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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Apr 26. 2024

['24 바르셀로나] 2. 첫날 2시간 숏관광 겸 첫끼

2024년 2말3초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장기

꼬박 이틀을 깨어 있다보니 샤워는 고사하고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또 그만큼 배가 고팠다. 늦은 시간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이기도 하고 밥 다운 밥을 먹어보자는 마음에 길을 나섰다. 동네 슈퍼마켓이 간간히 보이기는 했으나 들어가서 고르는 것도 귀찮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마켓은 우리나라 나들가게처럼 꽤 다양하다. 품목도 각 가게들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찾는 아이들은 어딜가도 찾을 수는 있다. 와인과 하몽, 치즈, 물, 음료수, 심지어 과일과 채소를 함께 파는 곳도 있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면 24시간 여는 곳도 있다. 구글이나 애플맵을 찍어가며 일일이 알아보기 보다는 지나가면서 슈퍼마켓에 붙어 있는 문구들을 보다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여기는 몇시까지 올 수 있군' 하고 말이다.


하나 더 있다면 동네 식당 역시도 자정이 넘어서까지 장사를 하는 곳도 있다. 재밌는 건 대부분 커피도 판다. 자정이 넘어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이 먹고 싶다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얼큰하게 취했다면 자정에 먹는 에스프레소 한잔이 꽤나 그리울 것이다.


호텔을 나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도 요리조리 눈을 돌린다. 슈퍼나 식당, 카페 등 갈만한 곳이 있나 본다. 좀 더 걸어가니 우리나라처럼 치킨(시장에서 통으로 튀긴)을 한정판매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손님이 꽤나 있는 정육점도 보인다. 다만, 이마트 에브리웨어 등과 같은 좀 규모 있는 슈퍼마켓이 안보인다. 가장 먼저 찾는 곳인데 주변에 없다보니 대략 난감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디라도 들려 뭐라도 사야겠다고 다짐.

2017년에 찾았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의 저녁 모습

바르셀로나에서 보통 한 번 이상은 찾는 곳이 바로 까탈루냐 광장이다. 광장을 기준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널려 있다. 명품을 찾는다면 북쪽으로, 람블라스 거리로 가기 위해서는 남쪽을 향하면 된다. 람블라스 거리는 까탈루냐 광장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우측 라인에,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가려면 좌측 라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가는 길에서 좀 더 좌측 라인을 타면 까르푸도 만날 수 있다. 각종 통조림과 올리브오일, 와인 등을 사기 위해 들렀던 때가 있었다. 최근에는 람블라스 거리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같은 까르푸 분점(?) 같은 곳이 생겼다. 기억 속에는 라 보케리아 시장 전에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까탈루냐 광장은 지하철역이 있다. 대중교통의 중심지라 불릴 정도로 많은 지하철 노선이 교차되는 곳이다. 물론 버스도 많다. 이 곳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도 있다. 숙소가 있는 El Clot에서는 15분 안팎이면 충분하게 도착할만한 거리다. 참고로 바르셀로나 지하철은 우리나라 서울 중심지에 촘촘하게 연결된 2호선의 역 간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한 두 정거장은 걸어갈만 하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은 첫날 밤 외출이었기 때문에 노선을 분명히 했다. '카탈루냐 광장과 인사하고 람블라스 밤거리도 한번 보면서 저녁을 먹는다'로 목적을 정했다.

카탈루냐 광장역에서 내려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레이알 광장에 도착한다.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식당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했다. 가기면 한다면 평타는 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게다가 그 곳은 가우디가 만든 가로등도 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람블라스 거리를 걸어야 한다. 그 곳이 바로 '레이알 광장'이다. 건물 사이에 위치한 광장으로 중앙에 분수대도 있고 좌우측으로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로등이 있어 포토존으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길게 뻗어 있는 야자수도 볼 수 있다.

