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융이 Dec 06. 2018

호불호에 대하여

나의 취향이란

희한하게도 이곳(리치몬드)의 일식집은 꽤 많은 곳이 한국인에 의해서 운영된다. 이곳에서도 가격 대비 맛이 좋다고 여겨지는 곳은 한인 분들이 운영을 많이 하시더라. 포장해오기도 편리하고, 한국식 초밥을 좋아하는 내게는 무척 좋은 별미라 여겨진다. 그래서 가끔 동생이나 친구들과 초밥집에서 주문한 음식을 찾아와 먹곤 한다.

하루는 동생과 초밥을 집으로 싸와 먹는 중이었다. 귀찮게 이것저것 고르기 싫었던 나는 이것저것 섞인 Specail Lunch라는 메뉴를 시켰다. 한국으로 치면 '모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것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구성된 터라 내가 원하는 것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대로 섞여 있더라.

양이 많은 편이라 동생과 나누어 먹는데, '새우초밥'이 남았다.


"언니, 새우초밥 들어."

"아...... 나 이거 안 좋아해. 너 들어."

"언니, 새우초밥 안 좋아했어?"

"새우초밥만이 아니라, 새우를 안 좋아해. 남은 새우튀김도 네가 먹어."


각자 결혼해 살다 잠시 다시 함께 지내게 된 동생과 나는 지난 기간 꽤 서로의 다른 영역이 생긴 듯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들도 생기고. 그리고 또 한편으론 나이가 들며 견고해진 '취향'도 한몫했으리라. 동생이 모를 만도 했던 것이, 내가 새우를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문득 각자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점차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각자의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꽤나 견고한 자신의 성을 구축해놓은 것은 아닌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호불호'가 무척 분명해져만 갔다. 과거의 나는 '호불호'가 뚜렷하다기보다는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함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호'도 아닌 '불호'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게 된 듯하다.


'~싫어', '~안 좋아해', '~ 별로야'라는 식으로 나의 취향을 주욱 열거하면서 내가 과연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아무리 고민해도 나는 별로 좋아하는 게 없다. 대부분의 싫은 것들 중에 싫지 않은 것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며,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


'나는 왜 이다지도 싫어하는 것들만 많아진 것일까?'


자꾸만 부정어들을 나열하는 것에 나 자신에 대한 불호감이 늘어갔다. 마찬가지로. 그래서 호감의 감정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 중이다. 그저께 동생과 함께 새우 초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지금까지 과연 나의 '호'는 어디에 있을까? 종이에 끄적여보기로 했다. 싫어하는 것이 많다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어지간히도 떠오르지 않는 바람에 나의 종이는 꽤나 깨끗하다. 아직 몇 자 적지 못했기 때문에.


'엄마, 나 ~ 좋아요' '~해주세요', '~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세상이 밝음으로 가득한 아이들이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요구를 한다. 복잡한 생각을 담아 아이들을 보며, 한편으로 참으로 부럽다. 저 나이 때 나도 저랬겠지? 세상에 온갖 것들에 호감을 담아 아름답게 보지 않았을까?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딱히 찾기 어려운 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메말랐고, 안타깝기도 하다. 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감각의 샘들이 말라간 것일까.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울 따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