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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njinn May 28. 2016

#5. 퇴사 한 달째, 두려움에 맞서기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정확히 퇴사 1달 (+1일) 째, 드디어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자유가 주는 무게감을 느끼며 동시에 조금이나마 나태해지는 순간 엄습해오는 불안함이 (비록 예상하고 있었다고 속으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은근한 스트레스를 한켠에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이 인생이지요" 라는 멋진 문구를 써두는 것은 참 쉬운 일이고,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나를 찾아서 살겠다"는 다짐은 강하게 세울 지언정, 당장에 줄어들기 시작하는 통장잔고와 막연하게 머리를 채우는 '지금 나는 괜찮을까, 그래서 내가 인생에서 구하고자 하는 답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드는 순간, 나도 모르는 새에 한치 앞이고 나를 찾고 뭐고 간에 '이렇건 저렇건 될대로 되겠지' 하는 결론을 만들어내기 십상입니다.


  내 일상의 Routine을 만들어서 매일같이 따르고 있지만, '나는 쉬는 중이니까 한 번 쯤 나에게 선물을 줘도 되잖아'라고 하며, 정말로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닌 나에게 핑계를 대고 싶었고, 곧장 기다렸다는 듯이 슬럼프가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정말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시점은 '오늘은 피곤하니까 조금 더 쉬어야 겠다 -> 아, 생각보다 더 자버렸네 이런 멍청이ㅜ' 하며 자책하는 순간보다는 오히려 '어떻게든 될대로 되어라' 하고 고민의 끈을 놓아 버리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퇴사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는 순간 자연스럽게 모든 면에서 두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쫄지말자는 책도 읽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라고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스크랩하고, 신문 기사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젊은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을 다지곤 했습니다.


  주로 '남의 시선 신경쓰지 말고', '저돌적으로 달려들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요. 애석하게도 그렇게 하기란 참 쉽지가 않습니다. 두려운 마음은 여전하고 남의 시선은 내 마음속에서 목소리처럼 울리며 맴돌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답을 찾기 위해서 달고 지내온 세 권의 책이 있습니다. 최근 수 개월 간 서점에서 크게 화제가 된 책들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심플을 생각한다.' '심플하게 산다' 이 세 권의 책들(줄여서 '심플 3종'이라고 하겠습니다)을 읽으면서 나의 슬럼프, 스트레스, 그 근원이 되는 두려움에 대해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1.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지만 그냥 빈 방은 아닌 책 속에 등장하는 방의 인테리어 사진들이 첫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마도 심플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저의 취향 때문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물건 줄이기의 실천 방안들이 이어집니다. 아, 저렇게 버리면 되는구나 하지만 실상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끝부분에 나오는  '물건을 줄인 후에서야 알게 된 행복의 비밀' 부분입니다. 물건을 줄이는 단순한 행위가 곧 삶의 여유와, 감사, 소중한 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하는 그 행복.

     

'2. 심플을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조직이 최상의 고객만족을 만들기 위해서 방해가 되는 "모든 것(계획, 서열, 동기부여, 비전, 차별화 같은 것 마저도)"을 없애고 정말로 중요한 고객의 니즈 단 하나에만 몰두하라는 명쾌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정말 금방 읽히면서 동시에 '말은 이상적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렇게 되는게 어디 쉬운일인 줄 아나(+부럽다 포함)'하는 반발감도 생겨납니다. 그렇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정말로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은 아니 그 조직과 어우러진 나는 과연 심플하게 고객이 만족하기 위한 일에만 온전히 몰두하고 있는지를 단순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3. 심플하게 산다'    

물건, 음식, 집, 몸, 마음, 인간관계 모든 것에서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나'를 온전히 새롭게 깨어나게 하라는 그야말로 심플함의 끝판왕이라 할 만한 책입니다. 현대를 살면서 정말 세세한 요소들까지 간결하게 하고 그로서 모은 에너지로 '삶을 겉할기로 살지말라'고 하는 주장을 던집니다. 한 두 마디로 이런 책이야 라고 결론짓기에는 등장하는 메시지들에 나를 돌아보기에 바빴던 그런 내용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리하여...일단..

(이걸 보고 정리를 시작했지만..)      

