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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ziiii May 21. 2024

반복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

즐거움도 반복되면 지겹습니다



즐거움도 반복되면 지겨워진다



좋아하는 것도 매일 반복되면 점점 지겨운 모서리 끝으로 밀려난다. 어릴 때, 소중한 것을 아껴서 두고두고 간직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몰랐다. 음식이 달면 한번에 몰아먹거나, 피곤이 눈 밑까지 차오르면 급하게 잠이 들곤했다. 2년 전 쯤 회사를 퇴사하고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계단 위에 딱 하나 요가만 올려두었던 기억이 난다. 



요가할 생각에 행복해하는 나를 보며 당시 언니가 요친자, 요가무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지금에서 보면 당시 나는 이 세계에 발끝만 담군 요기니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요가를 이어가며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에 지도자 과정을 선택했다. 요가물에 발끝을 지나 발목까지 담군 순간이었다.



이 세계가 너무 무궁무진한 것이 마음 끝까지 차오르고, 같은 마음을 업고 온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은 행복으로 꽉꽉 들어찼다. 감정이 가득했던 순간이 많아서인지 감정이 조금씩 옅어지자 추억도 점점 뒷페이지로 밀려났다.



과정을 끝내고 다시 회사도 다니고, 스터디도 하고, 특강도 들으며 빈틈없이 요가로 가득 채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가 주위를 반복해서 돌아가는 생활이 점점 권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요가도, 일도, 삶도 전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지겨운 색이 점점 짙어질 때 일주일 정도 요가를 빈칸에 두었다. 잘 작동되던 것들이 갑자기 중단되면 불편을 느끼듯 생활에도 어색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몸은 기름칠을  바른듯 부드럽고 편안했다. 딱 하루 이틀까지만 그랬다. 삼사일을 넘어가면서 게으름이 몸에 계속 달라붙으면서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달리는 내내 코와 입으로 채워지는 공기가 너무 시원했다. 나태한 것들이 약간은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느꼈다. 



그래도 개운한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다시 요가를 펼쳐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또 다시 요가 주위를 계속 돌아가며 수련을 했다. 하다가 또 권태로움이 찾아오면 다른 요가원을 간다던지, 새로운 요가를 접하던지, 같이 뭔가를 하는 등 새로운 장면으로 채워넣었다.



결국 뭐든 반복되는 것 투성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자리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마음에 새겼다. 요가뿐만 아니라 일도, 삶도 같은 계열의 색으로 칠하다보면 마음에 무미건조함이 가득해진다. 그래도 흑백으로 놔두기 보다는 새로운 색상을 채워내면 조금더 다채로운 경험으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당장의 기분과 감정 상태로 멈춤을 택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방향, 색, 배경 등을 찾아가면서 본질을 조금 더 다양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온 것들은 단단한 밑동이 되어서 한꺼번에 쓸려온 감정 앞에서도 뿌리깊게 고정되어 있다. 삶의 밑동이 단단해질 수록 뿌리들은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게 된다. 




앞으로도 열심히 수련하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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