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남편이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땠냐고 물었더니, 노래가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뭔가가 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하더군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는 20대 시절부터 제가 아주 애착을 갖고 듣곤 했었습니다. 저 역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노래를 들으면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Compay Segundo와 Ibrahim Ferrer의 목소리로 만나게 되는 선율과 가사는 4분 남짓의 음악 그 이상이죠.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물론 다 좋아하지만) Ibrahim Ferrer가 부른 Aquellos ojos verdes를 들려주며 이 노래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지 남편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https://youtu.be/zpP131uxpOg?si=KoHc3GCS5ZbuzwM0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이런 장면이 생각나.
어느덧 창문에 김이 서리는 쌀쌀한 날, 한 남자가 창가의 오래된 의자에 앉아서 희미한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 집 안은 고요하고, 오직 남자가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옷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가 정적을 깰 뿐이지. 집안도 꽤 서늘해. 남자는 투명한 유리잔에 자줏빛 차와 얼음을 가득 담아 이따금씩 한모금 삼키지.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남자 곁에 어느덧 잔 속의 얼음도 녹아 똑, 하며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작아져.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가 무엇을 원하든, 무엇을 후회하든 돌이킬 수 없다는 건 확실해. 그걸 남자도 알고 있어. 그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가 다시 예전의 따뜻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랬더니 남편은 재미있다며, 노래 한 곡을 듣고 이런 생각이 나냐고 하더군요. 음악을 듣고 또렷하게 한 장면이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또한 재능일 수 있다고, 한번 글로 써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생각해 보니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음악이 주는 이야기를 다양한 감각으로 한번 여기에 써보려고 합니다. 지극히 저만의 이야기일 거예요. 그래도 한번 써볼게요.