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음 안까지는 투시하지 못했다.
들키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온 오후를 걸었다.
푸르디푸른 호수를 찔레꽃이 사각사각 밟는 난무
얇게 저민 달빛 한 조각
희부연 가로등 아래 비늘처럼 부서지던 빗줄기
시간의 무반주 악장들
뒷모습을 보이는 것들을 향해
공연히 손을 뻗어보던 허무한 짓거리
아직 마음은 흔적들이 질펀한데
어떤 투시로도 드려다 보인적 없으니
이번 생은 적막한 안심이다.
아마 오랜 후에 꽃으로 피거나 기억으로 남더라도
그때쯤 들키는 것이야 더 이상 쓸쓸하지 않으리.
이 휑한 그리움이 아직 무사한 저녁 무렵에
생의 흔적이 켜든 자서전을 펼쳐 들고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