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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Jun 13. 2018

캐쉬 온니, 노 크레딧 카드

항상 현금을 지참할 것

  홍콩 친구와 하루는 홍콩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전 만남에서 그 친구가 밥을 사주었던 터라, 이번 차례는 ‘내가 쏘는’ 차례였다. 밥을 다 먹은 후 계산서를 요청하고 계산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서버가 갑자기 뭐라 뭐라고 하는데, 알아듣지 못하겠더라. 서버의 영어가 썩 능숙하지 않기도 했고, 홍콩 사람들이 갖는 특유의 영어 발음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나는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빤히 서버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홍콩 친구가 현금을 꺼내며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하더라. 그 서버의 말은 카드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몰랐다. 자세히 보니, 곳곳에 써둔 안내문이 눈에 들어오더라.


‘Cash only No credit’


  나는 한국에서 주로 카드를 쓰던 습관이 있던 터라 이곳에서도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특별히 현금을 쓰던 경험?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카드 결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습관 덕에 여전히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덕분에 결국 이번에도 홍콩 친구가 다시 밥을 사고 말았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조금 의아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대놓고 현금을 요구해도 되는 것인가?’


한 음식점의 계산대와 입구의 사인물/ 밖에서도 크게 붙여두곤 한다.


  한국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던가? 아마 신용카드 거부, 현금결제 유도, 수수료 전가 등은 모두 불법행위라고 해서 금융감독원에 민원제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국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던 곳을 쉽게 만난 적이 없었다. 게다가 현금 결제를 한다고 할 지라도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했다. 완벽히 현금만 결제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여겨진다. 물론 간이로 연 노점 같은 경우는 예외적이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 친구와 함께 갔던 그 홍콩 식당은 생각보다 큰 규모의 음식점이었다.


  식당에서의 에피소드가 있을 당시는 거주 초창기였기 때문에 현지 사정에 많이 어두웠던 상태였다. 그 후 나는 곳곳을 다니면서 유심히 안내문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곤 했다. 입구에서부터 크게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고 써 붙여둔 곳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음식점 등이 대체로 많았는데, 중국음식, 베트남 음식, 인도 음식 등과 같이 소규모의 전통 색이 있는 음식점들, 혹은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는 꽤 다수가 현금만을 받곤 했다. 상대적으로 캐나다 현지식(캐나다에 현지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대적으로 웨스턴 음식에 가까운 음식점들)을 다루는 곳에서는 현금만 요구한다고 써둔 곳이 없긴 했다. 그리고 가끔은 카드 결제는 수수료를 내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현금을 찾아와 결제하기도 한다. 문득 의문이 들더라.


베이커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인물. 이곳에서 맛있는 제과점은 다 중국인 소유인데, 대부분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도대체 왜?’


  잘은 모르겠지만, 시청 앞에서도 버젓이 입구 밖에 현금만 받는다고 써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딱히 불법은 아닌 듯하더라.(잘은 모르겠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듯 했다.) 이것도 일종의 ‘자유’의 개념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수단으로 결제를 받는 것은 받는 사람 마음인가 보다. 물론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감은 이곳 사람들도 같이 느끼는 것 같긴 했다.(이건 만국 공통인 듯. 카드가 가능한 곳에서도 현금으로 계산하면 주인분들이 좋아하시긴 한다.) 하지만 이를 잘못 악용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은 있다고 하더라. 세금신고 같은 경우. 현금은 정말 휘리릭 사라질 수 있다. 받은 건지 받지 않은 건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캐나다는 참으로 착하게 여전히 사람을 잘도 믿는다. (어김없이 ‘Canada trusts you’.)  


  그래도 세금에 예민한 한 캐나다 현지인은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내 세금! (My tax!)” (여기서 '나의'를 무척 강조해서 말했다. 마~이 텍스! 이런 느낌)  


  이를테면, 소득 신고 정도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데, 업주는 물론 임금을 현금으로 받은 경우, 소득신고를 여기나 저기나 모두 안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을 하면서 현금으로 소득을 얻지만 이건 쥐도 모르고 새도 모르므로 드러나지 않는 법. 지난번에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양육비 등의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들어오는 돈으로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실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케이스이긴 한데, 제삼자라 딱히 뭐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방관적 자세로 보고만 있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좀 더 허점(?)을 잘 이용하고 있는 듯 보이긴 하더라.


  한국이 제도적으로 생각보다 꽤 촘촘히 정비해둔 상태같이 보이더라. 현금만 달라고 하면, 아마 부당하다는 신고가 당장 들어가고, 시정명령 내지 세무조사가 들어갈 텐데 말이다. 아니면, 이곳에서는 당연 서로서로가 정직할 것이라 여기고 살아왔던 것인지? 이상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서로 믿고, 정직한 것. 그것만큼 옳은 게 어디 있겠는가 싶긴 하다. '이상적'이라는 것이 조금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어쩃든 덕분에 나는 한국에서 없던 습관인 '현금 들고 다니기'를 실행 중이긴 한데, 여전히 익숙해지진 않는다. 그래서 입구에 '현금만 받음, 신용카드 안됨' 쓰여 있으면 그냥 발길을 돌리곤 한다. 이건 또 무슨 반항심리인지 모르겠지만, 현금만 받는다는 곳에 현금을 슬쩍 더 보태주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 카드만 받는다는 것이 부당해 보이기만 하는, 나는, 한국인이라.


로컬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인데, 마켓이라 그런지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 현지인들의 상가에서 카드 결제는 대부분 가능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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