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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Oct 12. 2021

데이터로 돌아본 코로나19 방역

네트워크 데이터로 분석한 코로나, 현재의 '위드 코로나' 논의까지

여러분들은 슈퍼 전파자를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방역에 나름대로 확신을 갖던 한국 사회, 그것을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체활동으로 인해 대구에서 지역감염이 발생했던 것인데요. 당시에는 감염 여부를 판단하며 '슈퍼 전파자'를 찾는 것이 주요한 과제였습니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어려운 지경에 오자,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을 막고자 했었습니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 백신 접종 이후 '위드 코로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의심했고, 이제는 위드 코로나 방침에 대한 우려를 놓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을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방침들은 다행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네트워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전파를 분석한논문과 함께, 코로나19와 함께한 2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논문은 Scientific reports 4월호에 발표된 <A social network analysis of the spread of COVID-19 in South Korea and policy implications>입니다. 


네트워크 데이터

논문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기 이전에, 논문에서 데이터를 표현한 방식인 네트워크 데이터, 그래프에 대해서 잠시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배경 지식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자료와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식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 데이터는 데이터의 연결성과 연결 강도를 표현합니다.

Source=High Chart


위와 같이, 각 지역에 따른 교통망의 연결을 표현한 것을 '그래프'라고 합니다. 지하철 노선도와 같이, 역과 역 사이의 연결 정도가 표현된 것도 그래프입니다. 주로 교통망이나 SNS상의 인플루언서를 모델링할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Source=UC Berkeley
Source=Research Gate


위의 사진과 같이 연결의 강도와 방향을 나타낼 수도 있으며,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기 쉽도록 행렬로 표현합니다. 결국, 네트워크 데이터를 분석하면, 전체 사회의 연결 정도를 모델링 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데이터로 분석한 코로나19

논문에서는 방향성이 있는(directed) 네트워크 데이터를 활용해, 한 노드(감염자)에서 다른 노드로 퍼져나가는 정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 Figure의 X축은 전파 정도, Y축은 사람 수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래프를 한 문장으로 해석하자면, '여러 명을 감염 시키는 슈퍼 전파자'는 극도로 적고, 대부분은 One-to-One으로 감염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을 전파하는 비율(Reproduction index)이 낮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논문에서는, Reproduction index가 실제 위험에 비해서 과대평가될 수 있다며 지적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래의 자료를 사용해봅니다. 아래의 자료는 감염을 11회 이상 시킨 전파자들을 제거한 네트워크와, 3회 이상 시킨 전파자들을 제거한 노드입니다. 11회 이상 시킨 '슈퍼 전파자'를 제거해도, 네트워크가 크게 변하지 않죠? 반대로 '소수'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키는 '다수'의 사람들을 제거한 결과, 연결선의 숫자는 크게 떨어진 것이 눈에 띕니다.


이어서 논문에서는 추가 자료를 들어, 전파자 색출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소수의 '슈퍼 전파자'를 색출해서 격리하는 것은 다른 많은 국민에게 편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 방식을 취하더라도, 네트워크 상에서 'Long-distance' 전파는 계속해서 남아있다고 분석합니다. 결국 모든 노드를 제거하기 전까지는, 장거리 전파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네트워크 분석 결과, 슈퍼 전파자를 찾아 색출하고 감염원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사회 전체 구성원의 접촉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락다운으로 공공기관을 비롯한 사적 경제주체들의 활동을 거의 중지시켰지만, 한국에서는 이보다 느슨한 방식의 '거리두기'를 택했습니다. 락다운은 사람들의 접촉을 통제하는 더 강한 수단이지만,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일겁니다. 실제로 한국은 2020년 경제성장률이 -0.95%로, 일본이 -4.93, 프랑스 -8.23, 영국이 -9.92, 미국이 -3.5인데 비해 굉장히 선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경제성장률 대비 방역 성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2021년 10월 12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 총 확진자 수는 33만명, 일일 확진자 수는 1200명에 이릅니다. 한국보다 인구가 두 배 가량 많은 일본의 경우 총 확진자 수가 170만명, 일일 확진자 수는 549명이네요. 프랑스같은 국가는 총 확진자 수가 680만명, 일일 확진자 수는 3990명에 이릅니다. 락다운을 하지 않고, 이정도면 꽤 선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백신 접종률과 치명률

한국은 2021년 10월 10일을 기준으로, 1차 접종자 4천만/2차 접종자 3천만명을 넘어 섰습니다. 인구 비율로 따졌을 때 60%에 육박하는 숫자가, 백신에 접종한 상황입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해 우세종이 된 델타 변이에도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치명률(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초창기 대비 10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치명률은 0.27% 수준으로, 30~50대에서는 이보다 낮은 0.06%에 이릅니다. 독감(인플루엔자)의 치명률이 0.05~0.1%임을 감안하면, 코로나는 감기, 독감과 비슷한 유행성 바이러스로 남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델타 변이를 비롯한 각종 변이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으로 인해 치명률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자체가 감염력이 높고 치명률이 낮은 것인지, 감염 환자가 더 높은 비율로 중증 증세를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변이들이 코로나19와는 다른 증세를 보인다거나, 높은 전파력으로 질병에 취약한(그래서 중증도와 치명률을 높일 수 있는) 노년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입니다. 


더해서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 있다면 언제까지 있을지의 여부도 연구 중입니다. 다른 질병들과의 싸움에서 나타나는 '붉은 여왕 효과'처럼, 개발된 백신이 무효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고, 또 새로운 약이 개발되는 방식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어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긴 싸움을 앞두면서, 지금은 남은 사람들의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한다는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이전처럼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것인데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활동의 제약이, 경제 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총력전은 너무나 큰 부담이라는 시각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위드 코로나가 보편화되면 코로나19 발생 이전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코로나 이전처럼, 밖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2016년부터 밖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미세먼지 차단과 위생을 등을 이유로 그랬는데요. 그 친구가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Ref)Jo, W., Chang, D., You, M. et al. A social network analysis of the spread of COVID-19 in South Korea and policy implications. Sci Rep11, 858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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