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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카 Jul 15. 2018

'본사 로열티'는 나쁜가


생긴 것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편의점이 있다. 신세계가 내놓았던 '위드미 편의점'이다. 유통공룡이 내놓은 카드인 만큼 기존 업체들의 경계도 상당했다.

후발주자 신세계는 '착한 편의점'을 내세웠다. △변동 로열티 △위약금 △24시간 운영 의무가 없는 '3무 편의점'이다. 기존 편의점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본사가 가져가지만 위드미는 정액 로열티로 바꿨고, 운영시간을 점주가 정했다. 계약해지 위약금도 없을 만큼 점주의 자유로운 운영을 보장했다.

'점주가 더 벌면 더 가져가는 편의점' 마치 소작농이 자작농이 된 것처럼 위드유는 점주들의 인기를 끌고 성공할 줄 알았으나.. 2014년 론칭 이후에도 점유율 5%도 넘기지 못하고 매년 적자만 기록하다 간판을 내렸다.

문제가 뭐였나. 고정로열티 제도가 점주의 근로의욕은 높였을지 몰라도 본사의 인센티브는 떨어트렸다. 소작농한테 뜯어가는 지대 취급받는 본사 로열티에는 사실 본사의 영업망 관리, 제품 개발, 영업 노하우의 가치가 들어있다.

점포 매출이 곧 본사의 성과이고 영업관리자의 실적이었던 CU, GS25는 점포 매출을 높일 유인이 있다(물론 한계 매출이 아닌 총매출이 유인이기에 근접출점의 부작용도 있다).

각 편의점 본사는 2015년부터 PB상품 개발에 투자하며 히트상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다른 업체 점포와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4강이었던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이 뒤쳐지고 CU와 GS25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사실은 편의점이 단순한 동네슈퍼 사업이 아니란 점을 드러낸다.

본사에서는 전 매장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매대 배치를 바꾸고, 신상품을 개발하며 효과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한다. 이를 각 점포에 공유하며 매출 신장을 돕는다. 하지만 위드미는 간판을 내리는 날까지 '한방'이 없었다. 또한 한 점주가 매장관리를 엉망으로 할 경우 같은 간판을 단 다른 점포까지 이미지가 추락한다. 품질관리(QM)에 문제가 생긴다.

말하자면 이 두 곳의 점주들은 반쯤 대기업 소속 ‘직원’ 같은 위치였고, 본사가 점주 자율로 내버려 둔 위드미는 소상공인 수준에 머물렀던 셈이다.

유통은 규모의 경제가 그 어느 사업 못지않게 막강하며, 소비자와 접점이 가장 큰 사업이기에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하다. 동네슈퍼와 골목이 초토화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나를 포함한 소비자의 평가는 매우 냉정하다.

‘본사 관리+변동 로열티’가 더 경쟁력 있고, 점주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는 실증적 증거가 위드미의 실패와 양강의 약진이다. 실패를 맛 본 이마트가 새로 꺼내 든 칼이 직영점인 ‘노브랜드 매장’인 점도 이를 방증한다. 

편의점을 포함한 프랜차이즈 자영업 문제는 어쩌면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매우 효율적으로 사업을 구성해뒀기에 ‘해자’가 너무 낮아 진출이 쉽다는 점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 해자를 규제로 보장해야 하는가? 이러면 경제적 형평과 소비자 후생이 침해된다. 딜레마다.

그럼 임대료를 억제하면 점주들이 먹고살만해질까? 아니다. 잠시 숨통이 트이겠으나 그 공간만큼 신규 출점이 이뤄져 파이는 다시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다. 점주들의 비극은 ‘단순 노동력’과 초기 자본을 제외한 모든 것을 본사가 제공하기 때문에 초과수익을 가져갈 여지가 없다는 것. 골목은 '멜서스 트랩'에 빠졌다.

편의점과 치킨집은 강의 하류다. 상류에서 끊임없이 토사물이 쏟아지는데 매일 굴착을 해봐야 답이 안나온다. 댐을 세워야 할 문제다. 물론 상류 문제 해결은 굴착보다 몇배는 힘들고 해법도 모른다. 그걸 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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