과로 목표주가 산정의 기초가 되는 수주잔고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렇다 할 악재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주택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피난처의 역할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연초 수주 상황에 따라 실적 추정치 상향이 가능하다"며 "내년 초 발표 예정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추가적인 자기자본수익률(ROE)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