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강 Aug 08. 2016

있잖아, 엄마! - 11

## 여름은 가고 있어

Q. 있잖아, 엄마!

 아침이면 태양보다 먼저 눈을 뜬 매미소리가 나를 깨워.

 태양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매미 울음에 머리카락이 쭈삣거려.

한바탕 시원한 빗줄기라도 퍼부었으면 좋겠는데 며칠  째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목덜미에 흐르는 땀이 살을 파고 들어와 따끔거려.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나? 


있잖아, 엄마!

긴 여름휴가가 끝났어. 

긴장이 풀렸는지 휴가 첫날부터 몸이 아팠어. 

사나흘 지나니 그제야 기운이 나더라고.

그래도 쨍쨍거리는 하늘과 마주하기는 싫었네.

매일 밤 잠을 설치며 그렇게 투덜거리다 보니 휴가가 가버렸어.

작년 이맘때 나는 무얼 했지?


있잖아, 엄마!

겨울이 올까? 이대로라면 겨울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래도 겨울이 오면 나는 또 여름을 그리워하겠지?

겨울엔 없는 사람 살기엔 추운 것보다 더운 게 낫다고 여름을 기다렸는데

막상 여름이 오니 더위에 썩어 녹아내리는 냄새가 싫어 겨울이 그리워지네

작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


A. 딸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건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상처는 언젠가 아물고 무뎌진단다. 

정말 찌는 듯한 더위란 말이 딱 맞는구나!

생각해보면 더우니까 여름이야!

여름이 추우면 여름이란 이름을 가질 수 없을 거야


작년에도 더웠을 거야.


'더워 더워 정말 더워!'


노래를 부르며 조금씩 여름을 밀어냈을 거야.

자고 일어나면 잔뜩 물을 먹은 온몸이 너를 지치게 할 거야.

비틀어 짜면 뚝뚝 소금물이 떨어질지도 몰라.


딸아!

엄마는 연년생인 엄마 딸들을 키울 때였어. 

동생은 등에 엎고 너는 가슴에 안고 온 방안을 서성거렸지.

엄마는 매일매일 기도 했단다. 

오늘이 지나면 조금은 자랄 거야.

오늘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 거야.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보냈단다. 


딸아!

여름은 가고 있단다.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여름도 자라고 있단다. 

여름의 시간을 먹고 엄마 딸도 자라고 있는 거야.


언젠간 귀를 찢는 매미소리가 그리워 하늘의 별을 바라볼지도 몰라.

그리워질 날을 생각하며 흠뻑 젖어보렴!




작가의 이전글 있잖아, 엄마! - 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