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bout scene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광 May 19. 2017

인생은 어려워

유치원 가기 싫은 아이를 둔, 어느 엄마의 인생 교육


9시를 조금 넘긴 어느 오전, 유치원복을 입은 꼬마가 엄마 손을 잡고 길을 걷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꼬마가 엄마 손에 이끌려 한 걸음 한 걸음을 마지못해 떼어 놓고 있다. 꼬마는 엄마 손에 잡히지 않은 다른 한 손을 자신의 등 뒤로 힘껏 뻗은 채 팔꿈치를 굽힐 줄 모른다.


엄마는 그런 꼬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황색과 병아리색이 가지런한 유치원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꼬마의 손을 더 잡아끌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결국, 입술을 앙다물고 땅만 보던 꼬마가 고개를 돌려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볼멘소리를 터뜨린다.


“엄마, 나 유치원 꼭 가야돼?”


“당연히 가야지.”


“안 가면 안 돼?”


“또 그런다! 엄마한테 혼나려고.”


“아아, 나 유치원 안 갈래. 가기 싫단 말이야!”


“하기 싫어도 다 하고 사는 게 인생이야. 알겠니?


“그래도 유치원 가기 싫어. 나 유치원 안 다니면 안 돼?”


“그렇게 따지면 엄마가 제일 먼저 회사 그만둬야 돼! 알아?”


“아아, 나 진짜 유치원 가기 싫은데...”


“쉿!”


“치...”


"쉿!"


꼬마가 다시 땅만 보고 걷는다. 엄마는 앞만 보며 더 빨리 걷는다. 꼬마가 또 한 번 고개를 들어 엄마를 치어다보다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의 발밑으로 시선을 옮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물고기'라는 낯선 호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