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명 정도 되는 회사의 인사평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하여 인사평가를 운영해 왔고, 주로 하향식 상대평가를 실시하여 매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봉인상률 등 개인별 보상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평가결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면평가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 여러 방면으로 검색하고 공부 중인데, 대부분 다면평가의 결과를 보상으로 연계시키지는 않고, 피드백 용도로 참고하기를 권장하더라고요. 혹시 상향/동료평가 결과를 연봉인상 또는 성과급과 연동시켜 보상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을까요?
질문에서 말씀 주신 바와 같이 다면평가는 보상보다는 피드백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종종 다면평가를 '360도 피드백'(360-degree feedback)이라 부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전의 피드백이 하향식의 일방적 피드백이었고,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는 사실 다양한 관점에서 피드백을 제공하여 피드백을 보다 건설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다면평가는 앞서 이야기한 건설적 피드백이라는 기대효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곤 합니다. 개인 경험을 돌아보면 다면평가 피드백을 보고 속상해서 우는 구성원도 있었고, 다들 잘 지냈는데 피드백은 그렇지 않다며 속상해하는 구성원분도 본 적이 있습니다. 수년 전에는 공개적으로 모 기업의 다면평가 문항이 이슈가 되기도 했죠.
인사팀장으로 입사를 하고 평가제도를 설계하면서 다면평가를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제 직속상급자분도 저와 같은 우려를 하고 있었죠. 얼마 후 대표이사님이 새로 오셨고, 인사팀 업무보고를 하던 자리에서 대표이사님은 인사팀에 다면평가 검토를 지시하셨습니다. 일반적인 다면평가, 즉 피드백을 목적으로 하는 다면평가를 보고 드렸고, 돌아온 지시는 보상과 연계할 것이었죠. 그 자리에서 저는 다면평가는 그 평가의 주관성으로 일반적으로 보상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드렸고 대표이사님은 알고 있다면서도 보상 연결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대표이사로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보상은 그 무엇보다 강하게 메시지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면평가 시행 첫 해에는 점수의 10%를 다면평가로 반영하였습니다. 객관식 응답 점수를 환산하여 적용합니다. 아울러 주관식 응답을 보며 객관식 응답 점수를 확인하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점수를 일부 조정했습니다. 사실 대표이사님의 관심은 이 주관식 응답에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에 대한 다양한 실제 데이터를 만나고 싶었던 거죠. 이는 리더들을 통해 전달된 데이터, 평소 대표이사로서 관찰한 데이터 들과 결합되어 인력과 그 운영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다면평가를 점수화하여 보상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은 시행 첫 해에만 진행했습니다. 이후 다면평가는 점수화 대신 다른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우선 다면평가의 객관식 문항은 빈도수를 기준으로 긍정과 부정, 중립의 세 부분으로 범주를 나누어 분석했고, 주관식 문항의 답안은 맥락을 중심으로 재정리를 합니다. 특히 주관식 문항의 답안은 자칫 평가자가 특정될 수 있기에 평가자 6명~8명의 응답을 하나의 문장으로 재작성하여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보고서는 평가위원회에서 활용합니다. 평가위원회는 주요 소수의 경영진들로 구성하며 구성원에 대한 평가결과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기초자료로 다면평가 데이터를 활용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점수로 반영하진 않았지만 평가에 반영되도록 하였고, 평가위원회가 데이터에 기반해 좀 더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전까지 우리는 다면평가 결과를 개별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즉 피드백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놓치고 있었던 건 피드백은 상호작용이며, 건설적인 피드백이 되기 위해서는 기꺼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피드백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문화들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면평가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위 사례에서 저는 다면평가를 데이터 관점으로 접근하여 활용했습니다. 인사평가 결과라는 데이터를 다면평가 결과인 데이터로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다면평가를 보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를 보상에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을까요?
다면평가 제도를 '구성원 피드백'이 아닌 '데이터' 관점으로 바라보고 접근해 보시는 것을 제안합니다. 구성원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그 판단이 잘못될 가능성을 줄이고 구성원 개개인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연봉협상 과정에서 '판단 과정'의 내용들을 전달함으로써 다면평가 본래의 피드백 목적도 일부 실행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