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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25. 2021

소통의 도구로서 OKR

feat.OKR과 성장은 어떻게 연결될까?

본 글은 HR이라는 일을 해왔고 하고 있는 한 실무자의 견해를 작성한 글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피드백은 언제 할까요?"

HR을 시작하고 몇 년 되지 않았을 무렵 소규모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일입니다. 강사분은 모인 우리들을 보며 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여러 답들이 나왔습니다. 매년 결과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1년마다"부터 반기 혹은 분기의 답도 있었지요. 그러다 한 분이 답을 했습니다. "매 순간". 질문을 던진 강사분이 원하던 답이었지요.


평가제도를 운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피드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배우던 시절에 피드백을 강조했던 주된 이유는 평가결과에 대한 수용도를 높여라에 가까웠습니다. 불만이 표출되지 않는다면 잘 된거라 생각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생각하는 피드백을 매 순간 해야하는 이유는 조금 더 직접적입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일을 잘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과거 어떤 분은 저에게 '정치를 하는 것'이라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치를 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해야 한다고. 물론 저는 그 길을 포기했습니다. 일을 잘 하는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잘 보이는 것이 일을 잘 한다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일을 잘 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를 합니다. 하나는 성과로서 일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통해 학습과정을 경험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

성과로서 결과물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건 그 결과물이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만들고자 하는 '상태'에 대하여 해당 결과물에 관한 이해관계자, 예를 들어 해당 직무성과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단위조직의 리더, 해당 실무를 수행해야 하는 실무자 등,사이에 이러한 '상태'가 되면 우리가 일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음에 대한 합의가 되어있어야 함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다시 우리는 그 전에 필요한 조건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건 직무에 대한 리더의 전문성 입니다. 리더가 만일 전문성이 없다면 '상태'를 제대로 정의하기 힘들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느 순간 경험했던 일들이 일어납니다. 실무자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하고 평가자는 아니라고 말하는 상태입니다.


일 하는 과정을 통한 학습

우리가 학습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다음 몇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직접경험입니다. 일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두번 째는 타인의 경험을 통한 학습입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면 HR을 시작하던 초기에 최대한 많은 모임, 세미나 등을 찾아다니며 다른 선배 HR담당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들었던 것을 나중에 직접 하게되었을 땐 또 다른 당황스러움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간접경험이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 세 번 째는 직접경험을 통한 추론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직접경험은 많은 경우 이전에 해왔던 프로세스일 가능성이 클 겁니다. 그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하면서 좋은 점과 개선할 점등을 생각해보고 한 발 더 나아가면 나라면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이 세 과정은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학습과정으로 우리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어가는 '성장'의 과정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성장을 위한 두 가지 요건, 산출물과 학습

면담을 하다보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조직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 내가 속한 조직과 일을 하는 나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입니다. 조직에 가치가 있다는 건 조직이 추구하는 성과와 우리가 한 일의 결과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나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건 일을 통해 나 자신이 어제보다 나은 상태가 되었음을 말합니다. 이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전문성 요소를 한스푼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야 할 점은 "가치" 라는 단어 입니다. 가치가 있음에 대한 판단은 나 혼자 하는게 아닙니다.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가치있음을 인정받아야 함을 말합니다. '가치있음'이라는 판단은 주관적입니다. 해석론으로 이어질 수 있고 판단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주관을 최소화하고 상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구체성이 필요하며, 그 구체성을 가진 상태를 본 글에서는 산출물이라 말합니다. 이 산출물은 비록 합의된 상태이긴 하지만 많은 경우 불완전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완벽한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제약된 상태에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를 가지고 생각하고 만들어낸 산출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산출물로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우리는 보다 나은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성찰과정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직접경험을 통한 학습을 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경험을 통한 간접경험을 하고, 성찰과정을 통해 우리들의 경험에 근거한 추론을 통한 학습이 가능합니다.


산출물과 학습의 주기

그런데 산출물이란 1년에 걸쳐 한 번만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매출액이라는 단순한 예만 보더라도 1년동안 매출이 발생하지 않다가 1년이 된 시점에 갑작스레 매출액이 나오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해 연중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산출물들이 연결되어 우리가 정한 기간으로서 1년이 지난 시점에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산출물이 나오게 되고, 그 산출물을 보면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흔히 피드백을 이야기할 때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을 합니다. 산출물들이 나온 시점에 적절한 피드백은 이후 산출물을 더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고 그 피드백을 통해 일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학습을 하게 됩니다.


OKR

 지금 이 글은 OKR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OKR에서 KR이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우리 개인과 우리가 속한 기업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할 수있는지, 이를 통해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OKR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점, 성선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에 대한 관점, 성선설과 성악설

동일한 산출물이지만 사람에 대한 관점은 완전 다른 모습으로 산출물을 활용하게 됩니다. 성악설 관점에서 산출물은 그 사람에 대한 판단과 감시의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주간 미팅을 한다고 가정하면 "했어? 안했어? 왜 안했어? 지시를 했는데"와 같은 말들이 오고갈 겁니다. 이러한 미팅은 실무자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고 이는 그 사람에게 일종의  과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전에 환대라는 말을 했었는데 태어남으로서 얻는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사람의 개념에서 자칫 인간으로서 존엄성까지 해하는 경우로 이어진다고 할까요. 반면 성선설 관점에서 산출물은 그 사람을 지원하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주간 미팅을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OOO를 하기로 했는데 지금 △△△상태입니다. 잘된 점과 개선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 OOO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있을까요?" 라고 말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만일 리더에 대해 구성원들이 다소 수직적이라 느끼고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는 의견을 제시하지 말고 대신 말 그대로 퍼실리테이터로서 프로세스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종종 NGT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포스트잇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 방법론이 반드시 해야 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 부분이 제대로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회사의 OKR은 실적쪼기 내지 종전의 MBO로 돌아갈 지도 모릅니다.

"우리 회사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죠.


저는 OKR 신봉자는 아닙니다. OKR을 접하기 조금 전부터 이미 당시 재직중이던 회사에서 직무 워크샵을 설계하면서 '산출물'을 활용하고 있었고, OKR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산출물'을 생각하고 있던 제 생각이 방향성이 틀리지는 않았음을 확인했고, 어쩌면 OKR이 성장을 위한 HR을 만드는 데 있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MBO도 어쩌면 우리가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을 해왔다면 성장 관점에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뒤집어보면 OKR도 성장을 위한 도구로서 훌륭하지만 우리가 그 운영에서 묘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가 해왔던 방식으로 회귀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겠죠.


OKR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CFR입니다. 대화하고(communication), 피드백하고(Feedback), 인정하기(Recognition) 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에 기반해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 공유된 생각과 사실에 기반해 함께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기록하고 결정하는 것, 그래서 그 다음 분기, 월에 전 분기, 월보다 조금 더 성장한 우리와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과 그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HR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며 OKR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고 만일 우리가 위의 CFR이라는 대화방식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굳이 OKR을 도입하고자 애를 쓸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제도는 구성원의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상태'를 만들고 소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OKR은 결국 상시로 피드백을 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걸 우리는 편의상 일, 주, 월, 분기, 반기, 연 등의 주기로 구분하고 있고 최소 분기단위로는 피드백하고 성찰하는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그래야 피드백 / 성찰이 보다 사실 기반으로 시의 적절한 타이밍에 행해질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제가 OKR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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