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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Nov 06. 2024

다리 어디 갔어요?

우리 집 괴담

원룸에서 자취를 하던 시절, 그 집은 꽤 오래된 집이라 작은 벌레들이 참 많았다. 그중 우리 집 냥냥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바깥에서 사는 바퀴벌레. 아시죠? 그 바퀴벌레 엄지손가락만 한 거. 하지만 그 크기는 냥냥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이즈였고, 심지어 움직일 때마다 비닐 바스락거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나니, 냥냥이들의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심지어 빨라, 게다가 인간 집사가 휙휙 대는 가짜 장난감보다 활동 반경도 넓고, 예측불허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니 아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그날은 조금 늦게 퇴근한 날이었다. 컴컴한 집에 냥냥이들만 있다 생각하니 다급한 마음에 계단을 두 개씩 성큼성큼 올라가서 비밀번호를 톡톡톡 순식간에 누르고 불을 켰다. 불을 켜자마자 나와 눈이 마주친 건 다리 수십 개의 그리마(아마도)였다. 갑자기 켜진 불에 미처 도망가지 못했던지 벽 중앙에 턱 붙어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의 눈을 붙잡는 것이 있었으니... 분명 다리 많은 녀석인데, 몸통의 한쪽이 좀 휑한 느낌이 든다. 눈을 흘기고 보다 보니, 다리의 4분의 1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의 다리 어디 갔니? 누가 그랬니?"


느낌인지 그날따라 내가 들어오면 삐용삐용 울던 냥냥이들도 조용하다. 왠지 먼산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분명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입 주변에 혹시 뭐가 붙어 있는 건 아닐지 요리조리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깨끗했다. 그래 그 그리마는 불운한 사고를 겪은 것이다. 마른 사료를 좋아하는 우리 냥냥이들이 절대 다리를 입으로 뜯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우리 냥냥이들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며칠 동안은 그리마가 떠올라 뽀뽀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그리마는 내가 어떻게 했더라? 잡았던가? 


행복한 냥냥이들, 그리마 사건 땐 이 사진보다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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