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적 대상의 크기
이번 주에 새로운 그림을 시작했다. 대상은 여름의 풍경 사진이다. 날씨 좋은 오후, 노상의 작은 카페 사진으로 오른쪽 상단에는 의자 일부가, 그 주변은 나무 그림자가 돌바닥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속에 없는 나무가 얼핏 보이는 좋은 느낌의 사진이다.
밑그림을 시작하며 느긋함과 편안함이 의자의 위치와 모양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구도가 의자를 기준으로 구성됐고, 의자의 모양이 시선의 높이를 결정해주어 특별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의자의 위치와 비율을 정확히 하는데 집중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시간을 넘게 매달렸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의자를 오래 그리고 계시네요?”
강사분이 뒤에서 다가와 얘기했다.
“네, 사진과 캔버스의 가로 세로 비율이 다른 것 같아서요. 사진의 세로가 짧아 보여서 그림을 더 늘려서 그리고 있네요.”
“음... 저한테는 사진의 세로비율이 더 길어 보이는데요. 주변부를 채워 넣어볼까요?”
주변의 큼지막한 그림자 모양들을 채워넣자 내가 사진의 길이를 거꾸로 인식했었음을 깨달았다.
최근 2주 간의 회사생활도 매우 닮게 흘러갔었다. 급하게 완료해야 할 일이 생겼다. 기한이 짧았던 만큼 핵심 사항을 가장 먼저 챙겨 진행했다. 전체 할 일을 나누고 핵심적인 업무가 보여 70%의 가중치로 가늠하고 일주일에 걸쳐 힘들게 마무리 했다. 남은 일은 30%인 반면 기한은 반이 남았기에 여유로울 것이라 생각하고 목록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지난 한 주 집중했던 일의 중요도가 균형 잡혀 보이기 시작했다. 남은 일들의 중요도가 실제는 70%를 차지 했던 것이다. 부족한 시간은 바쁜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처리했고, 그마저도 새로운 문제들이 발견되며 더 많은 노력이 소요되었다. 일은 마무리되었지만 남는 것은 성취감 보다는 허탈함이었던 한 주 였다.
“그림을 그릴 때 복잡하고 자세한 이미지가 크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런데 더 간단한 형태의 주변부를 채워서 보면 사실 그렇게 크지 않죠. 전체 그림의 인상을 결정하는 역할도 생각처럼 크지 않고요.”
잠시 숨을 돌린 후 사진을 바라봤다. 의자는 여전히 장면의 중심에 있었다. 시선의 높이와 공간의 크기, 그 자리를 즐긴 누군가 금방 떠났을 듯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였다. 그렇지만 오후의 나른한 심상은 바닥의 나무 그림자로부터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둘투둘한 바닥은 발바닥의 질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적절한 수준을 선택하여 조화롭게 그리고 인상적이게.
어렵다. 그래서 인상을 담아내는 연습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