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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크 Aug 11. 2024

[산책] 재잘거림과 수박

여름의 밤산책이다. 

오늘은 조금 이르게 나온 덕분에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얕은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딸과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딸의 몸짓에서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 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누고 싶을까? 그렇게 앞으로 몇십년을 대화할까?


또 다른 교복 입은 여학생이 지나친다. 어울리지 않게 통 수박을 담은 끈을 들고 걸어내려간다.

수박을 들고 가는 집에는 누가 있을지, 그 나이에도 여전히 엄마와 나눌 대화가 많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산책에는 대화가 없다.

보통은 집을 나와 돌아올때까지 입 밖으로 말할 일은 없다.

수십번의 차소리 사이를 걸을 뿐이다.


산책에는 위로가 있다.

걷다 보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기쁜 일이 떠오르고 

하루 내내 움켜 잡혀 답답했더 마음이 풀린다.


그제서야 가로등이 눈에 들어온다. 매미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놓쳤던 다른이의 마음이 들려온다.


재잘거리는 산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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