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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May 23. 2018

캐나다의 공용어는 영어와 불어

엄마들의 조언과 함께 푸는 궁금증

  캐나다의 공용어는 영어와 불어다. 불어는 일부 지역(퀘벡)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연방정부에서 인정한 언어다. 그리고 공문서에는 모두 다 표기되어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캐나다에 오기 전에 무지했던 상태에서 캐나다에 가면 자연스레 영어와 불어를 모두 다 배우는 줄로만 알았다. 물론 들어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아무도 불어를 쓰지 않고, 실제 현지인에게 물어도 불어를 못한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또 교육청 공문에 불어 교육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몰입학습에 대한 권유가 있길래 궁금함이 일었다. 과연 불어를 해야 할까? 그 궁금증을 이곳의 친구들과 함께 풀어보며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리치몬드 교육청


한국 엄마의 조언

“불어 배워서 뭐에 쓰게? 안 해도 돼.”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랑스어 몰입과정’에 대한 단체 공문을 학교로부터 받아 들고 궁금해 기존에 자리 잡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았다. 대체로 프랑스어 몰입과정을 할 필요 없다는 게 중론이더라. 내가 정보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약간은 기대와 다른 대답들에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명목상으로만이 아니라 진짜 캐나다의 공용어는 영어와 불어다. 정말 입국 전까지만 해도 받게 되는 대부분의 공문이 영어와 프랑스어가 병기되어 있기도 하고, 공항에 딱 내리자마자 만나는 표지판들도 영어와 불어 모두 쓰여 있다. 막연히 캐나다에 가면,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다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캐나다인인 기욤 패트리의 영향도 컸다. 프랑스어와 영어, 그리고 이제는 한국어도 너무나 잘 구사하니 오해를 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곳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퀘벡 말고는 굳이 다른 지역은 프랑스어를 접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연방정부 수준의 업무, 이를테면 정치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쓸 일이 별로 없는 언어인데, 왜 공부를 하냐고 반문하셨다. 그렇다고 또 프랑스어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아니더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을 하긴 하는데, 공부는 해도 구사를 할 수 없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배웠다며?’라고 묻다가, 문득 한국에서 나도 학창 시절 한자나 독일어 등을 배웠지만 전혀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전역이 공통된 구조로 되어 있는 우체국 등은 두 언어가 모두 병기되어 있다.


중국 엄마의 조언
 “차라리 중국어를 배워. 그래야 취직도 더 잘 돼.”


  캐나다에 워낙 중국인 기업인과 기업체가 많다 보니, 요즘은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열풍과도 같다. 게다가 밴쿠버 인근 지역, 특히 리치몬드는 과장해 표현하자면 '그냥 중국'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 하는 사람 vs 영어만 잘 하는 사람’. 이 둘 중엔 전자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제3의 나라, 한국에서 온 사람이 이게 쉬운 일일까 싶다. 영어만도 허덕이기 바쁜데, 제 2 외국어라니.  


  제 2 외국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는 또 이런 고민은 세컨더리(secondary school)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학제는 초등학교에 K라고 유치원 1년 과정이 있고, Grade 1이라고 해서 1학년부터 Grade 7인  7학년까지가 초등학교 소속이다.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합쳐진 형태의 세컨더리(secondary school)라는 과정이 있다. 어려서는 별 상관이 없는데, 세컨더리(secondary school)서부터는 나름 진학에 대한 고민도 있고, 언어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더라. 특히 언어가 고민인 이유 중 하나는 원어민과 같은 학생들이 다수 있는 다문화 국가라는 것에 있기도 하다.


프랑스어 몰입교육을 받는  공립학교.  상위권 랭킹 학교라 인기가 많지만 배정받는 제도라 일부러 진학을 위해 프랑스어 몰입 교육을 신청하기도 (ft. 교육열)


  어려서부터 프랑스어 몰입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연스레 프랑스어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요즘 이곳, 특히 리치몬드에는 가장 흔한 제2 외국어, 중국어가 있다. 또 다른 건 일본어나 스페인어. 그런데 이게 공정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몰입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에겐 프랑스어의 장벽이 너무 크다. 가장 인기 많은 중국어는 또 더 엄청난 수준 차이가 있다. 대부분이 중국인인 이 도시에서 중국어를 선택해서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거의 다 원어민이 수업을 채운다고 하더라.  (옆동네는 한국어 수업이 있다고 하던데, 거긴 또 한국이 원어민이 다수라는 소문이 들린다.)


상표 패키지 디자인은 필수적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병기하게 되어있다. 아마 가장 많이 프랑스어를 보는 곳이 마트일 것이다.


캐나다 현지 엄마의 조언

“쉽게 공부하고 싶으면 일본어를 해라!”


  누군가가 또 다른 조언을 해주었다. 그나마 한국인으로서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좀 더 쉽다고 하더라. 이건 크게 공감하는데, 어순도 그렇고 비슷한 단어들도 있고 상대적으로 일본어가 한국인에게는 배우기는 쉬운 것 같다. 그렇다고 또 일본어를 공부하자니, 전혀 이곳에서의 쓰임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작은 공문 하나에서 시작한 이야기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의견을 주더라. 결론은 프랑스어가 공용어지만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라는 것, 어떤 선택이든 선택은 해야 된다는 것. 그렇다고 그 언어를 무조건 또 잘 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 한국의 제 2 외국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친한 중국인 엄마로부터 두 가지 공문을 더 받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중국어 교육 안내문과 중국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중국어 교육 안내문. 어디든 가서 중국어를 저렴한 비용으로 배워볼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도 들었다. 특히 중국 문화원은 교육청보다 더 비용을 적게 내더라. 주 1회 수업을 6개월에 180불 정도로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정착한 중국인 2세 아이들 다수가 중국 문화원에 다니더라.

  일단 역시 하나의 주제에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또 정작 원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조언을 들으면 들을수록 갈피를 못 잡고 헤매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조언은 또 독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아이들의 관심사가 중요한 것이겠지만, 동네 특성상 아마도 중국어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지금도 머리가 노랗고 눈이 파란 아이들이 열심히 그림 그리듯 한자를 베끼며 공부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는데, 영어 다음 불어가 아니라, 중국어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성급히 생각해보기도 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어쨌든 작은 호기심의 해결을 서로 도우려 하는 모습에 마치 한국에서처럼 정(情)도 느끼게도 되더라.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긴 한가보다.


커뮤니티 센터에 한국어 강좌가 있다. 그래도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 좋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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