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에 끌려갔을때 빠져나오는 법
서울에 와서 충격적인 것들 중에 하나는 "사람들" 이었다. 나는 서울에 와서 생활하면서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일들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으며, 신문에서 보던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공공기관에서 일할때 같이 밥을 먹던 언니와 친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옥상돌난간에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던 내가 위험해보였던 걸까? (지금생각해보면 안무서웠나 싶다) 넓은 난간에 낮은 건물이지만 생각없이 앉아있던 나는 말그대로 "정붙일 곳이 필요했다"
같이 일을 하던 언니는 혼자 사는 내가 매일 편의점 도시락을 사오자 나에게 집반찬을 나눔하였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산책할때마다 한번씩 말하는 "언니 도 닦잖아" 라는 말을 농담처럼 흘려들었다.
아,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를 닦아야 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일을 한지 반년이 흘러갈때쯤 언니는 주말에 자신의 집에 와서 파스타를 해먹자고 했다. 그때 무슨 정신으로 간다고 했을까. 나는 흔쾌히 간다고 했다.
언니는 신림의 고시원에 살았다. 오피스텔형 고시원이었다. 그때 나는 신림 고시원에 사는 친구가 몇 있어서 그 동네가 낯설지는 않았다. 언니의 집에 방문했을때 언니는 마트에서 사온 "토마토소스"를 면에 붓고 있었다. 나는 내심 실망했다. 아니 고작 만들어진 파스타를 데워서 먹자고 나를 부른건가? 싶었다.
잠깐 앉아있으라는 말에 나는 언니가 서서 조리하는 부엌을 지나 방으로 갔다. 부엌과 방이 합쳐진 개방형 원룸이었다. 방에 앉아 둘러보던중 특이하게도 책상위에 이불이 개어져있었다. 책상은 의자가 없었다. 나는 그 점이 제일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상함을 느꼈다.
책상 위에 이불이 개어져있다는 것과 의자가 없다는 것은 책상을 책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인데, 이불을 둘곳이 없어 책상 위에 얹어놓은 것도 그렇고, 뭔가가 이상했다. 그러면 '책상을 빼야하는게 맞지 않나?'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용도가 다른 것이었다)
언니는 파스타가 다 되었다며, 상이 없으니 옆집에 가서 빌려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탁자가 없구나 를 알게 되었다.
탁자를 빌리러 간다던 언니는 생각보다 빨리 탁자와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는 탁자만 빌리기 미안해서 아는 언니인데 같이 와서 파스타를 같이 먹어도 되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별 의심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같이 일하던 언니와 나 그리고 언니의 아는사람 이렇게 3명이서 탁자에 둘러앉았다. 그리고 파스타를 먹으러 온다던 언니의 아는 사람은 검은 치마양복을 입고 가방을 매고 나타났다. 누가봐도, 옆집에서 탁자를 빌려주다가 온 차림새는 아니었다. 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걸 느꼈는지, "아, 면접 보고 오는 길이어서" 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파스타를 기다렸다. 분명 면을 삶아서 소스만 부으면 되는것인데. 후라이팬에서 파스타가 불어가고 있음을 느끼는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면에 소스가 베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의 아는 언니는 나에게 손금을 봐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철학을 공부해서 관상과 손금을 조금 볼줄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손을 달라고 했다.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 "손금은 보는 사람이 복을 가져간다" 라는 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금은 함부로 보는게 아니다. 라는 말도 들었던지라 손을 보여주기 꺼려했다. 잠깐 보여주고 그러고 빨리 파스타를 먹자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관상으로 주제를 돌렸다.
그러다가 나에게 "초년이 좋고 부모덕도 있는데 중년이 잘 안풀리네" "살이 많아. 본인도 그렇다는 소리 종종 듣죠?" 라고 물었다.
"네? 살이 뭐에요?"
"화같은거야"
불연듯 며칠전에 언니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언니 도닦잖아. 이것저것 세상공부하는거거든. "
"아~ 그래?"
"응 ~ 사람 관상도 보고 만물의 이치를 공부하는거야"
"그렇구나"
나는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 크게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냥 관상공부를 하나 보다 라고 생각했을뿐. 그런데 현재 내 앞에서 만물의 이치와 우주의 기운을 운운하면서 나의 기운이 좋은데 지금 액이 꼈다는 소리를 하는 이 눈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강유미가 유튜브에서 진짜 묘사를 잘했다) 오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나는 출입구를 살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제치고 뛰쳐나가면 나갈 수 있을것인가. 아니면 문 밖에 더 많은 인원이 있는건 아닐까.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서 조상님들을 좀 달래줘야해. 액운도 내 쫒고"
"무당인거에요?"
"아 그런건 아니야"
"근데 우리집은 크리스천이라 할아버지때부터 모태 신앙이라 제사 안지내요"
"그런 일반적인 제사와는 달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으나 그 순간 나는 책상의 용도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제사를 지내는 제사단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언니들은 내 팔을 붙잡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오마이갓. 나는 본격적으로 무서워지기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것을 티내는 순간, 혹은 약한것을 티내는 순간 아마 잡아먹힐것이다. 최대한 나는 침착한척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에 동조도 하지 않은채 현관문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는 집에 엄마가 오기로 해서 가봐야겠다고 했다.
아마 우리 엄마가 새벽마다 기도를 나가서 일까.
의외로 순순히 그들은 나를 풀어주었다.
허둥지둥 그 언니의 집을 나와 데려다 주겠다며 같이 일하던 언니가 따라붙었다. 다행히 문밖에는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그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땠어?"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무서웠어."
그러자 그녀는
"하나도 안무서워 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속으로는 안심을 했다. 티가 안났구나. 아니면 안났다고 말하거나. 그래서 아빠가 데리러 왔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고 서둘러 그녀와 헤어졌다. 돌아서는 척 하던 그녀가 전봇대 뒤에서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