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마이너 하키리그 등록하기
외국인은 어떻게 캐나다 마이너 하키리그에서 뛸 수 있는가?
매주 수요일, 적어도 목요일에는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글이 늦어지고 있다. 지금은 또 막 토너먼트가 끝났는데, 빅토리아 데이(Victoria Day)라는 캐나다 연방 공식 지정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링크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살아야 했다. 그것 때문에 글이 늦어졌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좀 하고 싶다. 이번 토너먼트는 유독 힘들었다. 4일에 걸쳐서 있었고, 희한하게도 평소보다 팀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하키는 팀 운동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의 잘못은 아니지만, 무언가 아이들이 제 실력을 내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했던 경기를 관전하느라 몸도 마음도, 그리고 무엇보다 실망한 아이들을 위로하느라 지쳤다.
자, 그럼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 하키 등록과정을 이번 글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하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와 아이들은 아직 외국인 신분이었다. 정확히는 아이들이 캐나다에 유학 온 유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동네에서 마이너 하키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렵기도 했다.
여기는 하키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지역과 도시마다 대표 마이너 하키 팀들이 있고, '하키 캐나다(Hockey Canada)'라는 상위 조직 아래 소속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하키 캐나다는 캐나다 연방 전체의 하키를 관할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밴쿠버를 포함한 서부 해안가 지역은 PCAHA Hockey, Pacific Coast Amateur Hockey Association 소속이다. 이 기관을 통해서 우리 지역의 하키 리그가 운영되고, 팀의 레벨이 결정되고, 게임 일정 및 순위도 정해진다. 그러므로 관할 기관의 규칙을 잘 이해해 준수해야만 한다.
캐나다 마이너 하키 팀 대부분은 사설 기관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자원봉사와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운영된다. BWC(Burnaby Winter Club)나 Northshore Winter Club 등의 사설 기관도 있지만, 비용이 비싼 편이라 대부분은 일반 마이너 하키 팀 소속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심지어 아이들 부모들이 코치, 매니저를 모두 다 맡아서 한다. 물론 부모들 중에 전직 NHL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완전 아마추어라고 치부하기엔 수준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어쨌든 대다수는 많은 돈을 내고 수업을 듣는 레슨이 아니라 정말 동네에서 아이들이 모여서 하키를 즐기기 위해 구성된 지역단체라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다른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하키를 잘하는 지역 하키 팀에 지원해서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사는 곳을 기반으로 해서 하키 팀을 등록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밴쿠버에 사는 친구라면 밴쿠버 팀에 등록을 해야 하지, 써리나 랭리 팀에 임의로 등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외국인인 우리가 들어갈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언가 한국 조기축구회에 외국인이 참여하겠다고 와서 등록하는 모양새? 그것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 형태라, 영어도 잘 못하고 하키에 대해 아는 바도 없는 외국인인 내가 할 수 있는 게 유독 없는데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결론적으로는 외국인 선수 등록을 받기도 하고, 현지 아이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물론 등록과정이 쉽지는 않다. 현지인에 비해 내야 할 서류도 많고 증빙해야 할 것이 많았다.
단편적으로 캐나다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가진 다른 아이들은 한 번 등록하면 하키 캐나다에서 발부하는 하키 ID를 통해 그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등록이 쉽다. 하지만 외국인은 매년 하키 캐나다에 서류를 보내서 임시 ID를 승인받고 그 해에 한해서 활동할 수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외국인 신분이니 충분히 합리적인 방침이라 생각은 든다. 하지만 매번 등록할 때마다 서류를 줄줄이 준비해 내는 수고를 몇 년을 하다 보니 조금은 질린 감도 있고, 한편으로 그저 익숙해진 감도 있다. 지금은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한 번 발부된 하키 ID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어렵게 등록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정말 편하다.
어쨌든 등록할 때마다 나는 우리 지역 하키 조직의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국제 학생으로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학생비자, 여권 사본, 영문 출생증명서, 렌트 계약서 전체, 거주를 증명할 수 있는 가스나 전기세 등의 영수증, 하키 등록 신청서, 국제 하키 플레이어가 이동한다는 서식 2종류와 하키를 해도 된다는 부모 허가서 등이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학교에서 받은 입학 허가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걸 매년 내다보니 나도 뭔가 익숙해졌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출하던 때에는 특별한 대화나 문의 없이, 미리 준비해서 메일링하고 하키 ID 활성화를 다시 받은 것 같다.
서류 종류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지역 학생들도 거주지 증빙 서류는 제출해야 한다. 아까 언급했던 것과 같이 지역주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쨌든 외국인으로서는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훨씬 많은 건 사실이다. 또 등록비도 있다. 한 해의 하키 정규시즌인 대략 7개월의 기간 동안 한국 돈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낸다. 이 돈으로 스킬 세션 등을 진행하고, 아이스 링크 사용료 등을 제한다. 혹시 부담스러워하는 가족을 위해 3번에 나눠내는 제도가 있기도 하다. 여기에 팀마다 따로 팀 비용을 받는다. 토너먼트에도 돈이 들고, 게임마다 심판을 봐주는 심판-심판도 하키를 하는 아이들이다-들에게도 돈을 내야 한다. 팀이 아이스 링크를 빌려 연습을 하는 것도 모두 이 팀 비용 안에서 이루어진다. 어쨌든 서류와 등록비를 내어 등록을 마치면 그래도 하키 활동은 똑같은가? 대체로 똑같다. 지역을 대표하는 Rep팀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동네 취미 하키라 할 수 있는 House에서는 차이가 없다.
거주 지역의 대표팀이라 할 수 있는 Rep팀은 여기로 초등학교 4학년, 대체로 만 9살이 되면서 될 수 있다. 그냥 나이가 찼다고 전부 되는 게 아니라 Tryout이라는 심사를 거쳐서 잘하는 애들이 선발된다. 이들은 게임도 많이 하고 스킬 세션도 더 전문적으로 받기 때문에 하키를 좀 더 진지하게 한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Rep 팀이 House 팀에 비해 하키도 더 잘하고 이들이 하는 경기가 더 재미있는 편이다. 외국인이 대표팀이 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긴 하다. 과연 외국인이 그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만 어린아이 입장에선 이걸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같이 하키를 하던 같은 팀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House 팀에 들어가길 좋아할 리 없었다. 게다가 우리 아이는 하키를 꽤 잘하는 편이었다. 물론 둘째 아이다. 첫째 아이는 House 팀도 본인 취향에 맞지 않다고 3년 만에 하키를 관두었다. 어쨌든 대표팀 선발 이전 Hockey 2부터 4-하키 나이대별 팀 구분은 다음 편에 설명할 예정이다-까지 우수한 편이라 칭찬을 듣던 아이는 친구들과 똑 떨어져 자기 혼자 하우스 팀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의 고생길이 시작된 것 같다. 하키맘이 되는 길은 길고도 긴 가시밭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