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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Apr 15. 2018

파스타를 삶았지만 사실은 고기가 먹고 싶었어

 오늘은 도쿄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된 요리를 해먹었다. 사실은 파스타를 해먹을 생각은 없었고 고기를 구워먹으려고 했다. 아침 댓바람에 일어나 청소기세탁기를 돌리고 마트에가서 고기를 사면서 내가 왜 이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다 답을 찾았다.

 어제 퇴근하면서 팀분께서 회사 앞 백화점에서 와규를 사서 서 주말에 구워먹겠다고 해주신 이야기가 머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우주최고의 미트러버 고기마스터이신 그분에게 (그분 맞습니다) 고기 이야기를 들으면 이미 식욕이고 나발이고 아래턱이 침으로 가득해지고 어디선가 고기 굽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분과 함께 하면서 온갖 고기를 함께 먹었고 행복했는데,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언젠가 미국의 가정집 뒷마당에서 커다란 바베큐통을 구해다가 스테이크 소시지 감자 양파 베이컨 죄다 구워서 먹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도 왠지 반팔반바지를 입고 선그라스를 대충 쓰고 왼손엔 맥주 오른손엔 집게를 들고 그곳에 함께 있었던 기억이 생겨버렸다. 언젠가 같이 미국 출장을 갈 일이 있다면 기필코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꼭 도전해보자고 졸라야지.


 여튼 퇴근길 엘레베이터에서 해주신 와규 마블링 이야기만으로 내 주말 점심저녁메뉴는 저항없이 순순히 결정되어버렸다. 이것이 엘레베이터 스피치인가... 와인까지 곁들여 파스타를 먹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는데, 설거지를 하면서 역시 밥은 사먹는게 최고라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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