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부. 제4이통사를 찾아라
하지만 정부는 전파법에 따라 합당한 최저경쟁가격을 설정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안은 1월 23일 그대로 확정됐다.6)
제4이동통신 출현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LTE-TDD의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와이브로 생태계가 붕괴해 가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야 했던 신규 사업자에게 이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이 주도하는 TD-LTE가 이미 국제 표준 지위를 확보한 만큼, 더 이상 와이브로에 기대를 걸 필요는 없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경영능력을 갖추고 공정 경쟁을 통해 값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한 발언은 기술 선택의 축이 이미 TDD로 기울었음을 시사하는 메시지였다.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붙잡은 곳은 KMI였다. 네 번의 실패에도 멈추지 않았던 KMI는 다섯 번째 출사표를 던지며, 이번에는 TD-LTE를 사업의 핵심 기술로 전면에 내세웠다. 설립 자본금 8,530억 원에 더해 법인 설립 직후 470억 원 현물출자를 받아 9,000억 원 규모로 재무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계속된 도전 속에서도 재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려는 의지가 분명히 보였다.
2013년 11월 14일, 공종렬 KMI 대표는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년 7월 LTE-TDD 전국망 상용서비스 개시를 선언했다.1) 그는 월 기본료 3만 원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제시하며 이통 3사의 절반 수준에 가까운 통신비 절감을 약속했다. LTE 시장이 고착화되는 시점에서, 파격적인 요금 전략은 KMI가 시장을 흔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다.
미래부는 KMI의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을 접수한 뒤, 공공성·주파수 정책·투자 계획·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적격심사에 착수했다. 과거 수차례 심사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됐던 ‘자본조달 실현 가능성’이 이번에도 주요 평가 요소였다.
2014년 1월 17일, 미래부는 2.5GHz 대역 주파수 할당계획을 발표했다. LTE-TDD 대역의 최저경쟁가격은 2,790억 원으로, 와이브로 523억 원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규모였다. 동시오름입찰 20라운드 후 낙찰자가 없으면 밀봉입찰 방식으로 전환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공고 직후 KMI와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2) 신규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을 고려해 비대칭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KMI는 “2,000억 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전파법에 따라 합당한 최저경쟁가격을 설정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안은 1월 23일 그대로 확정됐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 절차는 예상 외로 순탄하게 흘렀다. 1월 29일, KMI는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본 심사만 남긴 상태에서 KMI는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평균 30%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LTE-TDD 상용화 계획을 확신에 차서 제시했다.4) “2015년 4월 서비스 개시 약속부터 반드시 지키겠다”는 공종렬 대표의 발언은 그간의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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