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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SR Feb 11. 2016

2. 제조업의 본질이 변하고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다.

아버지는 일정시대에 교육받은 분이고 70년대 마산자유수출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자리를 잡아 공장을 하셨다. 작은 일본 배가 넘나들던 합포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현대화 시설이 확장되었고  아침시간이면 공순이 공돌이로 불리던 형, 누나들이 차장 누나가 요금을 걷던 버스에 빽빽이 서서 출근했고 주말과 적은 돈푼이라도 쥐는 날엔 골목 가득 사람들로  밀려다녔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놀려간 공장에는 형 누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 좁은 사무실에는 빼곡한 인원들이 수기로 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70년대 중공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임가공에서 머물던 회사들이 80년대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재벌로 성장하였고 규모의 생산이 필요했던 대기업들은 부산 마산을 잇는 한국의 캔버라, 창원이라는 계획도시에 거대한 산업단지를 구축한다. 중후장대한 부품과 장비 수송을 위한 도로, 항만, 철도가 필요했던 대기업들의 최적의 도시였다. 이때쯤 한국의 제조업은 대기업의 제조하에 하청이란 이름으로 1차, 2차, 3차 그리고 그 뒤의 수많은 개인사업자들을 생계를 유지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청 협력업체의 경쟁력은 특허도 기술도 아닌 옆 자리의 경쟁업체보다 싸고 빠르게 생산하여 납품하는 것이 제조업의 경쟁력이었다.


 아버지는 제조의 정의 “ 물자, 에너지, 노동, 자본과 같은 투입물을 변형 제조 가공시켜 새로운 재화를 만드는 행위로써  투입물이  도착에서부터 최종 제품이 만들어 지기까지의 공장 내 변환 과정“에 가장 적확한 사업을 하셨던 분이다. 이러한 공장 내 변환 과정을 가진 제조자들을 Manufacturer라고 한다.  매뉴팩처(제조)의 정의는 Merriam-Webster 사전에 'the process of making products especially with machines in factories'라고 되어 있다.(원래 매뉴팩처는 공장제 수공업이지만 '공장', '제조라인'에 의미를 두자)

제조업자를 뜻하는 Fabricator는 Fabric에서 나온 말이다. 증기기관과 방적기의 발명은 산업혁명 이후 섬유산업으로 부흥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제조업의 정의는 이렇게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세계적인 Maker 운동은 이러한 점에서 'Maker'를 새로운 시대와 환경을 뜻하는 단어로 재 정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Maker는 브랜드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 어머니에겐 왕자표 운동화보다는 나이키가 메이커 있는 제품이었다. 그 시절 나이키는 좋은 '메이커'였고 '미제'였지만 그 나이키가 부산지역 공장에서 OEM으로 만들어진 제품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우리는 애플의 아이폰이 폭스콘이라는 대만업체의 공장에서 제조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품은 이후 구글 넥서스라는 스마트폰은 LG에서 생산된 예도 있다.

아이폰이 한국에 소개되기전 25년간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군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정확히는 본체)를 첫 생산한 제조업체(하드웨어)였고 구글은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소프트웨어 개발 IT업체였다. 애플은 폐쇄적 하드웨어를 지향하는 회사로 고품질 레이저 프린터와 페이지 메이커란 프로그램으로 전자출판의 시대를 연 회사이고 구글은 오픈소스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이며 구글글래스라는 혁신제품을 출시한 회사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른 여러 환경 변화인데 창업 생태계에서 스마트폰의 등장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웹의 침체된 성장기를 다시 폭발시키고 제조업이 몰락하고 있다던 북미의 성장을 재견인한 역사적 사건이다.


