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포기가 빠른 나이 #3

선택은 차선보다 차악을 피하는 길

by L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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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출발선상에 우리나라는 참 많은 조언들을 해준다.

그런데 함정은 내가 원하지 않는 '카더라' 조언이다.

이상하게도 출발선상에 선 사람들은 그 카더라 조언이 자꾸 목에 걸린 약처럼 답답하게 신경쓰인다.


내가 출발선상에 설때에도 그런말들이 있었다

"첫직장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대기업을 갈 수 없다"
"대기업에 가면 남들보다 젊은 나이에 퇴사를 해야한다"


물론, 없는 말도 아니고 아닌말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 맞는 말도 아니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다이어트 수칙처럼 나에게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다.


내가 출발선상에 있을때도 그런생각이 많이 들었다. 졸업반일때 인턴지원으로 대기업 최종면접과 그 직전에 2번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조금만 노력하면 공채에 무조건 합격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내가 졸업반일때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삼성은 3번밖에 지원을 할 수 없데. 그 이상은 무조건 서류에서 탈락이야"


나는 이미 2번의 기회를 썼고, 1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빈 자소서를 채우기 위해 여러 활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삼성을 빼놓고 다른 기업들을 다 넣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메이저급 큰 신문사에서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온것이었다. 나는 단정하게 옷을 준비하고, 늦지 않게 미리 회사 근처도 답사를 하고 면접준비를 했다.


그런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장소는 그 큰 신문사 건물이 아닌 근처의 작은 건물이었다. 건물 간판에는 신문사 이름이 적혀있었다. 분소라고 했다. 거기서부터 이상했던걸까. 부장이라고 나온 사람은 큰 신문사다 보니 분소가 많다고 했다.


분소
사전적 의미는 본부(本部)에서 갈라 따로 설치한 사무소를 말하며, 치안수요가 적은 지역에 설치하는 최일선의 경찰기관이다.


어쩐지 그 말이 옛스럽게 느껴졌다. 요즘도 '분소' 라는 말을 쓰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이라 옛날 말투를 가지고 있겠거니 생각했다. 내가 학교를 다닐때는 한문교육도 꽤나 성행하고 있어서 한자를 외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신문에서 한자를 읽을 수 있음과 없음의 구별이 지식인을 가려내는 척도였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열댓명이 넘어 보였다. 4명씩 나눠서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걔중에는 '분소'라는 말에 머리를 기우뚱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의식해서 인지 면접을 보러 들어간 자리에서 부장이라는 사람은 '분소'는 요즘말로 하면 '지사'라고 했다.


지사
본사에서 갈려 나가, 본사의 관할 아래 일정한 지역에서 본사의 일을 대신 맡아 하는 곳

분소가 지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지사' 라고 하자 수긍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데 면접은 약간 특이했다. 먼저 신문을 각자 1개씩 주면서 읽으라고 했다. 그 후에 소감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소감을 듣고 난후 이제 다시 '광고' 부분을 보라고 했다. 그래도 그때는 신문광고가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러자 면접 분위기는 금새 부장의 프레젠테이션처럼 변했다. 그 부장의 말에 의하면, 우리 사무실은 메이저 신문사와 같다. 한부분임을 강조했고, 모든 직업은 신입사원들은 "영업직"에서부터 경험을 해야해서 우리 부서로 온것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기업들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모든 부서의 일을 경험해보라며 영업을 체험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면접을 보고 있던 곳은 신문사의 "기자" 시험을 보러 온것이 아니라 "영업지부"에 면접을 보고 있던 셈이었다.


그리고 이내, 부장은 영업직은 자신이 노력하는 것에 따라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침을 튀겨가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위를 막론하고 노력여부에 따라 실적에 따라서 월급이 달라진다고 했다. 기본급은 작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광고를 1개만 따와도 노력여하에 따라(라고 말하고 금액여부에 따라라고 읽는다) 월급이 몇천이 될수도 있고 이렇게 1개씩만 따와도 연봉이 억대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막학기에 시청에 인턴으로 일할때 같이 밥을 먹던 타 과의 인턴언니를 따라간 집이 "도를 아십니까" 였을때가 떠올랐다. 옆을 돌아보니, 같이 면접을 보러온 여자분과 남자분은 멍하니 부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모두가 나처럼 젊은 나이였고, 까만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차림을 하였으나 어딘가 어설픈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간판에 속아 지원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러고 면접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부장이었다.


"내가 면접을 보니 특별히 재능이 있어보여서 따로 전화를 했어요. 조금만 열정을 보여주면 아주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내일부터 출근해서 나랑 다니면서 억대연봉 만들어 볼래요?"


이 말은 특별한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취업준비생에게 "너는 재능이 있어보인다. 이것만 좀 다듬으면 될것 같다. 잘해보자." 라는 말이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인가. 아마 신입사원들에게도 마법이 될 말이다. 나는 그말에 홀려 "생각해보겠습니다"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강조하는 '억대연봉'에서 나는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긴 여정을 함께 떠나자는 말이 나를 아득하고 깊은 바다로 출항하는 새우잡이배에 끌고 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나는 영업직의 '영'과도 맞지 않는 사람이었고, 사회초년생이 억대연봉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나는, 그 건물에 들어설때부터 내가 잘못왔구나를 알았다.

하지만, 저들은 나의 이력서에 쓰인 신상정보를 다 알고 있으니 "안전이별"을 택하기로 했다. 그냥 잠수를 탈까 수신거부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다음날 용기를 내서 전화를 했다.


"부장님, 따로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회사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이번에은 제가 개인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말에서 사실인것은 1도 없었다. 부장은 개인사정이 뭐냐며 다그쳤고, 열정만 있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일한만큼 돈으로 돌아오는 정직한 회사임을 강조했다. 나는 대충 지방에 있는 집에 내려가게되었다는 핑계를 대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전날 면접을 보았던 탕비실에 밥솥이 있던 그 회사를 다시 검색해보았다.

서울에 남고 싶었다.

첫 직장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대기업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이 걸렸지만, 그래도 일단 돈을 벌어야 서울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심쩍은 구석은 있지만, 신문광고영업회사보다 덜 의심쩍은 회사의 구색은 맞추어진 사무실은 있는 대행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선택은 최선의 것도 아닌

차선보다 차악을 피하는 길로 가게된다.

투표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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