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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Oct 15. 2023

책을 썼다. '대화'에 대한 책이다.

-왜 '대화'인가, -독자는 누구인가.

책을 썼다. '대화'에 대한 책이다.


-왜 '대화'인가


나는 주로 기업에 강의하는 강사다. 이름처럼 전종목을 다 강의하면 좋겠지만, 나의 키워드를 크게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바시 강연에서 전했듯 내가 강사가 된 계기는 어머니와 누나의 상실, 아이의 희귀 난치병을 통해서 깨달은 ‘삶의 가치관’을 널리 전하는 것이었다. 강연 이후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삶의 다양한 고통과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또 스피치, 전달력을 교육한다. 대략 12년 전부터 인연을 맺은 세바시의 강연 코치를 비롯해 여타 다양한 강연회의 코치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기업의 대표나 임직원의 1:1 스피치 컨설팅부터  그룹 강의를 하기도 한다. 외부에 대체로 많이 알려진 분야일 것이다.


기타 기업 강의에서는 주로 리더십, 조직문화, 문제해결, 조직계발, 팀워크 등을 다루며 경영시뮬레이션이나 진단 등을 적용하여 교육한다. 실제 적용을 위한 컨설팅과 코칭도 한다. ‘강사는 가르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좌우명을 지키기 위해 내가 속한 폴앤마크의 조직문화 리더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쓴다면 첫째는 상실에 대한 위로, 해석을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둘째는 스피치, 전달력에 대해서. 셋째는 조직문화, 조직계발이었다. 


올해 초, 정확히는 작년 12월 말에 모 출판사의 연락을 받기 전에 이미 ‘상실’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기도 했다. 박상미 교수님께서 제안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덕이었다.  


그런 중 모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대화’라는 주제로 책을 써 주실 수 있겠냐고. 

의외의 키워드였다. '대화.' 


왜 내가 대화를? 

의아했던 나는 물었다. 

주변의 추천, 정확히는 출판사 팀장님의 추천을 받아서 연락을 줬다는 말에도 완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그 추천해 주셨다는 팀장님께서는 나를 어떻게 아셨길래 ‘대화’라는 주제를 주셨을까? 나는 대화라는 주제로 알려진 사람이 아닌데...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직문화를 다루면서 깨달은 것은 '대화'가 잘못되면 일도, 조직문화도, 업무 관계도 잘못된다는 점이었다. 가벼운 의사 전달이나 업무 상 정보 전달이 아닌 '제대로 된 대화'는 가장 중요한 핵심 중의 핵심이니까. 


무엇보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관계는 어쩌면 삶의 ‘모든 것’ 일 수도 있다. 그 관계의 형성과 지속, 발전, 회복에는 반드시 올바른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진리와도 같다고 생각하던 나였기에 '대화'라는 키워드가 마음을 흔들었다. 


모든 것을 대화로- 언어와 표정, 몸짓과 태도를 통합한다 해도-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만이 타인과 나를 올바로 연결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다.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것에서 얻은, 인생 전반에 걸친 믿음이다. 


그래서 '대화'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움직였고, 나는 외쳤다. 


진행시켜!


-독자는 누구인가.


처음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누구를 위한 책인가’, ‘독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출판사에서는 대화에 서툰 청년들을 떠올리고 적어달라고 했다. 확 와닿지 않았다. 그게 어떤 사람들이지? 


적어가면서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어차피 내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고, 그 대상은 저절로 드러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개월 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쓴 원고에는 인생을 살며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진심과는 다른,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상처받기 싫어서 상처를 주는 날 선 표현만 던지는 사람. 싫은데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사람. 내면의 열등감과 자격지심 때문에 지나가는 말에도 상처를 만들어 입는 사람. 맞는 말인 걸 알면서도 낮은 자존감과 괜한 호승심으로 건설적인 피드백을 튕겨내는 사람. 사랑과 고마움을 말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친 채 평생 후회를 담고 사는 사람.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이 아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


그렇다. 내 책은 서툴고 거칠었던, 미숙했던 지난날의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직도 타고난 기질, 삶의 사건과 환경에 영향을 받아서 실수를 반복하지만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적었다. 나아지고, 나아가기 위해 배우고 고민하고 성찰한 내용을 적었다. 내 책은 나만큼 서툴고, 거칠고, 어설프고, 추상적인 면도 많다. 하지만 나처럼 진지하고, 따뜻하고, 직관적이고, 솔직한 책이다. 분명한 것은 정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것 하나로 적었다. 


화가 어렵다면, 관계가 어렵다면, 올라오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후회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좌절스럽거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그래서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나아지고, 나아가고 싶다면, 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바라며, 그 마음 하나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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