스마트폰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별도의 생태계로 구축하였고 이러한  인프라와 개인화되어 가던 시장 기회를 통해 수많은 앱 스타트업들이 런칭하였다.  과거에는 피처폰 시대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일부 개발사만 앱의 개발, 판매에 참여 가능하였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인터넷에 쉽게 접속하여 OS 개발사가 제공한 앱 개발용 프로그램인 SDK(Software Development Kit)으로 개발 후 앱스토어 등록을 하면 쉽게 이익을 분배받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 중심의 생태계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새로운 모멘텀은 이제 하드웨어 결합을 통한 신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실제 다양한 Things가 개발되어 우리의 손목에 집안 곳곳에 배치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들의 개수(양)가 늘어나는 것은 과거 일정 규모 이상의 R&D 인력과 제조설비를 갖춰야 하는 제조영역의 접근이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우호적인 하드웨어 개발 환경

앱 개발 스타트업이 변화된 인프라로 폭발적 성장을 하였다면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아래의 하드웨어 개발 환경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1. 프로토타입 제작의 손쉬운 접근 : 시제품, 기구 제작을 도와주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3D 프린터가 등장

2. 압축된 프로세스의 지원 : 사업을 지원해 주는 하드웨어 특화 액셀러레이터 등이 등장

3. 자금조달 및 홍보의 활성화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로 제품 출시 전 홍보 가능하고 자금을 조달 가능

4. 사물인터넷의 확대 : ‘소물(small things)’ 하드웨어 특성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쉽게 진입

5.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개인화 : 소품종 대량에서 다품종 소량


이후 본 글에서 이 5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의 '막연한 어려움' 또는 '단편적인 문제들의 덩어리'를 명료하게 정리해 드리고 싶다. 꼭 숙지하셔라. 이 글에서 5가지의 답을 찾는다면 실행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2016년 2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maker를 희망하는 스타트업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두 번째 발행 글을 여기 다녀오고 나서 다시  갈아엎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수준과 고민을 좀 더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 하드웨어 생태계는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약하다. 기술개발 외에 유형적 생산물을 얻기 위해 금형이나 재고를 부담해야 하니 하드웨어는 자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생태계가 형성이 안되면 그 부담이 스타트업에게 가게 된다. 하드웨어가 초기 자금이 조금 더 많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그런 단계를 위한 초기 투자가 약하다. 투자자들이 초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개발이 명료해져야 하는데 스타트업도 불분명한 개발 네트워크, 프로세스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창작공간, 하드웨어 엑셀레이터라고 표방하는 곳을  들여다봐도 미덥잖은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하던지 투자자의 판단을 명료하게 하고 스타트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생태계의 한 줄이 만들어져야 한다. 포럼에 참석한 분들처럼 제품 개발과 상품화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교육과 네트워크를 준비 중이다. 드문드문 발행되는 글이지만 꼭 구독하셔라. (대전창업포럼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사인 SK그룹에서 진행하는 포럼이다. )

2016년 2월 4일 대전창업포럼


스티브 잡스도 '문과'였다

"기술이 있어야지 제조업을 할 수 있나요"

강의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스티브 잡스도 문과였다고 우스개 소리로 답하지만 대부분의 답변은 "홈쇼핑에 판매되는 수많은 제품들은 제조사가 직접 공급하는 것도 있지만 70% 정도는 MD나 유통업체의 상품기획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보된 기술을 특허로 선점하고 제품화하여 고객에게 상품으로 전달하는 좁은 개념의 기술창업보다는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여 기술을 포착, 빠른 시간 내 팀을 구성하고 제품화하는 광의의 기술창업을 권해드리고 싶다.

또한 기술창업과 제조업은 교집합은 존재하지만 기술창업이 제조업을 뜻하진 않는다. 기술이 없어도 기술창업을 할 수 있고 기술창업을 하더라도 제조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는 기술창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특허를 확보하고 제조업을, 기술창업을 시작하라는 말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술과 특허는 제조업을 영속할 수 있는 유형의 자산이고 기업이 얼마나 혁신하는지 알려주는 주요 지표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small thing에서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걸출한 하드웨어 개발자를 만나 창업을 하였고 이때는 개인용 컴퓨터의 초기였다. 1980년 생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지금 PC를 개발한다고 하면 나는 말릴 것이다.

기술 특히 하드웨어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부문이다. 이러한 축적의 시간은 제품이  복잡할수록,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을수록 비례해서 시행착오와 개선에 필요한 자원을 급속히 소요되게 된다. 이를 합리적으로 줄여나가는 사람이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창업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비용과 시간에 대한 의사결정의 연속인데 Big  Picture일수록 프로젝트 관리 능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여러분 저희는 스티브 잡스나 엘런 머스크 같은 능력이 없으시잖아요.


