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 압도되지 않도록 높이를 조정하자
처음 이직을 생각할 때에 생각했던 여러 직업들 중에서 2가지를 선택해
그 직업 혹은 직무에서 일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방법을 통해서 찾아봤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열정이 생기고 매일 하루하루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나의 몸은 그 반대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뭔가가 잘못됐다.
예를 들면 나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채 한학기도 다니지 않은 상태에서
수능 시험지를 보고 내가 얼마나 처참한 수준의 학생인지, 그리고 앞으로 이 수능에서 점수를 얻기 위해서
앞으로 3년간 매일매일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멘탈이 무너져
당장이라도 학교를 벗어나 나는 공부와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와 자기 합리화로 공부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싶은 17살의 학생의 심정은 아닌지...
유튜브와 SNS, 블로그와 브런치 인터넷만 있으면 쉽게 연결하여 찾아볼 수 있는 정보 속에는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
내 나이대에 이미 남들과 다른 연봉을 받거나 경제적 자유를 얻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읽게 된다.
그러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 경험을 무시한 채 아주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제 달려가야지'하고 바닥에서 땅을 짚자마자 저 위 까마득히 구름에 가려,
언제 도달할지도 모르고 도달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정상이 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저 목표에 내가 도달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지?'
'그냥 지금의 위치에서 힘들지만 꾸준히 열심히 일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3개월, 아니 6개월 동안 공부하며 다른 일을 준비해보자' 등등...
아주 머나먼 길로 돌아가다 방향이 선회되거나(혹은 잃어버리거나)
혹은 모든 걸 포기하고 A Side에서는 단순 안정적 월급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B Side(취미, N잡, 관계, 투자 등)에서 자아성찰 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경제 수단을
찾아보겠다는 처음의 문제적 상황으로 돌아가버리는 결과가 도출된다.
최근 꾸준히 몇 챕터씩 읽고 있는 레이 달리오의 '원칙'에서는 일의 원칙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현실을 수용하고, 현실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실용적이고 아름답다.
실용적이지 못한 이상주의를 경멸하게 됐다. 내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나는 꿈이 실현될 것을 믿는다. 나에게 꿈을 이루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꿈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의 풍미를 더한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은 게으른 몽상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철저히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극사실주의자가 되는 것은 현명하게 꿈을 선택하고,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서 레이 달리오는 꿈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현실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수용이다.
나는 아직 내 부족한 능력에 대해 수용하지 못했고,
앞으로 내가 원하는 직업 혹은 직무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할 고통과 시련에 대해 수용하지 못한 상태이다.
누군가는 천성적인 폐활량과 신체적 능력으로 어떠한 노력 없이 단순히 장비만으로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 가능한 사람도 분명히 지구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이미 고1 전부터 온갖 선행학습과 천재적인 암기력과 이해력으로
단 2개월 만에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 친구가 그랬다.
그러나 지금 초보 등산가로서 내가 현재에 목표로 해야 할 산은 히말라야에 있는 산이 아니라
지금 내 가장 가까이, 그리고 쉽게 정상에 등반할 수 있는 아차산이다.
17살 고1 학생인 나의 지금 당장 목표로 해야 할 시험은 11월에 있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니라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중간고사와 수행평가가 가장 중요하고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지금은 단기적으로 어떤 목표를 이뤄야 하는지 조금은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그리고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