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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8GHz 대역 논란,
'진짜 5G' 딜레마

58부. 5G 초기 대중화 물결

by 김문기

2019년 하반기, 5G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가는 축제 분위기 이면에서는 소리 없는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5G의 이미지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였다.


상용화 초기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홍보된 20Gbps라는 속도는 소비자들에게 혁명적인 기대를 심어주었으나, 정작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속도는 그에 훨씬 못 미쳤다. 여기서 등장한 용어가 바로 '진짜 5G'였다. 기술적으로 20Gbps라는 꿈의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고주파 대역인 28GHz(mmWave)의 상용화가 필수적이었지만, 정작 전국에 깔리고 있는 망은 중대역인 3.5GHz 주파수였기 때문이다.


정부와 이통 3사는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3.5GHz와 28GHz 대역을 묶음으로 낙찰받았다. 28GHz 대역에 대해 각 사별로 3년 내 1만 5,000개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무 조건을 부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한 해 동안 이통 3사의 인프라 투자는 철저하게 3.5GHz에 집중되었다. 28GHz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하고 회절성(장애물을 피해가는 성질)이 매우 낮아,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나무나 유리창 같은 작은 장애물에도 신호가 뚝 끊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를 전국망으로 구축하려면 3.5GHz 대비 몇 배나 더 촘촘한 기지국을 깔아야 했고, 이는 천문학적인 투자비용과 수익성(ROI) 악화라는 벽에 부딪혔다.


더 큰 문제는 단말기였다. 2019년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 S10 5G'와 '갤럭시 노트10 5G' 등 플래그십 모델들조차 국내 출시 버전에는 28GHz 지원 안테나가 아예 빠져 있었다. 미국 버전에는 탑재되었던 안테나가 국내용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제조사와 이통사는 "국내에는 해당 대역의 망이 구축되지 않았고, 배터리 효율과 두께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SKT-삼성전자와 차세대5G로 시속210km 레이싱 생중계 성공_2.jpg [사진=SKT]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20배 빠른 속도를 기대하며 고가의 5G 요금제와 단말기를 구매했지만, 정작 그 속도를 낼 수 있는 망도, 단말기도 준비되지 않은 '절름발이 5G'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28GHz는 전파 특성상 전국망보다는 인구 밀집 지역이나 B2B(기업 간 거래) 전용으로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었다.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 이통사에 28GHz 기지국 구축을 독려하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통 3사는 28GHz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B2B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공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9년 말에 이르러 28GHz 대역은 사실상 '유령 주파수'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훗날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 집단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장 광고 과징금 처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통 3사의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는 불씨가 되었다.


대한민국 5G 역사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잉태된 '진짜 5G'라는 수식어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한계와 자본의 계산 속에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뼈아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부록 : 28GHz 주파수 논란 및 기술적 배경 정리


주요 대역별 특징 (2019년 기준)

3.5GHz (Sub-6): 전국망 구축용. LTE 대비 3~4배 빠름. 커버리지 확보 용이.

28GHz (mmWave): '진짜 5G'용. LTE 대비 최대 20배 빠름. 도달 거리 짧음(200~300m).

이통 3사 의무 구축 조건: 2018년 할당 당시 각 사별 28GHz 기지국 1만 5,000대 구축 의무 부여.

단말기 이슈: 2019년 출시된 국내용 5G 스마트폰 전 모델 28GHz 지원 안테나 미탑재.

기술적 난제: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 통과가 거의 불가능함.

단말기 부재: 초고주파 칩셋 및 안테나 모듈의 전력 소모 및 발열 문제.

수익성 부족: B2C(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확실한 28GHz 필요 콘텐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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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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