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부. 5G 조기 상용화 바람
2018년 4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를 개최했다.1) 이 자리는 정부가 마련한 5G 주파수 경매 초안이 공개됨과 동시에 업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 자리였다. 정부는 5G 상용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표준 확정 직후 가장 빠른 속도로 경매 설계도를 내놓은 셈이다.
토론회장에서는 역시나 총량제한에 대한 이통 3사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총량제한이란 예를 들어 3.5GHz 주파수 매물 중 한 사업자가 얼마만큼의 대역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한 최대치를 말한다. 최초 300MHz폭이 나왔기 때문에 총량제한이 100MHz폭으로 설정된다면 한 사업자가 100MHz폭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통 3사가 동일한 대역폭을 할당받게 된다. 이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주파수를 독점해 후발 사업자와의 품질 격차를 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더 많은 대역을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균등할당은 나눠먹기식으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자는 말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1위 사업자로서 대용량 콘텐츠가 쏟아질 5G 시대에 100MHz폭으로는 고객들에게 완벽한 품질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대역폭 차이가 결국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1위 사업자에 대한 총량 제한이 필요하며, 5G가 새롭게 시작하는 서비스이기에 시작부터 공정하게 주파수가 배분돼야 한다고 맞섰다. 주파수 폭의 차이가 곧 속도의 차이로 이어지는 통신 특성상, 시작부터 불균형이 발생하면 5G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통 3사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사안도 있었다. 바로 경매가격이었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5G용 3.5GHz 주파수 시작가는 2조 6천544억 원, 28GHz 주파수는 6천216억 원으로 총 3조 2천760억 원으로 상당한 비용이라는 설명이었다. 주파수 할당가격은 예상매출액과 실제매출액을 더해 계산되는데 정부가 5G에 대한 예상매출액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5G 설비투자 비용과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도 주파수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부는 완고했다. 기존 세대의 대가 수준을 기반으로 설정한 가격으로 2016년 140MHz 대역폭이 2조 6천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3.5GHz 주파수는 2배폭이기 때문에 최저가를 비슷하게 설정해 어찌 보면 더 저렴하게 내놨다는 설명이다. 시각차가 있기 때문에 정답이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자산인 주파수의 가치를 적절히 회수해야 한다는 명분과 시장의 투자 활성화라는 실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안이 가계통신비를 인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통신 토양인 주파수를 비싸게 팔게 되면, 이통사는 더 비싼 가격을 물고 상당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비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단연 고객들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였다. 민간 사업자에 대한 정부 개입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의 피해를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따랐다.
2018년 5월 3일 과기정통부는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 확정안'을 발표했다.2)
먼저 간섭논란이 야기됐던 대역은 최종적으로 경매 매물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3.5GHz의 경우 20MHz 대역폭을 제외한 3420MHz에서 3700MHz까지 총 280MHz 대역이 확정됐다. 이는 인접 대역인 공공 주파수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기술적 결단이었다. 또 28GHz의 경우 26.5GHz에서 28.9GHz까지 총 2400MHz 대역이 경매에 등장한다. 총 2680MHz 대역폭의 5G 주파수 매물이 설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제외된 20MHz 대역폭에 대해서는 이번 경매 직후 이통 3사 참여하는 전문가 연구반을 구성, 혼간섭 문제 등 분석에 나선준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대역은 여러 논란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5G 전국망이 어느 정도 추진된 이후, 가장 대역이 적었던 LG유플러스가 추가 할당을 통해 가져가게 된다.
또 다른 논란거리였던 '총량제한'은 동등할당으로 기울었다. 이통사 1곳이 할당받을 수 있는 주파수 총량으로 3.5GHz 주파수의 경우 100MHz 대역폭, 28GHz 주파수의 경우 1000MHz 대역폭으로 제한됐다. 결국 후발 사업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5G 시장의 '공정 경쟁'에 무게를 둔 것이다. 다만, 향후 5G 주파수를 추가 공급할 때는 각 사업자 트래픽 증가에 따라 필요한 만큼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총량제한을 완화키로 했다.
이통 3사의 불만을 야기했던 경매시작가는 원안대로 유지됐다. 5G 주파수 최저경매가격 총합은 3조 2천760억 원이다. 3.5GHz 주파수는 2조 6천544억 원으로 10MHz 대역폭당 948억 원이다. 28GHz 주파수는 6천216억 원으로 100MHz 대역폭당 259억 원 수준이다.
