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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21. 2021

OKRs, 왜 잘 안될까?

OKRs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종종 들어가보는 몇몇 커뮤니티에서도 OKRs에 대한 이야기들이 종종 올라옵니다. 저 역시나 자리를 옮긴 기업에서 OKRs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관련하여 검토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OKRs를 시도했다가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HR이라는 일을 계속 해온 입장에서 보면 과거 우리들이 반복했던 모습들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한 예로 BSC가 국내에서 잠시 유행했던 적이 있었지요. HR담당자들이 모인 어느 자리에서 술잔이 조금 돌고 난 늦은 저녁에 한 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

현재 OKRs를 바라보고 고민하는 우리들 마음 속에 이런 말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OKRs가 무언가 기존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도구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앤드류 그로브의 책을 소개할 때 인용했듯이 MBO와 개념적으로는 같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개인적으로는 OKRs를 택합니다. 그 이유는 일전에 MBO와 OKRs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

이 말이 나오는 원인을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서 2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OKRs를 단시간에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그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하나와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려 하면서 OKRs를 하는 본질보다 외형에 치중하는 것입니다. 


OKRs는 단시간에 구축이 가능할까?- 외형과 내재화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이는 제가 OKRs를 이야기하면서 이를 '우리가 일을 하는 방식'으로서 '조직문화'를 이야기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조직문화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전사에 공지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제도가 구성원에게 체화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제도이론을 이야기할 때 '동형화isomophism'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조직단위를 이야기하지만 그 원리는 기업 내 개인에 있어 제도의 적용에도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도이론에서 동형화는 크게 3가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첫 번 째는 강압적 동형화(coercive isomophism)입니다. 이는 일종의 규제적 성격으로 기업이 하고자 하는 제도를 만들어 구성원이 이를 행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들이 많이 사용했던 방식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오늘날 이것만으로는 제도가 내재화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강압적 동형화에서는 제도의 외형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만일 외형만으로 제도를 판단할 경우 우리는 강압적 동형화만으로 우리가 잘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될 겁니다. 여기에서 '착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외형적으로 측정이 가능하기에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구성원들은 어쩌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강압적 동형화는 단시간에 구축이 가능합니다. 컨설팅을 받아 프로세스를 정하고 시스템을 도입해 무조건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면 됩니다. 


동형화의 두 번 째 단계는 규범적 동형화(normative isomophism)입니다. 새로운 제도가 합리화, 이론화, 정당화 되면서 이 제도를 구성원들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단계입니다. OKRs가 우리 기업에 정착되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규범화 단계까지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OKRs를 성과관리 도구 혹은 인사평가 도구가 아닌 일 하는 방식으로서 조직문화로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규범화 단계까지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많은 경우 이미 기존의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있는 경우가 많기에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다른 방식을 택하는 과정에서는 일종의 불편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동형화의 3단계로 이야기를 했었지요. 진정으로 내재화가 됬다고 말한다면 3단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형화의 세 번 째는 모방적 동형화(mimetic isomophism)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직은 매 순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우리가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그것도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그들이 우리 조직에 들어와 기존의 구성원들을 보며 우리 기업이 일 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 배워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도가 중간에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테니까요. 

동형화의 3단계를 생각해 보면 OKRs는 단시간 내 구축이 불가능하다에 가깝습니다. 글에서 종종 사용하는 '의도적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3단계까지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계속 지속되어야 하고 2단계만 하더라도 반복되는 과정으로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OKRs를 조금 더 빠르게 정착시키려면...

이 질문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OKRs를 인위적인 제도로 바라보는 대신 소통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특정 제도는 강제성이 필요하지만 소통은 우리가 늘상 하는 것입니다. 늘상 하는 것이지만 항상 어려운 것이기도 하지만요. 우리가 보다 원활한 생각의 전달과 정보 공유, 정확한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해 소통하는 도구로서 OKRs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제도의 외형을 세팅해놓고 구성원에게 그것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경험하게 하고 나중에 그것이 OKRs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 할까요. 스크럼 미팅을 하고 있는지, 분기나 월 / 주별로 성찰미팅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일을 하는데 있어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구성원과 기업이 실제 성장하고 있고 성장했음을 느끼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OKRs를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MBO와 OKRs는 모두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도움으로써 우리가 하는 일의 성과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 라고 했는데 "어"라고 알아듣는 경우를 줄이고 "아"가 "아"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형적인 방법론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제하기 보다는 그 필요성을 공유하고 외형적 방법론을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형화 단계를 인용해보면 강압적 동형화 이전에 규범적 동형화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강압적 동형화의 도구들을 조금씩 사용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의견을 더하면 이러한 방식에서는 일종의 동조자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00명의 구성원이 있다면 그 중 5~10명의 지지자를 확보하고 그 지지자들을 통해 다른 구성원에게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만일 그 지지자가 중간관리자로서 리더들이라면 보다 원활한 진행이 가능할 겁니다. 제가 리더들, 특히 단위 조직의 리더분들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제도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그들 모두에게 공동의 인식을 형성하고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이를 위해서는 그 제도가 정말 조직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겁니다. 만일 이러한 확신이 없이 특정 제도가 좋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에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보다 자기 자신이 우월한 사람임을 말하기 위함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OKRs를 새로운 평가나 보상제도로 바라보기 보다는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우리 기업만의 소통 방식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OKRs를 안다고 말하는 어느 분과 메일을 주고 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서로 만나본 적도 없고 이름도 처음 알게 된 분입니다. 메일을 읽고나서 마음 속 한 곳에 생채기가 하나 생겼습니다. 메일에서 메일을 주고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나 예의 대신 자신을 우월한 지위에 놓고 상대방을 낮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난 적도, 심지어 이름도 처음 본 분과의 첫 메일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닐 듯 합니다. OKRs를 소통의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 분이 생각하는 OKRs와 제가 생각하는 OKRs가 그 명칭만 같을 뿐 서로 같은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조금더 자주 OKR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OKRs가 HRM이라는 영역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 HR담당자 입장에서 OKRs를 어떻게 다룰 수 있고 OKRs의 실행에 있어 HR담당자의 역할은 어떤 모습인지 등에 대한 생각입니다. 종전에 제가 해온 이야기들과 그 맥이 다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긴 하지만요. 운이 좋다면 제가 하는 방식들을 이야기해볼 수도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제도이론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문헌을 참고하였습니다.

이경묵 (2019). "우리나라 제도이론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미래 연구 방향." 경영학연구 48(1):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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