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엔 빵떡이었다
나는 반지하에 산다. 반지하에 산다라는 문장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유추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가난, 수해, 곰팡이 등. 그래서 독립하려고 집을 보러 다닐 때 원칙 중 하나는 반지하라면 차라리 옥탑이었다.
사정이 있어 독립생활을 접고 다시 본가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이때는 나 혼자가 아니고 내가 키우는 고양이 둘과 본가에 들어갔다. 고양이들이 우당탕 뛰어도 밑에 층이 없으니 안심이었다. 그것만으로 반지하에 사는 게 나름 참을만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도 빨리 집을 찾아서 나가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을 여니 보통처럼 자동차바퀴가 보일 줄 알았는데 노란 치즈 고양이가 우리 집을 빤히 보고 있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눈 맞춤이라 순간 당황했다. 인간의 시점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추운가? 아직 겨울은 멀었는데."
"집안에 사는 고양이가 부러운가?"
"한 마리 더 입양해야 하는 건가?"
눈 맞춤 한 번으로 입양하고 키우고 함께 동거하는 상상까지 완료! 그러고는 유심히 보는데 입에서 침이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다. 길고양이는 구내염에 잘 걸리는데, 그 구내염이 치료되지 않으면 나중에 밥을 먹지 못해 죽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서 걱정이었다. 우선 나이도 있어 보이고 구내염이 꽤 진행됐는지 몸도 꼬질꼬질했다. 당장 잡아다가 병원에 데려가 전발 치를 해야 하나... 여러 걱정을 하다 우선 약을 사다 습식 사료에 섞어서 밥을 주기로 했다.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반지하 집 구조상 우리 집 앞으론 사람이 지나가진 않아 창 한쪽에 밥자리를 마련해 줬다. 입이 아픈지 흘리면서도 싹싹 밥그릇을 비워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았다.
하루, 이틀 밥을 주고 엄마랑 난 "빵떡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딱 빵떡이 같았다.
그 이후 빵떡인 우리 집 앞 창문 앞을 떠난 적이 없었다. 늘 그 자리에서 창을 열면 빵떡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날이 춥거나 밥을 주다 정이 들어 빵떡이가 스스럼없이 다가온다면 입양까지 생각했다. 그렇게 셋째를 들일 생각을 밥을 챙겨줬다. 한 달, 세 달... 일 년이 지나갔다. 빵떡은 늘 창문 옆에 있다. 하지만 빵떡인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했다. 창을 두고 서로를 보는 그만큼. 그래도 나는 빵떡이 덕분에 고양이뷰를 누릴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빵떡이 뷰. 그로 인해 20년을 살아도 정들지 않던 집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밥자리를 찾아 떠돌던 빵떡이 덕분에.
그런 빵떡이가 올해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겨울이 막 찾아오던 오늘 죽었다고 한다. 오후까지만 해도 까만 고양이 친구랑 있었다고 했는데, 엄마가 자리를 비운 2시간 사이 빵떡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빵떡이는 추운 겨울이 시작도 하기 전에 따듯한 곳으로 가버렸다.
가기 전에 밥을 먹어서 다행이고, 그래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서 가서 다행이었다. 누군가 빵떡이를 해코지한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빵떡이의 마지막 순간은 편안했을까. 이름 없던 길고양이는 빵떡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기 전 일 년 남짓의 시간이 좋은 기억이었길, 우리 조만간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