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잠시 들린 로또매점에서 구매한 종이 한 장을 들고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한 로또게임에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감으로 또 한주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을 때가 문득 생각이 난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별 것 아닌 종이 한 장이 혹시나 내 인생을 바꿔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설렘을 안고 한주를 또 이겨냈었던 그때...
이뿐만이겠는가? 군 시절 빼곡한 손 편지를 주고받으며, 언제 답장이 올지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버티어 내었던 기다림이 설레었던 시간들, TV 주말드라마가 끝이 나면 아 한주를 또 어떻게 참고 기다리지... 하며 다음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했던 시간들.
시간이 흐르면서 아쉽게도 기다림이 있었던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주말이 되면 소파에 앉아 그동안 보지 못했던 TV프로그램을 OTT로 찾아보고, 시리즈 하나를 정주행 하면서 예전과 같이 어떻게 결말이 이뤄질까에 대한 궁금함과 기다림 없이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곳에서 언제든지 편하게 시간을 활용하여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이든 궁금하면 바로바로 알아낼 수 있는 인터넷, 그리고 최근에는 긴 시간의 할애 없이 바로바로 답을 알려주고 정리까지 해주는 오픈 AI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더 이상 '기다림'이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고 궁금한 점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우리에게 '기다림'이란 조금 어색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꼭 전문가를 찾아가 물어보지 않아도 내 손에 있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궁금한 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예전만 해도 기획서 하나를 작성하려면 지금처럼 많은 자료가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지는 않았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었다. 물론 자료수집을 위해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단계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누군가와 접촉을 하고, 정보를 기다렸던 당시의 간절함과 기대감들, 그리고 '기다림'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나의 일의 몰입을 위해 예열이 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들은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꼰대의 추억팔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일을 하면서 나 스스로도 빠르게 결과를 얻기만을 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느껴질 때가 있다.
함께 일을 하는 요즘 세대의 팀원들을 보면, 자료를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빠르게 결론을 내려고만 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 담겨있다기보다는, 뻔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결론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수집된 정보와 지식은 자신의 생각을 탄탄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이 내 생각을 앞서가기 시작하면,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에는 나만의 생각이 충분히 담길 수 없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자료가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다.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결국 제일 중요한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득 어느 책에서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오른다.
사색이 사라지고 검색만 늘어나고 있는 시대
우리는 자신만의 생각의 시간에 '기다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나만의 결론을 내기 위한 단계에서는 작은 기다림의 시간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기다림을 통해 예열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 본다면, 조금은 더 좋은 해답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료를 수집하다 보면 이미 어느 정도 도출해야 할 결과가 보일 때가 종종 있게 된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네~ 대충 알 것 같다
이때마다 잠시 멈춰 기다리며, 미리 결과를 생각하기보단 나만의 생각을 단단하게 하는데 시간을 사용해 보자. 결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기보단 충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더욱 집중해 보자.
그것 만으로도 당신은 남들과 많은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