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의 원인은 최저임금인가?
고용쇼크가 5달째 이어지면서 '주범'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꼽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조절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쇼크를 불렀다'는 지금의 인식은 의아한 부분이 있다.
'6월 고용동향'의 성별, 연령별 분석을 보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0.1%p 줄었으나 여성은 오히려 1%p 늘었다. 또한 연령별로는 전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늘었으나 40대가 0.6%p 줄었다.
여성과 청년+노년은 최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쇼크의 주점이라고 하려면 이들의 고용률이 드라마틱하게 감소했어야 하지 않나. 또한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 증감률이 0%에 불과하다는 점도 '최저임금 주범론'(?)을 의아하게 만든다.
물론 이 글은 '최저임금 인상은 무죄'를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일용직과 임시직의 급감과 20세 미만 청소년 고용률 감소는 분명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을 추측할 수 있다. 자영업자 감소-무급가족노동 증가도 마찬가지.
하지만 증감률이나 절대치를 볼 때 진정한 고용쇼크의 이유라고 볼 수 있는 제조업(12만6000명, -2.7%p), 교육업(1만7000명, -5.5p)의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고용쇼크가 일어났고 때 맞춰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는 이유로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로 여겨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제조업이 침체되어 있다는 점이지만 업종 특성상 사이클의 영향이 크다. 이 부분은 수출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주목해야할 점은 '경제의 허리'인 40대 고용률 감소다. 40대가 최저임금을 받는 비율은 매우 낮을텐데, 이들의 고용률이 줄었다. 보통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질 가장들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 크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거제, 군산 등 주요 산업거점의 불황의 여파가 아닐지 추측해볼 수 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교육업의 급격한 고용 감소다. 학령인구 감소도 있으나 전체 볼륨(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지 학생이 줄어서만은 아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인터넷강의 보편화로 오히려 교사의 수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인구감소와 함께 기술발전(!)에 의한 일자리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셈. 역시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며 경기 요인이라고 보기도 힘든 기술발전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볼 부분이다.
고용쇼크(월 취업자수 증가 10만명대)는 2월부터 시작됐지만 일용직 감소는 지난 4월부터 월 10만명씩 이뤄지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의 1/3가량이 건설 근로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 장마와 건설업 부진의 여파다.
또한 부동산업(3만5000명, -6.2%p)도 눈에 띈다. 부동산업 취업자 감소도 기술발전(중개 앱)의 영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고용쇼크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내수부양의 시그널로 볼수있는 개별소비세 인하를 반기며, 재정확장을 주문해야할텐데 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의제설정자들의 오독(어쩌면 의도적인)이 문제해결을 꼬이게 한다.
요즘 전문가들은 좌우불문 재정확장을 지지하는 것 같은데, 여론은 여전히 '돈풀기'라며 부정적인 듯 하다. 아니 정부가 이 시국에 오히려 돈을 안 푼다고 비판해야하는 게 아닌가? 혹시 '토건','퍼붓기'가 두려워 카드를 쓸 엄두를 못낸다면 명색이 '소통정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아쉬운 점은 '우버-에어비앤비 허용'이 나왔다면 시장에서도 현 정권 정책기조의 큰 전환으로 받아들였을텐데 기미가 없다. 사실 이 두가지 서비스의 확산은 단기적인 일자리 감소를 불러 올 정책이기 때문에 정부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문제가 있다해도 주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반대로 최저임금을 동결했으면 고용쇼크가 안 왔을거라고 생각하는건지.. 돈을 푼다해도 핏대를 세우니 어쩌자는건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