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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Mar 24. 2021

영화 <her> 테어도르의 외로움에 대하여

클럽하우스에서 나눈 인물토크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를 묻는다면 꼽는 영화는 ‘her’ 이다.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의 숨막혔던 여운이 여전히 느껴진다. 누군가 "아 그 영화? AI 랑 사랑에 빠지는거잖아." 라 한다면 난 답답한 마음에 큰 숨을 한번 내쉴꺼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얽혀져 풀어내어지고 있는데!

 

한번쯤 상상해본 미래환경이 소재가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의 경험이 휴먼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게다가 색감이 예쁘다면? 배우의 목소리들 마저 매혹적이라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클럽하우스에서 매주 수요일 인물토크를 진행하고 있어요. 작품   명의 인물을 조명해 주제를 설정해 토크를 합니다. 가상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돌고돌아 우린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됩니다. 오늘은 공식 첫번째 에피소드 대화의 기록.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함께 수요일 밤11시부터 1시까지 대화를 나눈 분들 :-) 스피커로 마지막까지 참여해주신 분들로만 기록했습니다. 


클럽하우스 아이디 : @yongart














영화 에서 발견한 외로움


기계를 바라보는 표정들을 보며

외롭다는 감정의 모습을 여기서부터 느꼈던 것 같아요.



테어도르가 기계를 보며 말하는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였어요. 시선이 모니터에서 바라보잖아요. 그리고 테어도르는 모니터를 보면서 편지를 읽고 있어요. 매우 휴먼적이고 감정과 감성이 가득한 러브레터. 하지만 기계를 보고서 읽고 있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구요.


우리는 기계를 보면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제가 예전에 디자인 수업을 했는데 실습시간이 오면 다들 열정적으로 모니터속으로 빠져들어가죠. 재밌는건 그때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더 무서워진다는 거에요. 무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거든요. 기계를 마주하는 시간을 만날 수록 표정도 감정도 무뎌져가요. 내가 직접 느끼기보단 게시글에서 댓글에서 말하는 감정을 보기만해요.


공감되는게 저도 회사에서 일하다 문득 사람들을 돌아보니 다들 무표정으로 있더라구요. 회색으로 물들여진 세상 속의 우리의 모습인거죠.






방이 넓게 잡히면서 옆모습이 나와요. 

그 장면이 외로워보이더라구요. 무기력해보이기도 하구요.


테어도르가 살았던 집, 그가 홀로 지내며 살고 있던 모습이 대화에서 중심에 올랐다.



와 정말 공감해요. 

그 집이 정말 넓잖아요. 가구도 많다고 느껴지지 않고. 내 행동반경보다 큰 집에 있다보면 괜히 더 혼자인 느낌이 강해지고, 외롭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게다가 통 창이고 뷰는 빌딩숲이에요. 다세대 건물뷰를 바라보면 다른 이들의 집에 불이 켜져있다면 "저긴 밝게 빛나고 있네 행복할까?" 라 생각하고 불이 꺼져있다면 "아 어두운 세상" 이란 생각에 똑같이 외롭겠죠?


맞아요. 그래서 미국에서 첫 도시계획이 이뤄져 단지가 형성되었는데 오히려 범죄율이 증가되었다고 해요.  창으로 보이는게 회색건물.


바로셀로나도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구역이 있어요. 격자무늬로 모든 건물이 지어져 있어요. 그런데 그 안의 병원은 대각선으로 향하는 길목을 구성했다고 해요. 병원 창문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뷰가 보일 수 있게요.





대필을 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도 그래요.


그의 직업은 '손 편지를 쓰는 사람'(hand-written letter writer)이다.

좀 더 정확하겐 대신 써주는 사람이다. 어떤 고객에겐 10년동안 편지를 대신 써와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 점도 대화에선 자주 언급되었다.


동료가 테어도르에게 칭찬을 해요. 편지를 정말 감동적으로 쓴다고. 그때  "그냥 편지일 뿐이야" 라는 답변을 해요. 손편지란 상대의 감정을 대신 전달을 하는건데, 자신의 감정을 보살피기 보단 타인의 감정에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잖아요. 큰 역할을 했을 꺼에요.