경매방식은 앞서 진행됐던 방식을 대신해 '무기명 블록방식(CA)'을 우리나라 사정에 맞춰 변형시켜 적용했다. 과거 경매는 주파수별 대역 위치와 폭이 모두 정해진 상태였지만 이번 경매는 주파수와 총대역폭 등 큰 틀에서 시작하기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무기명 블록방식은 1단계에서 대역폭량을 결정하고 2단계에서 원하는 위치를 선택하는 절차로 구분된다.
1단계는 수요량과 공급량을 맞추는 과정으로 3.5GHz 주파수는 10MHz폭으로 쪼개 28개 블록으로, 28GHz 주파수는 100MHz폭으로 구분해 24개 블록으로 구성했다. 이통사는 원하는 만큼의 블록의 수를 적어내면 된다. 총량제한에 따라 3.5GHz는 10개 이하로, 28GHz도 10개 이하로 제시해야 한다. 가령 이통 3사가 각각 10개 블록을 입찰했다면 총 30개 블록의 수요가 발생했지만 공급량은 28개뿐이므로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게 된다. 다음 라운드는 입찰증분 된 가격에서 경매가 시작된다. 이 과정을 반복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 1단계 경매가 종료되는 식이다.
최대 변수인 입찰증분은 최대 1%로 설정했다. 하지만 실제 경매 시에는 0.3%에서 0.75% 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었다. 각 라운드마다 경매과열양상을 살펴 증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2013년 경매에서도 1%로 출발해 경매 도중 0.75%로 입찰증분이 떨어진 사례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경매과열을 막기 위해 라운드도 50회로 제한했다. 2011년 경매과열로 인해 2013년부터 도입됐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 당시에도 라운드를 50회로 제한하고 51라운드에서 밀봉입찰을 진행하는 혼합방식을 채택했다. 본 경매는 50라운드까지 진행하고 이를 넘어가면 51라운드에서 밀봉입찰로 끝내는 방식이다.
주파수 이용기간은 3.5GHz 주파수는 10년, 28GHz 주파수는 5년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통상적으로 주파수 할당 시 10년을 이용기간으로 설정한다. 다만, 인접 대역과 종료일을 맞추거나 특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에 맞춰 이용기간을 조정했다.
28GHz 주파수의 경우 기술적 불확실성이 크고 생태계 형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통신사들에게 테스트 및 초기 투자 기간을 부여하고자 이용기간을 5년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5G 주파수 경매를 둘러싼 과열 우려와 간섭 논란, 총량 제한, 가계통신비 인상 우려 등 여러 잡음이 적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리스크테이커(Risk-taker)'가 되겠다고 자처했다.3)
당시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5G 선도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타이틀 자체에 목매는 것이 아닌 5G 시대 새로운 시도와 기회를 1년 앞서 제시하겠다는 것이며, 자율주행부터 굉장히 다양한 산업군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갈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다"라며, "5G 주파수 경매는 LTE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제적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며, 보는 관점에 따라 정부가 과도한 부담을 줄 수도, 또는 받을 수도 있지만, 정부가 부담을 지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리스크테이커가 되기로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관련된 모든 각 분야들에서도 위험을 무릅쓰는 리스크테이커가 됐으면 하는 게 저희 정책국의 바람"이라고 다짐했다.
2018년 4월 19일: 주파수 할당계획 토론회 개최, 총량제한 및 경매가에 대한 이통 3사 공방.
2018년 5월 3일: 과기정통부,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 확정안' 발표.
주요 확정 내용: 매물 규모: 3.5GHz(280MHz폭), 28GHz(2400MHz폭) 확정. 총량 제한: 3.5GHz(100MHz), 28GHz(1000MHz) 동등 할당 위주 제한. 최저가: 총 3조 2,760억 원 (원안 유지). 방식: 변형된 무기명 블록방식(CA), 50라운드 제한 및 밀봉 입찰 도입. 이용 기간: 3.5GHz 10년, 28GHz 5년.
정책 기조: 정부의 '리스크테이커' 선언을 통한 5G 상용화 가속화 의지 표명.
1) 김문기 기자, [5G 주파수 경매] 정부-업계 가격·총량제한 '충돌', 아이뉴스24, 2018. 4.19.
2) 김문기 기자, 5G 주파수, 6월 15일 주인 가린다, 아이뉴스24, 2018. 5. 3.
3) 김문기 기자, 류제명 국장 "5G 부담, 정부가 리스크테이커 되겠다", 아이뉴스24, 2018.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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