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을 보다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론의 역사
본 글은 MBO와 OKRs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실무 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있는 두 가지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간혹 OKRs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MBO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조금 풀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본 내용 전에 MBO가 본래 개인에 대한 판단을 목적으로 하는 도구가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이러한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고는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운영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MBO는 보상이 아닌 육성에 적합한 도구임에도 우리는 보상을 위한 도구로 많이 활용해왔죠. 만일 MBO가 육성이라는 보다 적합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면 OKRs라는 새로운 모습을 이야기할 필요성이 조금은 더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기본적으로 MBO는 PDS cycle을 이야기합니다. Plan - Do - See라 말하며 여기에 feedback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장에서 MBO는 주로 개인에 대한 판단을 목적으로 하는 평가 도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MBO에서 MBO의 기준은 '사람'이 됩니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가 혹은 잘하지 못하는가를 판단하는 도구로서 MBO이므로 그 피드백 역시 평가자와 피평가자라는 두 주체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거 평가제도를 이야기하며 평가에 있어 객관성이란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주관적 합의라 말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운영상의 MBO와 OKRs의 비교에 있어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Do-Autonomous와 Feedback-Reflection의 두 영역입니다.
Do-Autonomous
MBO에서 Do단계를 우리는 '실행'이라 말하지만 OKRs에서 이 단계는 '자율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실행 단계에서 주어진 절차에 따라 '열심히' 하는 방식으로 이해를 해왔다면 OKRs에서 실행 단계는 일을 수행하는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기반으로 스스로 행동하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이야기합니다. 이에 개인적으로 자율성 단계를 '다양성의 확장'이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의 확장은 주로 방법론 / 행동론에서 적용되며 상호 합의한 기간이 지난 시점에 상호 합의한 Key results로 수렴될 겁니다.(다양성의 수렴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Feedback-Reflection
MBO의 feedback과 OKRs에서의 refelction은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가집니다. 하나는 전자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고 후자는 일에 대한 판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는 그 사람에게 '좀 더 잘하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야'와 같은 피드백이 주어지는 반면 후자는 '잘한 점과 개선점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후에 해야 할 구체적 과제를 도출할 수 있다는 차이점을 같게 됩니다. 전자는 평가 시점에서 평가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목적이라면 후자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행위자의 수준 Level입니다. MBO에서 feedback은 평가자와 피평가자라는 두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반면 OKRs는 개인이 아닌 그룹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피드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룹이란 해당 일을 수행하는 기능 조직으로서 팀과 같은 단위 조직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일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는 그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차이점을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도를 운영하는 목적에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MBO는 '개인에 대한 판단'을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본래 MBO라는 도구가 보상이 아닌 육성에 더 유용한 제도임에도 우리는 보상 수준 결정을 위한 목적으로 개인에 대한 판단을 하는 도구로 사용해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MBO라는 제도의 한계라기보다는 실무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어긋남'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OKRs는 기본적으로 KRs라는 일의 결과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아울러 OKRs는 단기의 KRs를 달성해서 이를 보상으로 연결하기 위한 목적보다 오늘 우리가 만든 KRs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 혹은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목적으로 현재를 돌아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 분기, 매 년의 KRs는 다음 분기 다음 해의 KRs를 위한 일종의 디딤돌이 되는 셈입니다.
일 하는 방식으로서 OKRs
위와 같은 특성으로 개인적으로는 OKRs를 특정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게 어떤 평가등급을 부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도구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OKRs는 일종의 일 하는 방식이라 부르는 게 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의 도식에서 OKRs의 cycle을 1년이 아닌 반기나 분기 혹은 굳이 HR팀에서 정해놓은 공식적인 reflection 주기가 아니더라도 각 팀 별로 수시로 이를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공개채용을 진행해서 채용의 절차가 종료되었다면 굳이 공식적인 주기가 아니더라도 팀별로 혹은 채용이라는 일과 관련된 구성원들이 모여 이번 공개채용에 대한 reflection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잘했어 못했어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해온 것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한 논의를 하는 자리로서 말입니다.
피드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역사(?)
MBO를 포함해 OKRs까지 우리가 만난 성과관리 도구들의 모습들이 조금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맥락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떻게 하면 피드백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분명한 방향은 피드백이 수시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 피드백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해하지 않으면서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겁니다. 사람이 아닌 일을 중심으로 하는 OKRs는 이러한 두 가지 특성을 가진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도구라 생각합니다.
의도적인 노력
물론 OKRs가 특정 시점에 특정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닌 기업이 하는 일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업과 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육성이라는 목적에 더 적합한 MBO가 보상을 위한 도구로 바뀌었던 전례를 다시 반복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인 노력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우리들이 행동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건 우리가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 의도적인 노력이 궁극적으로 조직과 개인의 성장에 기여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HRM담당자 중 한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MBO와 OKR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