(뭐…이렇게 되었지요..ㅜ)            


  그러면 이런 책들을 보면서 고민하고 지낸 지금의 나는 많은 것들이 두렵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내가 가졌던 두려움의 실체에 대해서 세 권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러한 공식을 제안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생각      
(1단계) 두렵다 -> (2단계) 돈이 있다 -> (3단계) 두렵지 않다     

   그러니까 기존의 프레임에서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서 "안정감을 가지려면 돈을 최대한 많이 버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가 결론이 됩니다. 하지만 '심플 3종'을 대하고 보니 이 단계들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단계가 가운데 끼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심플함을 깨달은 후의 생각  
(1단계) 두렵다 -> (2단계) '내'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한다 -> (3단계) 그것을 위해서 돈/체력/인간관계 등이 얼마가 필요한 지를 안다 -> (4단계) 그 필요한 만큼의 것이 있다 -> (5단계) 두렵지 않다    


 심플을 이야기하는 여러 책 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조건 다 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래서 욕망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맹목적으로 /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욕망하는 것들을 비움으로서 곧 (2단계)의 나에게(또는 조직에게) 중요한 것을 찾는 과정이 가장 필수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순식간의 손익계산에 너무 밝았던 데다,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로서 취급받고, 그것이 곧 무능력함의 상징이 된 사회를 살고 있기에, 개인의 관점에서도 조금이라도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익을 달성했다는 사실에다 타인의 인정을 양분으로 삼지 않으면 내가 만들어낸 무형자산이나 그것을 위한 투입은 곧바로 무의미함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십년 간을 '남의 만든 나' 살아왔더니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어 생각해본다는 것이 정말로 어렵고 이리도 힘겹게 매일 싸우고 있는 대상인가 봅니다.


     이제 곰곰히 두려움을 마주한 시점에 타인의 시선에 마주하고 보니 걸러낼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조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간의 대화 주제는 온통 아래와 같았습니다.

   

"(내가 해봤더니, 나는 이런 경험과 지혜를 가졌고 나를 인정해줬으면 좋겠으니)  너는 이렇게 해라"

혹은 "(나는 지금 돈도 없고 여유도 없고 뭘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왠지 그런 것 같은) 너를 응원한다"

  

  어떤 때에는 괄호 바깥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괄호 안의 얘기가 더 크게 들릴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괄호 안이 들리지 않고 괄호 바깥의 이야기를 하는 구나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저 스스로가 타인에게 이야기 할 때 역시 마찬가지라 매일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또 신기한 것이 어떤 사람은 괄호 속 이야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괄호 밖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어느 순간에는 괄호 속과 밖이 섞이기도, 분리되기도 하기에 타인의 시선이나, 성품이라는 것 자체도 내가 함부로 평가해버리면 안되는 것이구나 느끼기도 합니다.    

 

  다만 명확한 것은 타인의 시선도 때로는 실체가 없이 순간적인 감정의 집합이기도 한 것 같고 그렇게까지 내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대상인 것 만은 아니구나 어렴풋이 알겠다는 점이지요.      


  "자신의 본질은 잃을 것이 있을 때, 그러니까 두려움에 직면할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의 슬럼프가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이렇게 온전히 나의 두려움을 지켜보면서, 물건을 소유하는 것, 일을 하는 것, 나의 몸과 마음을 가꾸는 것 그런 영역들에서 타인으로부터의 시선을 걷어내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더 명확히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알고 그것 자체에 매일을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은 당장 "돈 벌어야 해요, 관심을 주세요, 사랑받고 싶어요"하며 달려드는 것 보다 더 우선하여야 하는 일이고, 그리고 그것이 곧 두려움에 맞서기 위한(더불어 지금의 슬럼프에서 일어서기 위한) 다짐이 되기도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주제는 어느 책에나 늘 등장하는 뻔히 등장하는 기본메뉴 같은 결론이긴 하지만, 학창시절 수학의 정석을 풀면서 좌절한 이후로부터 늘 알아왔었습니다. 그 기본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지겹도록 어려운일 인가를.    

두렵고 남의 시선이 신경쓰이냐구요?  
물론 여전히 그러합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두렵지 않은척 무리 하지 않고
무엇이 두려운지 그 정체를 바라보면서
내가 어디까지 신경쓰지 않고 살수 있는지
얼마의 돈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타인에게 가치를 제공함으로서 돈벌이는 하는 사람인지
필요와 욕심을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인지를 생각합니다.


# 그나저나 슬럼프는 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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