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탈출해야합니까?
35살, 포기가 빠른 나이 #1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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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당역에서 결국 택시를 잡아탔다. 아니 서있는 택시를 탔다고 해도 무방했다. 주소를 말하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요금을 켜지 않았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아저씨는 "아가씨, 이 택시 수원택시라 기본 2만원으로 가는데" 라며 룸미러로 나를 힐끗 쳐다봤다.
사실상 내가 가는 거리는 사당역에서 택시를 타면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었다. 위치를 찾지 못해서 좌표를 찍고 가려는 것 뿐인데, 잘못걸렸구나 싶었다. 하지만, 면접시간이 30분도 안남았고 나는 그냥 조용히 있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신이 나서 달렸다. 15분이 걸릴 것 같던 거리는 단 10분도 되지 않아서 도착을 하는 듯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기본요금이 쌀때여서 10분 거리를 뛰고 2만원이라니! 아주 호구를 잡았다고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신고를 한다느니 싸울 각. 그리고 취준생에게 2만원이라는 거금을 뜯어가다니. 너무 분했지만, 나는 취업을 하기전이나 큰 일이 있기전 꼭 나를 하늘에서 시험하는 것 처럼 모르는 사람과 갈등을 빚을 위기가 닥쳐왔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부당한 일을 당하는게 화를 내야하는게 맞지만, 어쩐지 부모님도 큰일을 앞두고는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으면 일을 그르친다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안전제일주의' 이고, 나 또한 그렇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 택시아저씨를 붙잡고 왈가불가를 할 시간이 없었다. 골목골목을 구비 돌아서 결국 그렇게 회사에 도착했다. 왜 분명히 지도 좌표를 찍고 찾아올때는 못찾았던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 바로 앞에서 택시를 내리면 회사사람들과 마주칠까봐 회사를 지나쳐 조금 거리를 두고 택시에서 내렸다. 아저씨는 아까 그 지나온 건물이라고 알려주었다.
내가 찾아간 주소는 다른 사진관 건물이었다. 내가 어디에다가 지원을 한거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마침 계단을 황급하게 내려가는 20대의 남자 모습이 보였다.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탈출하려고 급히 계단을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철문앞에 당도했다.
머릿속에서 "취업사기" "다단계" 로 불리던 뉴스가 떠올랐다. 혹은 이상한 '종교단체' 인건가.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쩐지 햇볕이 들지 않아 서늘한 지하실 같은 공기가 느껴졌다. 파티션 덕분에 일하는 분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면접보러 왔습니다" 라고 말해도 샐죽하고 쳐다보는 사람 1명만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는 말에 회의실로 보이는(하지만 오픈되어 사무실 정중앙에 놓여져있는) 테이블에 앉아 사무실 분위기를 살폈다. 밖보다는 어두웠지만, 햇빝이 완전 차단되는 건 아니었다. 불투명 창문으로 빛이 보였다. 건물이 북향인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건물 자체가 사진관 건물이었다. 빛이 안드는 북향으로 지어진것도 너무 당연했다.
얼마나 대기를 해야하는지 몰라서 핸드폰도 보지 못하고 멍하니 사무실을 보고 있었다. 조금 열린 방문 사이로 일하는 사람들이 몇명 보였다. 다른 방은 문이 없었는데 오픈된 사무실이었다. 불이 꺼져있던 구역에도 사람이 들어오자 불이 켜지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타자소리가 들렸다. 탕비실은 오픈되어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싱크대만 보였다. 신기하게도 밥솥이 있었다. 전기밥솥이 있는 걸 보고 '밥을 해먹는다는건가?' '고시원처럼 밥은 무상인건가'를 생각하던 중에 허겁지겁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기다린것보다 면접은 빨리 끝났다. 잔뜩 뽑아져있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젤 위에 내가 썼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글 써봤어요?" "내가 일을 많이 시켜서 힘들꺼야." "옷 편하게 입고 와요. 여긴 자유복장이야" 라는 말을 끝으로 면접이 끝나고 팀장은 다시 회사를 박차고 나갔다. 출장이 잦은 회사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이 떠난자리에 나이가 있어보이는 여자직원분이 "대표님 면접 (2차면접)을 봐야 하는데, 김팀장님 왜 정리를 안해주고 가는거야. 일단 내일부터 나올수 있어요?" 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쩐지 의심쩍어 생각할 시간을 벌려고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다음주'부터 출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세상 온갖 짜증과 함께 훈계가 이어졌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알겠다면서 "이번만이야. 또 그래봐!" 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나에게 "알겠다" 라고 했다. (후에 그녀의 정체가 밝혀진다.) 무엇이 이토록 화나고 짜증나는지 모르겠으나 이번만이라는게 나를 지칭하는지 다른 어떤일을 지칭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가 김팀장이라는 사람보다 상사구나 라는 짐작만 했을뿐.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벌어놓은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찝찝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고 걸어나오는데, 지원했던 메이저급 신문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