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부. 세계 최초 5G 상용화
SK텔레콤은 밤 11시 정각, 글로벌 스타 엑소(EXO)의 백현과 카이, '피겨 퀸' 김연아, e스포츠의 전설 페이커(이상혁), 수영 선수 윤성혁, 그리고 31년 장기 고객 박재원 씨를 1호 가입자로 모시며 화려한 개통식을 치렀다.
KT 역시 같은 시각, 대구 동성로 직영점에서 상용 스마트폰 1호를 개통했다. 1호 가입자 이지은 씨는 남편이 독도와 울릉도 5G망을 직접 구축한 통신사 직원이라는 감동적인 사연을 전하며 "남편의 땀방울이 서린 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쓰게 되어 뜻깊다"는 소감을 남겼다.
LG유플러스 또한 서울 종로 직영점에서 인플루언서 김민영 씨와 카레이서 서주원 씨 부부를 1호 가입자로 맞이하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축하받을 일이었지만, 왜 굳이 야심한 시각에 이런 '기습 개통'이 이루어져야 했을까.
그 배후에는 미국 버라이즌과의 숨 막히는 첩보전이 있었다. 당초 4월 11일 상용화를 예고했던 버라이즌은 한국의 일정을 꺾기 위해 상용화 시기를 4월 3일로 전격 앞당기는 극비 전략을 세웠다. 시차를 감안하면 한국보다 하루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낚아챌 수 있는 계산이었다.
이 극비 정보가 우리 정부와 업계에 전해진 것은 상용화 시점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남은 시간은 단 몇 시간. 정부와 이통사, 삼성전자는 긴밀하게 움직였다. 다행히 이통사들은 이미 초도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였고, 부리나케 의미 있는 1호 가입자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은 4월 3일 밤 11시에 개통 버튼을 눌렀고, 버라이즌은 그로부터 약 2시간 뒤에야 상용화를 알렸다. 2시간이라는 찰나의 차이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라는 역사적 명분을 지켜냈다.2)
사실 양국의 자존심 대결은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버라이즌은 그해 11월 유선 대체 기술인 FWA 방식으로 먼저 전파를 쐈지만, 국제 표준이 아닌 자체 기술을 사용해 정식 상용화로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12월 1일 표준 기술로 첫 전파를 쏘며 명분을 쌓았다. 이번 스마트폰 상용화 대결에서도 버라이즌은 모토Z3에 전용 모듈을 끼워 쓰는 방식을 택했지만, 우리나라는 완벽한 단일 스마트폰 형태인 갤럭시S10 5G로 승부를 보며 서비스의 완성도 면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이 기적 같은 승리에는 운과 실력이 조화롭게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예약판매 물량을 이통사에 미리 넘겼던 덕분에 충분한 초도 물량이 확보되어 있었고, SK텔레콤은 이미 당일 오전 쇼케이스 현장에서 홍보대사들에게 단말을 증정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퀄컴 칩셋 공급 일정에 묶여 있던 경쟁사들과 달리, 자체 칩셋(엑시노스)과 모뎀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빠른 대응이 결정적인 '치트키'가 되었다.
4월 4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모든 관계자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비록 2시간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였으나,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대한민국의 기술 집약력과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만들어낸 거대한 드라마였다. 이제 세계는 대한민국을 '5G의 종주국'으로 공인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3일 23:00 (KST): 대한민국 이통 3사, 5G 스마트폰 전격 개통 개시.
SK텔레콤: 엑소(백현, 카이), 김연아, 페이커 등 6명 개통.
KT: 대구 거주 이지은 씨(직원 가족) 개통.
LG유플러스: 김민영·서주원 부부 개통.
2019년 4월 4일 00:55 (KST): 미국 버라이즌, 5G 상용화 발표. (한국보다 약 1시간 55분 늦음)
1) 김문기 기자, 이통3사의 5G 1호 가입자는?..연예인~일반인 '각양각색', 아이뉴스24, 2019. 4. 4.
2) 김문기 기자, '세계 최초 5G' 어디? 韓, 간발차 美 제치고 '성공', 아이뉴스24, 201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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