또 하나는 품질에 대한 이슈인데 시장의 기대 품질은 사람들의 학습에 비례하는 데 초기의 제품의 품질은 소비자의 기대 품질보다 높기가 힘들고 시장에 기출시 된 제품들이 즐비한 상태라면 어설픈 출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980년생 스티브와 스티브가 만든 PC는 시장에 출시하면 삼성, 레노보가 만든 제품들과 비교받게 되고 소비자들이 환호하는 혁신성이 없다면 이내  폐기될 것이 분명하다. 1950년대 스티브와 스티브는 시장에 없던 혁신을 공급하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애플 I은  '기판 키트' 수준의 물건이었고 자작한 나무상자로 케이스를 대신했던 제품이다. 대량 생산되지도 않았고 동네 상점에다가 영업망을 뚫어서 판매했다. AS 기사는 당연히 워즈니악 이었다.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 쯤 되겠다



3D 프린터로 케이스를 싼 라즈베리파이 정도 되겠다

심심할 때 아래 웹페이지를 구경하자


큰 형님도 마이 아프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생산 가능한 네트워크', '공장'을 보유한 선배 기업들일 것이다. 근데 큰 형님도 많이 아프시다. 앞서 산업이  발달할수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조업 3.0을 내세우면서 신임으로 부임한 장관님이 '소프트파워'로 혁신을 지원하신다고 했다.

산업통산자원부 페이스북에서 퍼옴

장관님이 말씀하신 엔지니어링, 디자인, 임베디드 SW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컨설팅회사가 다부지게 자료를 만들었다.(원래 그럴 듯한 근거는 외국계 유명 컨설팅펌의 이름을 빌어서 리포팅하는 것이다) 근데 소프트파워라는 게 군사력, 경제 등의 물리적인 힘을 지칭하는 '하드파워(Hard Power, 경성권력)'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교, 언론에 사용되던 것인데 '스마트'라는 단어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선점하다 보니 하드웨어 빼고 이전의 기획단계를 소프트파워라고 부르고 싶었나 보다. Industry 4.0 시대에 뭔가 할라다 보니..


정부가 고민하는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높아져가는 원가를 상쇄할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고 있지만 힘들어 보인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기술을 발명한 사람들이 운 좋게 채택되었다 치더라도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부서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과 더 싸게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지루한 협상과정과 판매를 위한 여러 부서의 의견이 섞이다 보면 그냥 무난하고 진부한 제품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소프트파워에 대한 고민을 정부가 컨설팅펌의 페이퍼에서 얼마나 풀어내었는지 두고 볼 일이다.


보시다시피 전통적인 제조업의 제조라인을 보유한 업체들의 우위가 허물어져가고 있고 아이디어, 디자인, 설계, 생산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 세계에서 선택적으로 취합되어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생산자금은 아이디어와 간단한 시제품, 홍보물을 통해 대중들에게 조달하여 선택적으로 빠르게 제품화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KickStarter와 IndieGoGo의 명칭을 보라. 빠르게 시작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제품화하고자 하는 명료성을 담고 있다.


산자부 페이스북 자료까지 들이미는 것은 제조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Maker 붐에 휩쓸려 놓치고 가는 제조업의 경쟁력에 대해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업을 영위하던 업체들은 제조업의 본질이 바뀌어 감에 따라 가져야 할 경쟁력이 부족해지니 산자부가 '소프트파워'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은 기획, 설계, 디자인 등의 차별성이 경쟁력인데 이 부분이 뭉뚱그려지거나 생산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발 걸려 제조단계에 안착하지 못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떠한 차별성 또는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기획, 설계, 디자인 등의 차별성이 경쟁력이라는데 내 제품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아이디어 또는 기술에서 생산단계까지 조밀한 프로세스에서 모든 것이 비용과 시간에 대한 의사결정의 연속이라 설명했다. 이 것에 대한 책임은 창업자이자 프로젝트 매니저인 당신인데 차별성을 구체화하지 못한다면 '시행착오'비용은 높아질 뿐이다. 당신 프로젝트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이 물음을 던지고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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