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응급실 근무가 끝나간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경험했을까. 사실 24시간 근무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나이 때문인지 원래 체력이 약해서인지 하루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날은 정신을 못 차리기 일쑤. 거기다 까다로운 선생님 한분에게 핀잔도 많이 먹어서 스트레스도 acute 하게 받곤 했었다. 그래도 돌아보면 내게 다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으리라. 내가 생각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decision making을 잘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빠르고 정확하게 냉철하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응급실에 있으면서 참 많은 사람이 아파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전에는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하고 잘 회복해서 퇴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봤었다면, 응급실에서는 그 환자들이 겪는 합병증들 그리고 마음의 어려움들을 접할 수 있었다. 어떤 환자는 자신의 상황을 그저 덤덤하게,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하게 여기는 한편, 어떤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수술한 그 의사가 때려죽일 놈이 되어 있었다. 아산이라는 후광효과 때문인지 후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01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