사진에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가로등 위 아래 바닥 타일 중 모양이 있는 곳이 있다. 여기에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가우디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 광장 테두리에는 수많은 식당과 주점들로 가득 차 있다.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맛은 평타 이상, 또는 바르셀로나 음식을 고민없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이 곳에서도 나름의 맛집이 있기는 하나 굳이 찾지 않았다. 고민이 좀 있기는 했으나 노상에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식당에 가까이 가면 호객 행위(?)를 전담하는 직원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안내하는데, 능숙하게 국적을 물어보고 한국어로 인사하는 곳이 은근히 많다. 심지어 한국어 메뉴가 있는 곳도 있다. 안내를 피한다고 피했는데, 결국엔 정말 눈 깜짝할 새 자리에 앉게 된다.


그래도 첫 날임을 감안해 익숙한 메뉴만 골랐다. 빵과 곁들인 하몽, 먹물 빠에야, 양갈비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한가지 팁이 있다면, 바르셀로나 음식은 보통 짜다. 바닷가니 짤 수 있겠다 싶은데, 짜도 너무 짠 곳이 많다. 적당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패스트푸드점인 KFC에서 치킨 한조각을 시켜 먹어볼 것을 권장한다. '대체 뭐가 짜다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한입 베어문다면 '아 이래서 짜다고 했구나' 할 거라고 자신한다. 왜냐면 그 짠 맛을 없애려고 찾은 곳에서 뒷통수를 맞은 경험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빠에야의 경우 상당히 짠 곳도 있다. 이럴 때는 주문을 할 때 부탁을 하면 된다. 멋드러진 말이 없어도 생존영어로 가능하다 "빠에야! 노 썰뜨!! 그라시아스" 정도면 된다. 아마 한국에서 느끼는 짠 맛 수준으로 삼삼한 간의 빠에야를 먹을 수 있다. 싱거우면 추가하면 그만이니 짠 음식을 싫어한다면 꼭 말해보길 권한다.

먹물 빠에야 입니다. 노 설트를 외친 결과물입니다.

바르셀로나는 맛있는 맥주가 꽤 많다. 한잔만 먹어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 산미겔을 시켰다. 대체 왜 고민한거지?  개인적으로 에스트레야담은 잘 안 맞는거 같아 패스. 참고로 슈퍼마켓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독립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판다. 호기심에 '람블라'라는 수제맥주캔을 샀는데 맛이 굉장히 독특했다. 향이 강렬해서 에일이나 IPA쪽이 아닌가 싶다.


산미겔은 필리핀 맥주로도 알려져 있는데, 사실 나름의 역사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필리핀이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던 시기에 스페인 사람이 필리핀에 지은 양조장에서 시작한 산미겔은 그 후 필리핀의 유수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반대로 스페인이 역진출한 곳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에서 마시는 산미겔은 이러한 경로를 통해서 스페인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다. 청량감이 있어 벌컥벌컥 마시면 꽤나 시원하다. 산미겔을 우리나라에서는 산 미구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원이라기 보다는 정확한 의미는 '성 미카엘'이다.


스페인은 와인도 맛있다. 국내서 꽤 비싸게 살 수 있는 와인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여기저기서 하몽이나 치즈는 살 수 있으니 복불복 와인을 하나 구매하는 것도 좋다. 철마다 과일도 꽤 저렴하게 판매한다. 스페인 역시도 낙농업이 나름 발달해 있어서 괴랄한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하나쯤 알고 가야 할 단어가 하나 있다면 바로 '까바'다. 화이트와인을 의미하는데, 영어를 몰라도 스페인어를 몰라도 식당에 가서 '까바!'를 외치면 화이트와인을 가져다준다. 일단 이름도 모르는 여러 와인을 먹어본 결과 실패가 없다.

잠이 쏟아집니다. 어서 이동해야 하는 람블라스 거리의 밤은 정말 인파가 북적북적합니다.

이제는 정말 쓰러질 시간. 호텔을 나온 시각이 저녁 7시20분. 식사를 마친 시간이 9시반였으니 2시간만에 목표했던 볼 것과 먹을 것을 다 챙겼다. 다시 광장으로 나가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내일은 후회없이 잘만큼 자겠다 생각하고 눈을 부쳤다. 조식도 신청하기는 했으나 하루 정도는 안 먹어도 되겠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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