주인공 옷 컬러가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겪는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사만다를 만나기 시작할 때는 붉은색 , 패닉이 될 때 노란색, 감정이 끝날때는 흰색으로 표현되더라구요. 이건 저의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화의 호평을 자아내는 요소 중 하나는 이 영화의 색감이었다. 영상미가 정말 예쁘다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이 때 테어도르가 입었던 옷의 컬러에 대한 관점 또한 언급되었다. 이때 흥미롭게도 함께 참여해주셨던 분 중 컬러테라피스트 분이 계셔서 이야기가 이어졌다.


영화를 보지 못해 해석을 할 수는 없지만, 단순하게 컬러가 가진 의미만을 말해볼께요. 붉은색은 강한 열정들을 가지고 있지만 밀어내는 에너지로 체념의 감정을 가지고도 있어요.

노란색은 아이처럼 웃음을 짓는 듯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경이 예민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뜻하기도 해요. 테어도르의 감정상태와 연결시켜 충분히 생각해볼 수 도 있을 컬러의 개념이네요.

+ 함께해준 컬러테라피스트 태경님의 첨언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요. 소개팅장면에서 처럼요.



주인공의 관계에서 또 한번 강렬함을 준 사건은 바로 소개팅이었다. 


정말 매력적인 여성과의 데이트를 하고 키스를 했지만 간을 보고 재는 모습. 누군가와 더 깊은관계를 확신하려고할 때 오히려 도망가는 모습들을 보이잖아요. 사실 요즘 제 모습 같기도 했어요. 관계에 있어 확신을 하지 못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 어른이여서 외로운 것들이 많아요. 


오해를 해야 사랑을 할 수 있다고, 가까워지고 더 자세히 알아가기 꺼려질 때도 있어요.

더이상 새로운 것도 없다는 생각에 기대도 안될때도 있구요.






주변인처럼 보이는 설정들도 외로움을 느끼게 했었어요.



풀샷으로 화면이 비춰졌어요. 수많은 사람들 속의 한 사람으로 비춰질 때 외로워 보이는거죠.  불특정 다수 속의 나. 기댈곳이 없는 사람처럼 비춰지는 모습들이요. 현재의 일들에서 주체가 되는가 객체가 되는가. 이게 외로움의 주요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테어도르가 외로움에서 벗어나 보였던 장면은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가 끝으로 향해갈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가 느낀 외로움. 그 외로움에서 벗어났다고 느꼈을 때는 그럼 또 언제였을까?




외로움을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때. 


테어도르의 친구가 옆에 있을 때 장면이요.  외로움을 공감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유리창에 기대면서 밖에 노을지는 도시를 바라보는 장면이 외로워 보이지 않았어요.

벽에 기대있는게 의지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봐요. 창 밖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참 좋았어요.







눈을 감고 놀이공원에서 노는 장면

테어도르는 가장 많이 쓰는 감각인 '시각'을 사만다에 맡겨요. 눈을 감고 사만다의 안내에 따라 길을 걷고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기도 하죠. 누군가에게 자신을 맡기고 의지한다는 것. 그 모습이 정말 외롭지 않아보였어요. 그 순간에 몰입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모습도. 바다를 보러 가고 일상을 공유하고, 다시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에는 큰 결심히 필요했을 텐데 말에요.







감정을 받아드리며 성장했을 때가 가장 큰 성장이였어요. 

전 부인과의 관계에 회피를 하던 사람이 직면을 했잖아요. 듣고 싶은 것만 찾아가게 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확장됬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마지막 쯤에 캐서린에게 편지를 써요. 사랑하는 시선을 보낸다. 순간은 외로워보이지 않았어요. 앞으로 외로움도 끝나지 않지만요. 



참여한 분께서 자신의 인생영화였다고 말씀해주시면서 예전에 그려둔 그림을 보내주셨어요. 곱게 담아두기이.



comment.

'외로움'에 대해 한 인물을 조명하며 입체적인 시선을 발견한 첫 시간이. 너무나도 풍성했어요. 아마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아요. 외로움이란 감정을 외롭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나눌 수 있어서 참. 아이러한 이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아내에게 대필이아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공유해봅니다!




당신이 무엇이 되던, 

당신이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당신에게 사랑을 보냅니다.

당신은 나의 마지막까지의 친구입니다


Whatever someone you become, 

and wherever you are in the world, 

I’m sending you love.

You’re my friend til the end

매거진의 이전글 태초부터 우린 창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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