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에서 Objective는 왜 도전적일까?
채용은 왜 할까요? 평가와 보상은요? 노무관리는 왜 할까요? 우리가 하는 일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 왜why 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HR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게 주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방향성 direction입니다. 사실 실무를 하며 여러 상황에 노출이 되었을 때 제가 하는 행동이나 말, 일의 결과들은 그 상황에 맞게 바뀔 수 있고 그런 경우가 반복되면 자칫 일을 하는 본질적 이유와 무관하거나 이를 해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까닭입니다. 지나온 시간에 만났던 여러 상급자 분들 중 수시로 말을 바꾸던 분들에 대해 제가 가지는 이해도 이런 원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분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주로 자기 자신의 생존에 두기 때문이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건 그분들이 일을 배우고 해왔던 방식과 연결됩니다.
방향성으로서 왜 하는가? 는 일종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 채용을 생각해 보면 '적합한 사람의 선발'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있지요. 채용담당자로서 우리들은 이 커다란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하고 '적합한'의 기준을 만들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그들이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돕기 위한 온보딩 프로세스에 관여를 하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조금 익숙한 느낌이 있지요.
OKR에서 Objective를 우리는 방향성이라고 말을 합니다. John Dorr의 TED 영상 "Why the secret to success is setting the right goals"을 보면 영상 중간에 앤디 그로브의 비디오를 보여주지요. 그 비디오에서 앤디 그로브는 이렇게 말합니다.
(Video) Andy Grove: The two key phrases of the management by objective systems are the objectives and the key results, and they match the two purposes. The objective is the direction. The key results have to be measured, but at the end you can look and without any argument say, "Did I do that, or did I not do that?" Yes. No. Simple.
출처: 1분 54초~
목표는 방향성이고 결과는 측정되어야 한다. 이 둘로 모든 걸 설명한다. 그래서 Simple.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순한 원리를 우리는 매우 어렵게 배우고 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프린트 미팅, 부스팅 미팅, 피드백 미팅 등등의 이름을 붙이고 OKR스러운 목표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이를 배우기 위해 양식을 만들고 컨설팅을 받고 경영진은 구성원에게 OKR을 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고 말하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단순하다는 건 배우기도 쉬워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 OKR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현장에서 OKR을 보고 있는 사람 중 하나로서 느끼는 일종의 아쉬움 입니다. 단순하다면 배우기 쉬워야 합니다. 직관적이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둘 중 하나일 겁니다. OKR이 실은 단순하지 않은 것이거나, 아니면 OKR은 단순한데 현장에서 여기에 여러 포장을 붙임으로써 단순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거나. 개인적인 생각은 후자에 있습니다. 이 좋은 걸 왜 안 해!! 가 아니라 단순한 도구가 왜 구성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은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인데 살짝 길이 샜습니다. 그렇죠. 방향성이 어긋난 것이라 할까요. OKR에서 목표는 방향성입니다. 사실 Objective 제목을 어떻게 잡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Objective가 우리가 일을 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으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이 구체적인 성격을 띄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OKR에서 우리는 objective와 key result를 구분합니다. 구체성은 KR이 가지는 성격이고 만일 objective가 구체성을 가진다면 OKR이 아니라 그냥 KR이 될 겁니다. 방향성 없는 결과물이고 이는 종종 우리가 마주하는 머리-배-지느러미가 각각 따로 노는 로봇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구체성이 아닌 방향성으로서 objective는 그래서 다소 추상적이고 개념적이고 도전적인 형태를 띠게 됩니다. '적합한 인재의 선발'이라는 매우 이상적인 목표가 나오게 되는 거죠. 이 이상적인 목표는 엄밀히 말하면 시간의 개념이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채용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why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올해 1년간 회사의 EVP를 구축하겠다"라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EVP는 아시는 것처럼 직원가치제안 Employee Value Proposi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적합한 인재의 선발'을 위한 중간 목표로서 적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쪼개는 이유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자칫 '그래 원래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근데 그건 그냥 좋은 말일뿐'이라거나 하는 식이 될 수 있기에 조금 더 하위 목표로 쪼개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적합한 인재의 선발'은 "100% 완벽하게 달성했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OKR에서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은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왜 하는가"는 "우리가 왜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직무"가 왜 필요한가? 다시 말해 우리가 하는 "직무"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채용이 우리가 채용담당자로서 성장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처럼 말입니다.
1.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가?
2. KR과 구별되는가?(구체성보다는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하고 있는가?)
한 가지 Objective와 관련하여 짚고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도전적인"이라는 표현입니다. 간혹 이 표현이 OKR에서 제시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를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말은 MBO를 운영하던 시기에도 늘상 해왔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잘 안된 건 사실이지만요. 도전적이라는 건 무작정 거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기업의 EVP 구축"이라는 목표가 있을 때 그 목표는 "적합한 인재의 선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 연결된 하위 목표에 해당합니다. 적합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방향성이 명확해지면 그 방향성에 시간의 개념을 더해 1년 혹은 2년~3년의 목표를 세우게 될 거고 그렇게 세운 목표는 자연스레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겁니다. 우상향 직선을 생각해 보면 직선의 우상향의 최고 지점을 가야 할 곳으로 정해놓은 상황에서 목표가 '유지'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는가? 를 이야기하고 구성원을 탓하기 전에 내가 하는 일이 가지는 가치와 일을 중심에 둔 why를 먼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OKR은 Simple합니다. 개인적으로 MBO보다 OKR을 더 좋게 보는 이유입니다. Simple하다는 건 우리가 한 번에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고려하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OKR을 배우고 OKR다운 목표를 세우는 방법을 별도로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마치 스마트폰을 처음 접해도 조금만 지나면 금세 그 이용방법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들이 일 하는 방식에서 여전히 일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이라는 주어를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죠.
현장에서 보면 OKR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OKR이 제시하는 몇 가지 항목 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 듯합니다. Objective를 이야기하며 '도전적인 목표'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말이죠. 실무자로서 얼마나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OKR이 정말 중요하고 제대로 우리 기업에 도입하고자 한다면 OKR 컨설팅할 때 보여주는 제안서 장표로서 도입 프로세스가 보다 본질적인 단계부터 잡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잘하는 빨리빨리가 적어도 HR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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