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양한 기업의 HR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 한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아침부터 많은 관계자들과 업계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도움을 얻고자 바쁜 시간들을 쪼개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기업의 사례발표가 시작되었고 발표주제는 "코칭"이라는 주제로 리더들을 대상으로 사내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사례소개가 진행되는 도중 어떤 한분이 손을 번쩍 들며 질문을 요청하셨다.
"사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실 때 리더들의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듯한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실제 직원들은 리더들과의 만남에 있어 긍정적이었나요? 강제성을 둔 운영과 같은 느낌이라 어떤 효과가 있었을지 좀 모르겠어서요."
나 역시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묻고 싶었던 부분들을 어찌나 그렇게 쏙쏙 짚어 질문들을 하시는지. 속이 다 후련하였다. 나도 그렇고 참석한 관계자들 역시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해 봤던 경험들이 있었기에 궁금한 점들이 많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사례를 통해 소개된 프로그램은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마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뭔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기에 질문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저 이렇게 멋있게 했어요! 여러분 어때요? 멋지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모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실제 현업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경험을 듣고 실제 적용에 있어 힘든 길을 조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얻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 모든 기업의 상황이 다 다르기에 이해합니다. 저희는 워낙 분위기가 잘 잡혀 있고 기업에서도 무척이나 강조를 하는 부분이라서, 실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설득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답니다. 저희는 원래 이런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강조하고 있어서요.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조직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라면 당연히 시행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대상을 한번 생각했다면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을까?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답변 이후 신기하게도 한 두 사람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였다.
사례발표를 한 기업은 손꼽힐 만한 대기업이었고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발표에 대한 준비도 완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리를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분명 또 그들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어느 정도 조직에서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잡힌 조직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운영이 잘되고 있는 조직의 입장에서 이제 시작하고자 하는 조직에서는 무엇을 강조하며 설득한다면 경영진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부분들에 대해 소개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자신의 정당함만을 앞세워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경우는
제대로 된 공감을 얻기 어렵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솔직함'이다.
준비된 멘트와 좋은 결과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부족한 부분도 꺼내놓고 함께 고민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팀원과 대화를 하면서도 우리는 이런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어느 날 나는 평소 자주 대화하는 한 팀원과 업무이야기를 하며 나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었다.
" 팀장님은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점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데 반면 이런 부분은 깊게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 보여요."
사실 어떻게 보면 참 불편한 피드백이었다.
순간 내가 잘 모른다고? 참.... 나 그럼 왜 내가 팀장으로 있을 것 같냐? 뭘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한번 같이 시작해 볼까?...
불편한 마음들이 불쑥 올라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해준 팀원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맞는 말이다. 난 총괄을 하는 입장에서 모든 실무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는 것이기에~
조금 더 자세하게 일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그랬겠지..
어찌 되었는 난 실무담당자처럼 함께 고민하고 업무를 봐줄 수는 없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 친구의 대답은 뾰족하고 날카로웠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난 팀원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잘 부탁한다고 말해주었다. 나 역시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모든 분야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으니까~
팀원은 조금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해 줬다.
"솔직히 팀장님이 상당히 불쾌해하실 것 같아 걱정했지만 그래도 들어주실 것 같아서 편하게 말씀드렸답니다. 저도 알죠 어떻게 다 실무자처럼 깊게 아시겠어요? 그것까지 해주시는 것은 좀 과한 거죠~ 저희 파트 항상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시지만 조금 더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좀 담겨있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대답해 주실 줄은 몰랐는데 뭔가 앞으로 제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솔직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순간 조금 망설였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내가 스스로에 대한 입장만 내세우며 상황을 방어하려고만 했다면, 말투에 감정이 담겨 있었을 테고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대화는 단절되고, 앞으로의 대화는 형식적인 대화로만 이뤄질 확률이 높아졌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지낸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가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많은 기회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운 한순간의 잘못된 말투와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오해의 불씨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군가를 공감시킬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상대를 배려하게 된다. 그리고 배려는 자연스럽게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솔직함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한 발짝 서로에게 더 솔직하게 다가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설득시켜
행동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라는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