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부. 5G 초기 대중화 물결
2019년 6월, 대한민국 5G 가입자가 상용화 약 두 달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뤄냈으나, 내부적으로는 '진짜 품질'을 둘러싼 이통 3사의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이통 3사가 서비스의 본질인 '속도'를 두고 유례없는 감정 섞인 설전을 벌이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발단은 LG유플러스가 6월 중순부터 배포한 비교 광고였다. LG유플러스는 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Benchbee)'를 활용해 서울 주요 거점 186곳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자사가 181곳에서 가장 빨랐다는 내용을 담은 "비교 불가 한판 붙자!: 5G 속도 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전국 대리점에 게시했다.
3위 사업자가 1, 2위 사업자의 텃밭인 서울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주장하자, SK텔레콤과 KT의 대응 수위는 극도로 높아졌다.
참다못한 KT는 6월 26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긴급 백브리핑을 자처했다. 브리핑에 나선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LG유플러스의 광고 내용에 대해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김 상무는 공식 석상에서 경쟁사를 향해 "치졸하다"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날을 세웠다. KT는 "LG유플러스가 자사 망에 최적화된 'LG V50 씽큐' 단말기로만 속도를 측정해 결과를 왜곡했다"며 '의도적인 조작 의심'까지 제기했다.
KT 측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갤럭시 S10 5G'로 측정할 경우 LG유플러스의 5G 속도는 3사 중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요지였다.
KT의 브리핑이 끝난 지 불과 2시간 뒤인 오후 5시, SK텔레콤 역시 을지로 T타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은 "벤치비 측정값은 측정 시점의 서버 혼잡도와 위치에 따라 결과가 수동적으로 변해 품질 비교 지표로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SK텔레콤은 특정 지점의 단발성 속도가 아닌, 주행 중 끊김 없는 품질을 측정하는 '드라이빙 테스트' 결과에서 자사가 압도적 1위임을 강조하며 후발 주자의 공세를 '의미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규정했다.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은 LG유플러스는 이튿날인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통 3사 5G 속도 품질 공개 검증"을 제안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경쟁사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3사가 공통의 장소와 단말로 직접 재보자"는 초강수였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신뢰성 없는 측정 방식을 정당화하려는 마케팅 쇼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3사의 설전은 감정의 골만 깊게 남긴 채 일단락되었다.
이통 3사가 100Mbps 안팎의 속도 차이를 두고 사상 초유의 '독설 브리핑'까지 마다하지 않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으나, 정작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싸늘했다.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터지지도 않는 5G를 두고 누가 더 빠르냐고 싸우는 꼴이 마치 '도토리 키재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의 여론은 이통 3사의 속도 전쟁을 향한 조롱으로 가득했다. 가입자들은 "집 안에서도 안 터지고, 지하철만 타면 LTE로 바뀌는데 1등이 무슨 소용이냐", "10만 원 가까운 요금을 내며 품질 불만을 겪는 가입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이통사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실제 체감 속도가 그에 훨씬 못 미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고가의 요금을 지불하는 베타테스터'라고 비하하는 유행어까지 번졌다.
시민단체의 비판도 거셌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통 3사가 불투명한 커버리지 맵을 제공하면서 가입자 유치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품질 논란이 불거지자 속도라는 수치 뒤로 숨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6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5G 서비스 해지와 관련된 민원이 폭주했으나, 이통 3사는 "기지국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며 속도 1위라는 타이틀 쟁취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결국 이 시기의 과도한 속도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5G=마케팅 사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깊게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통사들이 기술적 완성도와 신뢰도 구축보다 '숫자 우위'를 통한 가입자 뺏기에만 몰두한 결과, 상용화 초기 형성되어야 할 5G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이는 훗날 5G 품질 관련 집단 소송과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처분으로 이어지는 소비자 불신의 거대한 불씨가 되었다.
당시의 진흙탕 싸움은 결국 4년 뒤인 2023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 마침표를 찍었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실제 구현하기 어려운 이론상 최고 속도(20Gbps)를 마치 실제 속도인 양 광고하고,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사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총 336억 원의 과징금(SKT 168.3억, KT 139.3억, LGU+ 28.5억)을 부과했다.
2019년 6월의 '1등 공방'은 대한민국 5G 상용화 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자존심 대결인 동시에, 소비자의 알 권리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숫자 놀음에 매몰되었던 '흑역사'로 기록되었다.
2019.06.중순: LG유플러스, 서울 주요 지역 186곳 벤치비 측정 결과(181곳 1위) 포스터 배포.
2019.06.26 (15:00): KT 긴급 브리핑. "치졸한 조작 의심" 발언 및 갤럭시S10 기준 하위권 주장.
2019.06.26 (17:00): SK텔레콤 긴급 브리핑. "벤치비 신뢰성 전무", 드라이빙 테스트 우위 강조.
2019.06.27: LG유플러스, 이통 3사 공동 '5G 속도 공개 검증' 제안 (SKT·KT 거부로 무산).
2019.07.01: 방송통신위원회, 이통 3사에 과도한 마케팅 경쟁 자제 및 품질 개선 촉구.
사후 결과 (2023년 공정위 제재)
제재 사유: 실제 구현 불가능한 20Gbps 속도 광고 및 객관적 근거 없는 비교 광고.
총 과징금액: 336억 1천만 원(SK텔레콤: 168억 2천 900만원/KT: 139억 3천 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 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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