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융이 Jun 06. 2018

위챗 VS 왓츠앱

중국인 아니고 홍콩인입니다.

“위챗 쓰니?”


  중국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약속을 잡거나 가볍게 대화를 하고 싶은 경우에 이들이 종종 나에게 물어보더라. ‘위챗’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쓰냐는 것이었다. 우리로 치면 카카오톡 같은 것인데, 주로 중국의 대륙 출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더라.  


왓츠앱, 위챗, 페북메신저


  반면 홍콩에서 온 친구들은 거의 다 왓츠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왓츠앱은 주로 북미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국번이 1번인 미국과 같이 캐나다도 1번인 터라, 미국에 거주하는 친구들 전화번호만 있으면 자동 입력이 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국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따로 등록 필요 없이 왓츠앱에서 함께 만나곤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꽤 많은 홍콩 출신인 친구들이 왓츠앱을 사용하더라. 그리고 본국에서도 원래 왓츠앱을 사용했었다고 하더라.


  겨우 채팅앱에 불과하지만, 중국 출신과 홍콩 출신인들이 갖는 차이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터라, 나름 의미 있게 느껴졌다. 죽어도 위챗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홍콩 친구들을 보며 이들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되기도 하더라. 그리고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정보 검열을 당할 수 있는 위협을 벗어나고 싶다고도 하더라. 또한 중국과는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에 속한 터라 공론화하지 않는 불만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을 표출하기도 하고, 좀 그렇다.  



공공도서관의 안내문 중 일부. 공공도서관 홈페이지 화면에서도 위챗으로 소통하라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한 번은 영어 회화에서 홍콩 출신, 중국 본토 출신 사람들이 섞여 있었는데 강사가 ‘중국인 분들’이라는 말로 모두 뭉뚱그려 표현했다. 그랬더니 홍콩 출신인 사람이 크게 어필하며, 자신은 홍콩인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강사분이 급 정정하여 수습했는데, 당시 느낀 바는 홍콩 출신인 사람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비해, 중국 출신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든 말든’. 그 후로도 만나게 된 홍콩 친구들은 모두 자신을 홍콩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도 자신을 중국인이라 하지 않더라. (그래서 나도 꼭꼭 홍콩인이라고 말해준다.)


  이들이 느끼기에 지금의 리치몬드가 좀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같았다. 리치몬드를 개척한 것은 홍콩인들이었는데, 지금은 중국 본토 출신이 대세다 보니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 뭐 좋은 말들이 아니고 지극히 감정적인 표현인 터라 생략하고자 한다. 어쨌든 살기 좋은 도시, 리치몬드가 삭막한 도시가 되어간다고 느낀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기존의 문화 존중에 대한 입장도 섞여있긴 했다.


  내 입장으로는 실은 홍콩이나 중국이나 크게 구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점차 차이점들을 알아가면서 어떤 점들은 이해가 좀 되기도 하더라. 이를테면, 홍콩에서 중국으로의 반환이 두려워 이곳까지 넘어온 보람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당시에 넘어온 사람들이 이곳 현지에서 검소하게 살아온 반면, 홍콩에 남아 중국과 함께 거부가 되었거나 중국에서 건너온 거부들을 보며 조금은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는 듯하다. (이곳에서 화려한 삶을 영위하는 대부분은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 출신인 경우가 많다.)


  또 영어 다음 광둥어가 더 대세였는데, 지금은 실은 중국 보통어가 더 대세다. 따라서 도서관 등에서 안내 방송을 할 때, 처음 영어, 그다음 중국 본토 보통어, 마지막이 광둥어다. 이것도 전과는 달라지는 추세라고나 할까. 아직은 광둥어도 꽤 큰 축을 차지하긴 하지만 언젠가 이 자리에 보통어가 다 차지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홍콩 출신인들은 보통어도 같이 구사하곤 하더라. 영국에 소속되었었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영어보단 중국 본토어를 훨씬 더 잘하기 때문에 어울려 사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한편으론 (개인적으로나, 겉으로나) 꽤나 친하기도 하다. 뭐랄까, 식구긴 식구인데 좋아하지 않는 식구. 그러므로 ‘나는 욕해도 되는데 남이 욕하면 화낼지도 모르는 사이’로 보이긴 하더라. 덕분에 나는 불만을 주로 들어주는 선에서 말을 아끼는 편이다. (물론 이것도 본토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퍼블릭 마켓이라는 중국 시장이 있다. 정말 중국같은 곳인데, 처음 만든 사람들은 물론 홍콩인들이었다.

 

  완벽히 제삼자로서 내가 보기에, 좀 더 일찍 왔던 유럽 계열의 캐나다 인이 느끼는 감정은 더 할 것 같다고도 여겨지기도 하고. (그 이전에 있던 원주민은 더 하지 않을까? 그나마 이곳은 미국처럼 폭력적으로 개척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낫지만.) 어쨌든. 외부에서 밀려 밀려 들어와 원래 색이라는 것이 없는 곳이 이곳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거기서 또 새롭게 질서를 찾는 게 맞을 듯.


  참, 덧붙이자면 좀 더 캐나다에 오래 거주한 (조상이 유럽인인) 현지인들과는 위챗으로도, 왓츠앱으로도 소통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이들과는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를 주로 활용하기도.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자기가 사용하고 싶은 거 그때그때 쓰나 싶기도 하다. 정말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만난 홍콩 친구=왓츠앱, 중국 친구=위챗, 현지인 친구=페이스북 메신저다. 물론 한국인은 카카오톡(이건 고정). 덕분에 나의 핸드폰엔 무려 4가지의 다른 메신저 앱들이 설치되어 있다. 가끔은 헷갈리긴 한다. 뭐가 울리는 거야?  



운남성 음식(좌), 홍콩 음식(우)/ 점차 다름을 이해하게 된다.


이전 07화 아들 딸 구별 말고 많이만 낳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