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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광 Mar 18. 2018

나만의 잡스러운 순간들

瞬間. 눈 깜짝할 사이.

누구나 자기만의 순간이 있다. 눈 깜작할 사이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문득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스며드는 듯한 그런 순간. 작은 몸에 갇혀 지내던 의식이 또 다른 차원으로까지 연결되는 듯한 착각마저 이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비와_가로등

비 오는 날, 괜히 가로등 아래 멈춰선다. 불빛을 올려다본다. 무수한 물방울을 멍하니 바라본다. 빗방울마다 불빛을 머금다. 유치하게 '빛방울'이라 이름을 붙인다.





#눈처럼_내려앉는

함박눈 내리는 날, 허공을 가득 메운 눈송이를 바라보다 문득, 떨어지는 눈송이들 중 단 한 송이에만 집중한다. 눈송이 하나가 천천히 지상에 착륙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눈동자가 그 눈송이의 궤적을 좇는다. 어디서부터 낙하를 시작했을까, 수평거리로는 얼마나 이동했을까, 종착점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을까 등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가다 그만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내 몸도 같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눈_녹는_소리

눈 쌓인 산속을 혼자서 걷는다. 다른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지나는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끝 모를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친 나머지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씩씩대던 숨소리가 잦아든다. 사방이 조용해진 그때 자연의 소리가 깨어난다. 틱, 틱, 탁, 조르르, 주르르. 햇살에 눈이 녹아 흐른다.





#달이_어느새_저만치

다른 누군가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앞으로 내다보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 한가운데 달이 휘영청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옆자리 그대와 이 말 저 말 주고받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어느새 달이 저 건물 너머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낭만에 젖어든다. '우리가 여기서 함께하는 동안, 달이 어느새 저만치 움직였다니.'





#내_머릿속의_한지

글자를 너무 많이 읽은 날이면 이따금 편두통을 앓는다. 나는 활자랑 안 맞는 사람인가, 라고 괴로워 하다가도 한번씩 '뽕' 맞은 것 같은 날들이 있다. 책이든 신문이든 활자들이 손에 손잡고 이어지는 그 무엇이든, 보는 대로 이해되고 읽는 대로 모조리, 모든 글짜가, 쉼표 하나하나까지도 머릿속에 스며드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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