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을 못 잤다고?
이제부터 시작될 글은 내 인생 최악의 5일에 대한 기록이자 극복기이다. 무슨 일을 겪었길래 최악이었냐고?
하. 하. 하. 무려 5일 동안 잠을 못 자버렸습니다!
5일을 못 잤다고 하면 지인들까지도 모두 이런 표정을 짓는다. ㅇ0ㅇ 그게 가능해? 주변에서 하루 이틀 못 잔 이야기는 듣지만 5일은 좀 심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5일 동안 1-2시간 선잠에 들었다고는 고백한다. 잠을 못 자는 극한까지 가 버리면 몸이 발악을 하는지, 안개가 낀 것 같은 수준의 잠은 들곤 했다. 하지만 깊은 잠을 자지 않았으니 아침에 일어나면 힘이 없고, 신체적으로 약한 부분이 함께 아프기 시작했다.하루 종일 좀비가 되어 시들시들 활동하고, 무엇보다 머리가 온 방향에서 잡아 끄는(?) 팽만감이 들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3일 차. 나는 병원을 찾았다. 이대론 안 될 것 같았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들렀다. 신경과에서 불면증을 전문으로 하시는 여자 의사 선생님에게 외래 진료를 받았다. 선생님은 나의 수면 패턴, 스트레스, 먹고 있는 약 등에 대해 굉장히 상세하게 물어보셨다. 이 정도면 끝날 법도 한데 끝나지 않았다. 한참의 문답 후 선생님이 분석한 세 가지 내용. (1) 침대에 있는 시간은 긴데 자는 시간이 적다, (2)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다, (3) 예민한 성격을 지녔다.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내용이라 놀라지도 않았다. PD 생활 6년 차, ‘규칙적인 삶’은 일상과 멀었고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다소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작은 자극에도 잘 놀라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선생님의 분석에 ‘대박 이런 게 있었어?’ 하는 통렬한 깨달음이 있다기보다는, ‘휴. 알고 있었죠. 그래도 다시 들으니 슬프네요’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또르르…)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치료를 해야 했다. 상담 말미, 선생님은 앞으로 수면 패턴을 어떻게 관리할지 의견을 주셨고 매일 기록하라며 ‘수면 일지’를 건넸다.
집에 돌아와 더 생각해 봤다. 사실, 나의 경우 이번 사건 이전에도 불면증이 있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촬영이 있으면 전날 밤에 잠이 안 왔다. ‘아 꼭 잘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이 ‘절대 못 일어나선 안 돼’가 되어 버렸고, ‘그럴 바엔 자지 말자’하고 바뀌어 버렸다. 걱정하는 것보다 잠을 자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몇 번씩 되뇌어도 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자동으로 내 머릿 속에 켜져버린 ‘걱정 회로’는 꺼지질 않았다. 그리하여 2년 정도는 한 달에 한 번씩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어쩌면 ‘인생 최악의 5일’은 그러한 나날들이 켜켜이 쌓여 일어났을지 모른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나의 불면증을 고치기 위해선 원인부터 제대로 진단하는 게 필요했다. 다음부터 이어질 글들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여정이다. PD라는 직업은 불면 - 더 나아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안다고 바뀌는 게 있나 싶지만 일단 적어보자. 첫 번째 주제는 바로 ‘불규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