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May 20. 2023

새를 기다리는 창가


날아가는 새들을 흘깃 훔쳐볼 여유가 있다면       

새들의 날개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뼈까지 펼쳐들며 건너가는 모습.

찡하고 아찔한 가슴 아픈 모습이 더 잘보이는

이곳은 지상에서 먼 거리.       

떼로 지어 날아가는 것들이 있으면

혼자 지상으로 떨어지는 시늉을 하는 것들도 있어

한때 추락을 향해 달리던 것들이

마음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닮았어요.


가끔은 산기슭을 스쳐가는 비행기를

은빛 새 한마리로 착각할 때가 있었죠.

인간은 무거운 새를 만들어 가벼워지려 애쓰지만

너무 무거운 마음때문에 늘 가라앉아서     

돌아간 지상의 식탁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국 한그릇을 먹고 있어요.     

 

지금 새들을 바라보는 창가는

지상에서 먼 거리.

새들은 어지러움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고

추억의 속도를 지나쳐서 날고 있지만      

가끔은 고요히 적시는 비들이 내려

새들이 함께 전 생애를 떨어줄 때도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흔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