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부. 3차 주파수 경매
수많은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었지만, 결과는 의외로 담담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3월 18일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이를 관보에 공고했다.1) 700MHz 황금대역의 처리 문제,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 광대역 주파수 총량 제한을 둘러싼 이통3사의 이해관계는 끝내 조율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원안 그대로 경매를 밀어붙였다. 이통3사 역시 계산기를 내려놓지 않은 채, 마감일인 4월 18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2)
경매는 4월 29일 오전 9시, 경기도 성남 분당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시작됐다.3) SK텔레콤 임형도 CR부문 정책협력실장, KT 최영석 정책협력담당 상무, LG유플러스 강학주 상무가 각 사를 대표해 모습을 드러냈다. TTA 내부에 마련된 세 개의 입찰실은 철저히 분리됐고, 공항 검색대를 연상케 하는 보안 절차를 통과한 뒤에는 경매 종료 시점까지 외부와의 접촉이 사실상 차단됐다. 허용된 통신 수단은 보안 심사를 거친 휴대폰 두 대와 팩스 한 대, 노트북 한 대뿐이었다.
경매 방식은 2013년, 2014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혼합형’이 채택됐다. 1단계에서 동시오름입찰 방식으로 최대 50라운드를 진행하고, 이 단계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2단계 밀봉입찰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경매의 핵심은 방식이 아니라 조건이었다. 광대역 주파수인 A·B·C 블록은 이통사당 1개로 제한됐고, 최대 확보 가능 대역폭은 60MHz로 묶였다. 과거처럼 특정 사업자가 대역을 과도하게 끌어안아 경쟁을 왜곡할 수 없도록 한 장치였다.
망 구축 의무 역시 구체적으로 설정됐다. 전국망 기준 13만 국 운용을 전제로 광대역 주파수는 최소 6만8천900국, 협대역은 4만2천400국 이상 구축하도록 요구했다. 주파수는 사되,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확한 신호였다. 여기에 낙찰가와 재할당 가격을 연계하는 구조, 경우의 수가 많은 매물 구성, 총량 제한이 맞물리면서 경매판은 빠르게 식어갔다.
결국 승부는 길어지지 않았다. 5월 2일, 경매 2일 차 8라운드에서 낙찰자가 모두 결정됐다.4) SK텔레콤은 경쟁이 붙었던 D블록을 9천500억원까지 끌어올린 끝에 확보했고, E블록은 최저경매가로 가져갔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B블록과 C블록을 최저 경쟁 가격에 낙찰받았다. 한때 ‘황금 주파수’로 불리며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700MHz 대역 A블록은 끝내 유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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