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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디킴 Sep 14. 2021

MZ, 그들이 떠나는 이유

꼭 자아실현 때문은 아니더라.

직원들이 대거 이직하자 우리 포트폴리오가 좋아서 그런 거라며 으쓱! ‘정신승리’하는 분들 있다. 그런데 영혼을 갈아 이룩해낸 눈부신 성과를 두고 그들이 미련 없이 떠나는 이유는 생각해보았는가. 만약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프로젝트든 분명 자기 지분율이 존재한다. 함께한 이들은 누구나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매긴 점수는 꽤 정확하다. 하지만,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은 종종 의외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빛났거나 보고자인 관리자급에게 편중되는 경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쌓여 MZ세대가 민감한 ‘공정성’을 건드린다.        

바쁜 와중에도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짜낸 아이디어가 다른 이나 상층부의 성과로 바뀌어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 그리하여 간부급과 실무자의 연봉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때! 직원 복지가 조직 상층부에만 집중되어 있을 때! 구시대적 인사고과 시스템과 관심법 인물평이 내 운명을 결정할 때! 우리 영건들은 좌절한다.      

나는 남다른 정신세계를 자부하는 집단인 광고회사가 역설적이게도 아주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이라 확신한다. 공정보다 부서 이기주의, 애자일보다 보여주기 식 삽질러 업무 행태, 그 속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은 자들이 고인물도 말라 화석처럼 박혀 있는데 새로운 세대의 눈에 바람직해 보이겠는가.      

일상을 헌납했음에도 연봉을 도둑맞은 기분으로 영혼 탈곡기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느니 노력을 인정하는 보상체계가 갖춰진 곳을 찾아가거나, 적성을 포기하고 차라리 주식과 부동산에 눈을 돌릴 여유 있는 회사로 떠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직급, 나이, 경력을 떠나 에이스는 충분히 대우해 줘야 한다. 우리는 프로다.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나는 실무진 연봉 테이블을 높여주고 임원급 이상은 상한제를 도입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많은 젊은이가 이곳을 향해 달려와 목표를 향해 열정을 다하고 몸담은 조직에서 오래오래 자신을 담금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몇억씩 올라 회사를 취미로 다니는 저세상 세대와 자신의 급여명세표를 번갈아 바라보며 떠날 생각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으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못 들어와서 안달하는 회사를 두고 미쳤다고 짐을 싸겠는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주름과 탈모를 견디며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창조하겠다는 그들의 지갑은 ‘돈쭐’이 나야 옳다.       

광고계 인력난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업무량이 많아서? 미래가 없어서? 광고주가 똑똑해서? 아니다. 자신의 삶은 희생하는 만큼 보상하면 사람이 모인다. 그게 자본주의다. 경력만 쌓이고, 머리는 굳어버린, 터질 듯한 지갑도 제대로 열지 않는, 사람은 또 뽑으면 그만이라는 당신이 바로! 인재들이 기피하는 광고계를 만든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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